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산은서 첫 2조 대출…HBM 실탄 확보 무게
2%대 금리에 20년만 대규모 대출
SK하이닉스도 5000억 대출 받아
HBM 등 반도체 경쟁 가속 전망
2025-05-29 12:35:24 2025-05-30 11:15:44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삼성전자가 산업은행으로부터 사상 처음으로 2조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업계는 이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반도체 투자에 속도를 내기 위한 자금 확보로 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대출 프로그램을 활용한 가운데, 양사의 HBM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산업은행에 2조원 규모의 중·장기 반도체 설비 자금 대출을 신청해 최근 승인을 받았습니다. 산은 대출을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대규모 설비투자를 위한 중장기 대출은 2004년 이후 20년 만입니다. 
 
이번 대출은 산은이 지난해 도입한 ‘반도체 설비투자 특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SK하이닉스는 약 5000억원, 중소·중견 반도체 기업들도 총 9000억원을 지원받았습니다 이로써 해당 프로그램의 올해 한도 3조4000억원은 전액 소진됐습니다. 
 
1분기 말 기준 105조원이 넘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하며 무차입 경영을 이어온 삼성전자가 대출을 결정한 것은, 금리 조건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산은은 대기업에 연 0.8~1.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조달금리를 반영한 대출금리는 연 2%대 초반으로 국고채 금리에 근접한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계열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보다 더 나은 조건인 셈입니다. 같은 시기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약 4%로 절반에 가깝습니다. 
 
올해 금리 조건이 개선되면서 삼성전자가 참여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산은 대출금리는 3% 후반대로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이 정도 조건이면 안 받는 게 손해’라는 평가가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이번 자금을 HBM 생산 확대와 인프라 구축에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분야에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만큼, 삼성전자가 이를 확장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보여, 이를 감안한 조치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에 3개 반도체 공장 외에도 약 100조원을 들여 3개 신규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는 370억달러(약 51조원)를 투자해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는 360조원 규모의 장기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 테크노폴리스 내 기존 M15 공장의 확장 팹인 M15X에 총 20조원을 투입해,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인디애나주에는 약 5조4000억원을 들여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8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22조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입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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