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중국 EV 공세)②하드웨어 고립되는 한국 EV…'성능'도 밀리면 끝
중국 전기차 AI·자율주행·초고속 충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석권
한국 EV 소프트웨어·플랫폼 혁신 시급…"과도한 규제부터 풀어야"
한국 EV 생존에 정부 지원 '필수' 목소리도
2025-05-16 06:00:00 2025-05-1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3일 17:2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BYD를 필두로 한 중국산 전기차(EV)가 가격과 성능을 동시에 앞세우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판매량 기준으로 테슬라를 두배 이상 앞질렀고, 유럽과 동남아 등 주요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 완성차 업계는 고가 중심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경쟁력 부족으로 점점 경쟁 우위를 잃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본 기획을 통해 국내 완성차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위기와 대응 전략을 점검하고, 소프트웨어·AI 기술력 확보, 저가 EV 라인업 구축, 생산 효율 제고 등 종합적인 생존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중국 전기차(EV) 기업들의 전 세계 공세가 본격화하면서 현대차(005380)·기아(000270) 등 한국 완성차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BYD, 샤오펑, 지리그룹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은 공격적인 가격 전략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이에 하드웨어 중심의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는 한국산 전기차들이 가격과 기술 모두에서 밀릴 경우 시장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가 출시한 올 뉴 지커001. (사진=지리그룹)
 
중국 전기차 기업, AI 반도체 칩·운영체제 등 자체 개발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기업 ‘빅3’ 중 하나인 샤오펑은 향후 10년 내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 내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BYD 역시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BYD는 동남아와 남미, 유럽 등에서 현지 생산 공장과 판매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동남아에서는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 공장을 설립했으며, 올해 1분기 브라질에서만 2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이미 현지 1위를 차지했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는 가격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샤오펑, BYD 등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칩과 운영체제를 전기차에 적용해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사용자 경험 부문에서도 기존 글로벌 기업들을 추월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샤오펑은 자체 AI 칩 ‘튜링’을 탑재한 신차를 연내 출시할 예정이며, 레벨3(L3) 자율주행 기술도 하반기 상용화를 예고했다. BYD는 모든 차량에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을 기본 탑재하며 무선 업데이트(OTA) 기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기반 주행보조 기술과 자체 운영 시스템(OS),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무장한 중국차의 디지털 완성도는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는 한국산 전기차의 약점과 직결된다. 현재 현대차·기아 등 현대차그룹은 하드웨어 완성도와 품질 측면에서는 여전히 세계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와 AI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젊은 소비자층이 차량을 단순 이동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스마트 디바이스’로 인식하면서, 소프트웨어 성능과 디지털 경험이 차량 선택의 핵심 가치로 부상하는 가운데 이 같은 한계는 치명적일 수 있다. 반면 중국 브랜드들은 차량에 AI 기능과 OTA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면서 미래형 EV 경험을 선도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 역시 문제다. 국내 출시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모델 대부분은 5000만원 이상 중고가 위주로 구성돼 있다. 반면 BYD, 샤오펑 등은 같은 급의 모델을 절반 수준 가격에 제공하며 가성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실제로 샤오펑의 ‘모나 03’는 2800만원대 가격으로 10만대 이상 누적 인도량을 기록 중인 반면, 테슬라 모델 3는 이보다 2배 가까운 4500만원대에 가격이 구성돼 있어 중국 내에서도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이러한 중국산 저가 EV가 국내 시장에 유입될 경우 한국 완성차 브랜드들의 내수 시장 방어선도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인도, 동남아, 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는 가성비 경쟁에서 밀리면서 점유율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내 업계가 주력해온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기술과 가격 공세가 본격화되면 기존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사인 닝더스다이(CATL)가 공개한 ‘5분 충전 520㎞’ 배터리, BYD의 ‘5분 충전 470㎞’ 플랫폼 등 초고속 충전 기술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화웨이가 대형 트럭용 15분 완충 충전기를 출시하면서 충전 인프라 경쟁에서도 중국이 주도권을 쥐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 탓하기 전에 정부차원 지원 우선돼야"
 
이런 상황에서 한국산 EV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저렴한 중국산 EV의 가격경쟁력을 따라잡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 프리미엄 전략과 더불어 AI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중심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 완성차 업계도 AI 주행보조 기술 고도화, OTA 기반 SW 플랫폼 개발, 자체 OS 구축, 충전 인프라 혁신 등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처럼 소프트웨어를 외부 파트너에 의존하거나 하드웨어에만 집중할 경우 향후 EV 시장에서 한국차가 설자리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차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한국 자동차 기업 기술력이 중국에 비해서 크게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중국의 경우 BYD나 샤오펑 등 전기차 기업에서 AI와 OTA 기반 SW 개발 등을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의 경우 거기까지 신경 쓰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차원의 지원과 규제 완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정부 관료들이 전기차와 AI 개발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로봇택시 등은 아직까지 위험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여기에 크게 불만을 갖지 않아 기술개발을 거듭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반면 한국은 자율주행 실험을 하더라도 어린이 보호구역 등에서는 주행을 금지하는 등의 각종 규제가 많아 중국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호근 교수는 “실증 사업을 통해 안정성이나 기술의 완성도를 검증해야 하는데 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기업과 시장 여건을 탓하게 되는데 그러기 전에 정부차원의 규제 완화를 완화하고 AI 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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