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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 19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MBK파트너스에 대한 시장의 비판이 거세다. 과도한 차입 인수와 공격적 자금 회수 전략이 인수 기업의 부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는 MBK의 신뢰도 하락으로 연결되며 신규 펀드 조성과 기존 포트폴리오 투자자금 회수(엑시트)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MBK의 과욕이 부른 '홈플러스 부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2025년 1분기 부도기업 분석’ 보고서에서 홈플러스 부실 주요 원인으로 MBK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 전략을 지목했다. MBK가 2015년 홈플러스 인수 시 조달한 4조3000억원의 인수금융과 7000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부담을 홈플러스가 떠안은 것이 핵심 문제로 분석됐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좌)과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 (사진=연합뉴스)
한국신용평가가 분석한 홈플러스의 2024년 말 기준 별도기준 순차입금은 6조4334억원으로 2021년 2월 말 대비 5.8% 증가했다.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 규모 역시 임차료와 이자비용에 대응하기에도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인수 이후 홈플러스가 MBK파트너스의 실질적인 상환의무을 짊어져야 했다”라며 “이는 과중한 금융비용 부담으로 이어졌고 산업 경쟁력 확보는 위한 투자 집행에 악영향을 주고 자체경쟁력의 약화와 임차료 부담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실제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신청 이후 별도의 경영 개선 없이 자산 매각에만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홈플러스는 임차료 조정 협상에 실패한 17개 점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홈플러스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홈플러스는 전국 126개 점포 중 58개 매장만을 직접 보유 중이고 나머지 68개에 대해서는 임차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임차 점포 평균 임차려는 5억원, 연간 임차료는 매년 4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홈플러스의 부실이 자산운용업계에도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홈플러스는 임대료에 대해 35~50%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홈플러스 매장을 보유한 주요 임대인은 MDM자산운용(10개),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8개), DL그룹(5개), 이지스자산운용(4개), 유경PSG자산운용(3개), 삼성SRA자산운용(2개), KB부동산신탁(2개) 등이다. 이들 부동산 펀드와 리츠의 운용자산 규모는 2조원 규모로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뢰 잃은 MBK, 펀드 조성에도 '빨간불'
홈플러스 인수는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지분 인수 이전까지 가장 큰 규모의 딜이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인수 당시 총 7조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 중 3호 블라인드 펀드 자금과 공동 투자자 자금 3조2000억원을 썼고, 나머지는 차입을 통해 진행됐다.
지난 2013년 조성된 MBK 3호 펀드는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매각으로 2조원에 달하는 차익을 남긴 것을 시작으로 두산공작기계(현 DN솔루션즈),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 대성산업가스도 투자비 회수에 성공했다. 순수익률만 12%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홈플러스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수익률은 위협받고 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투자한 국민연금과 MG새마을금고, 수협중앙회, 행정공제회 등의 경우는 홈플러스가 청산하게 되면 자산 평가 결과에 따라 투자금을 잃을 수 있다.
신규 펀드 조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의 6호 바이아웃 펀드는 오는 6월 3차 클로징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내 주요 LP들이 출자를 철회함에 따라 계획된 펀드 조성은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학기술인공제회, 노란우산공제회 등 국내 주요 LP들이 MBK파트너스에 대한 출자를 사실상 철회한 것에 이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 역시 출자 않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6호 펀드 자금을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확보에 투입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장악에 실패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MBK파트너스에 가장 뼈아픈 점은 국민연금의 외면이다. 국민연금은 6호 펀드에 3000억원 규모 출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에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6호 펀드 수익률도 현재로서는 처참하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평균 매입가는 주당 93만원 수준이지만 5월 현재 고려아연은 80만원 초반선에 거래 중이다. MBK파트너스가 현재까지 고려아연 지분 취득에 투입한 자금만 1조6000억원에 달한다.
부실해진 포트폴리오에 롯데카드 매각도 '난항'
결국 MBK파트너스는 기존에 보유한 포트폴리오 매각에 나서는 모양새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매물은 롯데카드다. 지난 2022년 첫 매각 시도 이후 3년여 만에 기업가치를 2조원대로 낮췄다.
(사진=롯데카드)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38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는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를 통해 59.8%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의 기대와 달리 현재로서는 롯데카드 매각엔 의문이 제기된다. 마땅한 매수자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카드업황 부진과 금융사의 신규 사업으로 카드사 존재감 하락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상위 6개 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의 1분기 순이익은 55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6550억원 대비 15.5% 감소한 수준이다.
시장에선 MBK파트너스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 회복은 아직까지는 요원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기업 인수와 매각에 있어서 MBK파트너스의 경영 능력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경우 기업가치에 대해 의문이 제기돼 엑시트도 한동안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 LP 외면까지 이어지고 있어 딜 주관도 난항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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