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MD 4나노 수주 무산"…반복된 파운드리 위기
수율 문제로 계약 철회…TSMC에 이전
삼성 파운드리 적자 확대…투자도 줄어
학계 “민관펀드 통한 정부 인수 한 방법”
2025-05-07 16:14:54 2025-05-08 18:22:50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핵심 고객사로 기대를 모았던 AMD와의 4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공정 계약이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MD가 삼성전자의 최신 4나노 공정(SF4X)에 대해 신뢰성 문제를 이유로 발을 뺀 겁니다. 이미 수율 저하와 적자 지속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또 한 번 악재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민관펀드로 파운드리 사업 인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AMD 본사 전경(사진=AFP)
 
7일 IT 전문 매체 샘모바일과 Wccftech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AMD는 삼성전자의 4nm 공정(SF4X)에 대한 우려로 생산을 철회하고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으로 칩 주문을 이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SF4X를 개발해 2025년 3월 양산에 돌입했습니다. AMD는 해당 공정 개발에 긴밀히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정 안정성 부족을 이유로 계획을 전면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철회가 AMD의 일부 제품군에만 해당되는지, 혹은 삼성과의 파트너십 전반에 영향을 미칠지는 불투명합니다. 초기 보도는 AMD의 에픽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Wccftech는 라이젠 보조동력장치(APU)와 라데온 그래픽처리장치(GPU) 관련 협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AMD의 계약 철회는 단순한 거래 무산을 넘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신뢰도에 타격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지속적으로 겪고 있는 기술적 한계와 운영상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고객사들의 신뢰 회복이 중요한 시점인데 우려를 키웠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주요 고객사들의 수주가 TSMC로 쏠리는 현상은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구글은 픽셀10·11 시리즈에 들어갈 텐서 G5·G6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생산을 TSMC에 맡기기로 했고, 퀄컴도 차세대 스냅드래곤 8 엘리트2 AP 생산에서 삼성이 아닌 TSMC와 손을 잡았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 수율 저조가 이 같은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합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TSMC 대비 낮은 수율로 오랫동안 고전해 왔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TSMC의 향상된 3나노 공정인 N3E 수율은 80~90%에 이릅니다. 이는 삼성전자와 비교해 4배 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또 TSMC의 2나노 공정 수율은 60~70%에 이르는 반면, 삼성 파운드리는 2나노 공정에서 30%의 저조한 수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부문 점유율은 2023년 4분기 11.3%, 2024년 1분기 11.0%, 2분기 11.5%, 3분기 9.1%, 2024년 4분기 8.1%로 지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실적도 뒷걸음질 중입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사업부는 지난해 약 5조1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파운드리사업부 실적만 따로 집계되지는 않지만, 증권가는 약 4조원의 손실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부문에서만 2조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손실이 6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적자 확대는 필연적으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는 시황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기존 라인 전환 활용에 우선순위를 둔 투자 운용으로 전분기 대비 투자 규모가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첨단 공정 기술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수익성 악화가 발목을 잡고 있는 셈입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계속 끌고 갈지, 아니면 구조조정이나 매각을 검토할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TSMC의 독점 체제를 견제하고,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써 삼성전자에 ‘기회’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현재와 같은 수익성과 신뢰도 수준에서는 사업 지속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삼성 파운드리를 살리려면 분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분사를 했을 때 회사가 독립적으로 생존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문도 있는데, 정부가 민관 펀드를 조성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사들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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