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안다"
2025-05-29 06:00:00 2025-05-29 06:00:00
중국 후한시대에 양진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방을 다스리는 관직에 올라 부임하러 가는 길에 옛 친구를 만나게 됐습니다. 서로 오랜만에 만나 술잔을 기울이던 중 친구가 갑자기 양진에게 황금을 선물로 내밀었습니다. 과거 친구가 어려웠을 때 양진이 도움을 준 일이 있었는데, 은혜를 갚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양진은 거절했지만, 친구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친구는 "밤은 어둡고, 주위엔 아무도 없기 때문에 우리만 입을 다물면 아무도 오늘 일을 모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양진이 친구를 꾸짖으며 말했습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아는데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후 사람들은 청렴결백과 현명한 처신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안다'는 의미의 '사지(四知)'라는 말을 쓰게 됐습니다. 
 
최근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윤석열씨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할 당시 대통령실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입수했습니다. 12월3일 오후 6시부터 이튿날까지 이틀치 분량입니다. 경호처는 CCTV 영상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윤씨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등 과잉 충성에 나섰던 김성훈 대통령실 경호처장 등이 주도한 걸로 보입니다. 국수본은 지난 4월 김 처장 등이 직무에서 배제된 후 CCTV의 존재를 파악하게 됐고, 마침내 영상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27일 <뉴스토마토>는 경찰이 획득한 대통령실 CCTV의 일부 내용을 확인, <(단독)한덕수, 계엄 전 포고령 확인…'대통령실 CCTV'에 찍혀>라는 기사로 보도했습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CCTV에는 지난해 12월3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용산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직전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의 포고령 문건을 받아 확인·검토하는 장면이 찍혀 있습니다. 한 전 총리가 문건을 주위에 있던 국무회의 참석자들과 공람하는 장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언론사 단전·단수 외 다른 지시를 받는 장면도 담긴 걸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대접견실에 CCTV가 설치된 걸 몰랐다고 합니다. 12·3 계엄에 공모하는 모습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CCTV에 촬영되고 있었던 겁니다. 
 
덕분에 계엄 모의에 관여한 한덕수 전 총리,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이상민 전 장관 등의 거짓 진술과 발뺌은 실체가 들통날 처지가 됐습니다. 이들은 그간 국회와 헌법재판소 등에 출석해 '계엄에 관해선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내내 주장해왔습니다. 국수본이 CCTV 영상을 확인한 후 한 전 총리 등을 연이어 소환한 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가졌다는 방증입니다. 본지도 취재를 통해 12월3일 밤의 진실을 계속 추적하겠습니다. 

이제라도 한 전 총리 등은 수사기관에 자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합니다. 감출 수 있다고 믿었고, 우리끼리만 말을 맞춘 채 '모르쇠'로 일관하면 영원히 묻힐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 결국 사실과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가짜와 거짓은 반드시 탄로 나기 마련입니다. 1900년 전 양진이 했던 일성처럼 말입니다. "한덕수씨.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알고, 대통령실 CCTV가 알고 있습니다." 

최병호 공동체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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