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국민의힘이 다시 야당이 됐습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레이스 내내 물밑에서 진행됐던 당권 투쟁이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친한(친한동훈)계 좌장인 한동훈 전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로 꼽히는 나경원 의원 등이 차기 당권 도전자로 점쳐지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친한계와 친윤계가 또다시 정면충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대선에서 패배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행보도 보수 재편의 변수로 꼽힙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총사퇴가 불가피한 가운데, 차기 당 대표를 누가 차지할지가 보수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친한 대 친윤'…당권 싸움 개막
3일 치러진 대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패배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대선 내내 차기 당내 권력 구도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 감지됐는데요. 대선에서 패배한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면 본격적인 당권 쟁탈전에 돌입할 전망입니다.
국민의힘은 현재 친윤계와 친한계로 뚜렷하게 양분된 상황입니다. 이 같은 기류는 지난해 7월23일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뚜렷하게 드러난 바 있습니다. 당시 한 전 대표가 62.84%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친윤계로 꼽히는 원 전 장관(18.85%), 나 의원(14.58%), 윤상현 의원(3.73%)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들의 표를 모두 합해도 한 전 대표 지지율을 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씨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친한계는 당권을 잃었습니다. 한 전 대표가 탄핵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탄핵에 반대했던 친윤계가 당권을 장악한 것입니다. 이른바 '쌍권'으로 불리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투톱 체제가 반년 가까이 당을 이끌었습니다.
권 전 위원장은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간 단일화 실패의 책임을 지고 지난달 사의를 표명했는데요. 친윤계는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차기 당권 경쟁도 '친윤 대 친한' 구도로 흐를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이 제21대 대선에서 패배했다. 당은 본격적인 당권 쟁탈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해 7월23일 국민의힘 4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한동훈 전 대표 모습. (사진=뉴시스)
한동훈 '당권 도전' 유력…'김문수 변수'에 촉각
친한계 좌장인 한 전 대표의 당권 재도전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입니다. 21대 대선 당내 경선 최후의 2인에 오르기도 했던 한 전 대표는 비교적 늦은 5월20일 김 전 장관 지원유세에 나섰습니다. 다만 끝까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합류는 고사했는데요. 유세를 도우면서도 독자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아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맞서 친윤계에서는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의 당 대표 선거 재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원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당 대표 경선에서 2위를 기록하며 경쟁력을 확인한 바 있어 당내 입지를 다시 넓혀갈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주목되는 변수는 김 전 장관의 차기 당권 레이스 도전 여부입니다. 김 전 장관은 선거 기간 동안 당 지도부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 요구를 끝까지 거부하며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했는데요. 지난 5월 국민의힘 의원총회에도 직접 참석해 자신을 중심으로 한 단일화를 피력하는 등 당내 영향력을 넓혀왔습니다. 대선으로 결집한 보수 지지층을 기반으로 김 전 장관이 오는 8~9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까지 버티기에 돌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최대 변수는 '탄핵의 강'
이번 당권 레이스의 최대 변수는 결국 '윤석열 리스크' 극복 여부입니다. 이번 21대 대선은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씨 탄핵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럼에도 60일간 치러진 대선 레이스에서 국민의힘은 한 차례도 윤씨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당 대선 후보인 김 전 장관의 출마 또한 '윤심(윤석열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전 장관은 친윤계 초기 구성원으로 윤씨 탄핵을 끝까지 반대한 극우 정당 자유통일당 창당에도 참여한 바 있습니다. 선거 주요 변수가 됐던 한 전 총리와 단일화 압박도 친윤계 당 중진 주도 아래 이뤄졌습니다. 당권을 잡기 위해선 '한동훈은 안 된다'는 전략적 계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도층 표심이 중요한 상황에도 김 전 장관은 대선 기간 내내 윤씨와 선 긋기에 어려움을 보였습니다. 결국 본투표를 이틀 앞두고 "그동안 저희가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걱정 많이 끼쳐드려서 죄송하다. 여기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선언했지만, 늦장 손절은 표심을 흔들기에 부족했습니다.
당이 '탄핵의 강'을 넘지 못한 채 대선에서 참패한 이상, 향후 당권 경쟁 또한 이 문제를 중심에 두고 전개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4차 전당대회서 당원 투표(8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20%)로 당대표를 뽑았습니다. 당내 지지층을 넘어 일반 국민 표심까지 작용하는 만큼 누가 윤씨와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당권 쟁탈전의 승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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