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의 '알박기', 이창수의 '탈주극'
2025-05-22 06:00:00 2025-05-22 06:00:00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국회 법사위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이창수 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이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심우정 검찰총장이 어제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전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의 사의 표명 관련 질문을 받았습니다. 심 총장은 “검찰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하나마나 한’ 답을 내놓고 서둘러 사라졌습니다.
시계를 지난해 12월로 돌려보겠습니다. 이창수, 조상원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 직무가 정지되자, 검찰은 “검찰 지휘체계가 무너져 주요 현안사건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건강·재산과 관련된 민생범죄 수사도 마비가 우려된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12월엔 ‘추워서’ 민생범죄 수사가 마비되고, 5월엔 ‘따뜻하니’ 흔들림이 없다는 걸까요? 손바닥을 뒤집는 듯한 가벼운 논리가 그저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한덕수 전 총리가 윤석열 파면 직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의 삶과 경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지 한 달도 안돼 대행직을 내팽개칠 때도 이런 기분이었습니다. 고위공직자의 이중성과 무책임, 간사함을 보며 느끼는 일종의 낭패감 같은 것이겠지요.
법조계에서 우스개처럼 회자되는 범죄 수사 대응 3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1도, 2부, 3빽’입니다. 도망이 제일이고, 두번째는 혐의 부인, 그래도 안되면 빽(뒷배)을 쓰라는 건데요. 이창수, 조상원도 자신들에게 이 원칙을 충실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시점에 그들이 내는 사직서는 ‘1도’에 가깝습니다. 정권 교체 이후 불어닥칠 감찰과 징계 등 이른바 ‘윤석열 사단’에 대한 책임 추궁을 피하려는 일종의 ‘탈주극’인 셈입니다. 탈주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잘못’을 시인하는 행위이지만, 윤석열이라는 빽이 이미 사라졌으니, 달리 선택지가 없었을 겁니다.
일단 몸을 피하는 선택을 했지만, ‘윤석열 사단’은 그것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았나 봅니다. 금요일이었던 지난 16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퇴근 시간 직전 법무부 감찰관과 대검찰청 감찰부장 인사를 기습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각각 5개월과 6개월간 공석이었던 자리였는데, 새정부 출범 17일 전에 인사를 단행한 것이죠. 엄격한 감찰을 위해 2년 임기로 통상 외부 인사를 앉히던 자리였는데, 이번엔 TK·공안통으로 분류되는 현직 검사들이 승진 임명됐습니다. 새 정부 출범 뒤 법무부와 대검의 감찰 책임자들이 전 정부의 ‘봐주기·표적 수사’를 들여다 볼 가능성이 큰데, 그 전에 미리 ‘알박기’ 인사를 한 것이죠.
윤석열이 파면되고 대선이 진행되는 틈을 타서, 이렇듯 ‘윤석열 검찰’은 다음 정부를 대비해 열심히 그리고 치밀하게 생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정부에서 검찰개혁은 언제나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결국은 실패로 마무리됐던 고통스러운 기억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과연 다음 정부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최소한 검찰보다는 더 치밀하고 집요하며, 압도적으로 성실한 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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