(현장+)치유농업, 자연과 교감하는 회복의 시간
전북 익산시 삼기면 치유농장 '우리들의 정원'
족욕·비바리움 체험…정서 안정·스트레스 완화 효과
청소년·성인 정신건강 경고…치유농업, 대안 부상
2027년까지 80만명 참여 목표…서비스 확대·인증제 도입
2025-04-30 10:14:24 2025-04-30 13:52:25
[익산=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해외에서는 의사가 '치유농업 2주' 이런 식으로 처방을 내리기도 해요" 
 
29일 오후 전라북도 익산시 치유농장 '우리들의 정원' 온실 내부. (사진=김태은 기자)
 
지난 29일 오후 전북 익산시 삼기면 치유농장 '우리들의 정원'에서 김경훈 농업진흥청 대변인실 언론홍보팀장은 정부의 치유농업 육성 계획을 설명하며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서 치유농업은 아직 제도 정착 단계지만,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농업과 복지서비스를 결합한 케어팜(care farm)이 보편화된 것처럼 치유농업을 일상 속 사회서비스로 확대하고자 하는 포부가 엿보였습니다. 
 
농진청이 올해 치유농업 적용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본격화한 가운데, 이날 오후 치유농장 '우리들의 정원'을 방문했습니다. 농진청 중점사업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곳은 약 5000㎡ 규모 농장으로 화훼 온실을 포함해 텃밭, 원예 체험장, 족욕장, 캠핑장 등이 들어서 있습니다. 
 
치유농업은 국민의 건강 회복과 유지를 증진하기 위해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하고 동시에 사회적·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입니다. 농진청의 중점 사업으로, 2020년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윤성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제도 기반을 갖추고, 2022년에는 5개년 종합 계획을 수립하면서 매년 단계별 실행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경의 우리들의정원 이사는 현대 조경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원예치료사, 원예심리상담사 자격을 보유한 '식물 치유 전문가'입니다. 이 이사는 "치유농업은 단순한 경험을 넘어 위로와 회복을 준다는 점에서 일반 체험과 다르다"며 "몸과 마음을 자연과 연결하고 스스로 돌보는 깊은 치유의 시간"이며 '개인의 치유를 넘어 도시와 농촌, 사람과 자연, 세대와 세대를 잇는 사회적 공생 모델"이라고 말했습니다. 
 
작은 생물과의 조우, 감각이 살아났다
 
29일 치유농업 프로그램 '비바리움 만들기' 체험 후 완성된 비바리움. (사진=김태은 기자)
 
이날 기자는 농장 내 족욕장에서 '꽃차 즐기기와 힐링 족욕' 프로그램을 체험했습니다. 미네랄 오일과 유칼립투스 오일을 잘 섞고 발에 바른 뒤 건식 족욕기에 발을 맡긴 상태로 심신 안정에 효과적인 꽃차를 즐기는 프로그램입니다. 체험 안내를 맡은 이 이사는 "오일의 허브는 농가에서 직접 추출한 거예요. 자연과 하나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라고 설명했습니다. 
 
농장에서 직접 작은 생태계도 만들 수 있습니다. 유리병 안에 천연 이끼, 자갈, 소형 식물, 도둑게 등을 함께 기르는 '비바리움' 만들기 체험입니다. 직접 이끼와 자갈을 배치하며 작업에 집중할 수 있고, 완성된 비바리움 속 조용하고 느린 동식물의 공생을 보면서 정서적 안정과 스트레스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친 현대인…대안으로 떠오른 치유농업
 
농진청이 치유농업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국민 정신건강 악화'가 있습니다. 통계청이 지난 2022년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만 15세 한국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0개국 중 27위로 최하위권으로 집계됐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국내 성인 4명 중 1명은 태어나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치유농업이 사람들의 안정과 회복을 돕는 6차 산업으로 떠올랐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4년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치유농업의 정신건강 증진 기여 가능성은 87%로 나타났습니다. 농진청은 올해부터 치유농업을 전 국민이 접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로 육성하고자 프로그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치유농업법 개정 등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치유농업 서비스는 크게 예방형과 치료·재활형으로 나뉘며, 예방형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서 불안과 우울감, 불안감 등을 미리 방지하고, 치료·재활형은 지적·신체 질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치료와 재활을 돕습니다. 
 
농진청은 오는 2027년까지 치유농업 프로그램 참여자를 80만명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최소영 농진청 농촌자원과장은 "국민과 함께하는 치유농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치유농업 시설에 관한 인증제를 올해 처음 시행하고, 늘봄학교 맞춤형 프로그램도 올해 315학급에서 2년 뒤 1000학급으로 적용 확대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익산=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