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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12일 14:2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이사회는 기업의 최종 의사결정 기구라는 점에서 그 구성만으로도 해당 기업의 지향점과 전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환율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한 항공산업, 그중에서도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저비용항공사(LCC)는 동일한 외부 충격에도 대형항공사(FSC)보다 더 큰 타격을 받기 쉽다.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LCC 업계일수록 이사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실제로 LCC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환율 기조에 감소를 겪고 있고, 올해는 지배구조 변화까지 맞물린 상황이다. 이에 <IB토마토>는 LCC 업계의 이사회 구성을 통해 각사가 이 같은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고자 하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제주항공(089590) 이사회 내 사내이사 및 기타비상무이사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견제와 균형 원리보다 운영 효율성에 방점을 찍은 이사회 구성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은 고환율에 따른 수익성 저하, 모회사 애경그룹의 유동성 위기 등 대내외적 경영 환경 악화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대내외적 경영 환경 악화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주항공이 견제보다 효율성을 택함으로써 대내외적 불안정한 경영환경을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제주항공)
사내이사 비중 증가…견제 약화 불가피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올해 이사회 구성원 수는 총 7명으로 지난해보다 총원이 1명 더 늘어났다. 정재필 제주항공 커머셜 본부장(영업 총괄)이 사내이사 자격으로 이사회 멤버로 합류했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의 합류를 계기로 회사 측 이사(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는 총 4명이 됐다. 지난해까지 제주항공 이사회는 회사 측 이사와 사외이사가 정확히 3명씩 이사회를 구성했지만, 올해는 회사 측 이사의 비중이 과반 이상이 된 것이다.
사내이사가 과반을 넘겼다는 것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약화된 것을 의미한다. 통상 사외이사의 역할은 균형과 견제다. 회사의 경영진인 사내이사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감시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모든 이사는 동등한 권한을 갖는다. 따라서 사외이사의 수가 과반을 넘으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최소 과반 이상의 사외이사를 유지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제주항공 이사회 구성은 이러한 흐름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사내이사 비중이 절반을 넘기면서 견제의 원리가 약화됐다. 사내이사는 회사의 현직 임원이 맡기 때문에 업계에 대해 정통하다. 빠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제주항공 이사회가 효율성을 강조한 배경에는 제주항공을 둘러싼 대내외적 경영환경 악화가 있다. 제주항공은 고환율로 인한 비용 증가, 안전 기조 강화에 따른 수익성 감소, 애경그룹의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며 성과에 대한 압박감이 커졌다. 제주항공의 최대 주주인
AK홀딩스(006840)는 보유 제주항공 지분의 94%를 담보로 외부 자금을 조달한 상태라 제주항공의 경영 성과가 중요해졌다.
대내외적 경영환경 악화…생존에 방점
LCC업계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제주항공의 영업 환경은 위축된 상태다. 지난해 사고 여파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운항편수를 크게 줄임과 동시에 정비 강화 등의 처방이 나왔고, 그 결과 1분기 제주항공은 매출 감소뿐 아니라 영업손실까지 발생했다. 지난 1분기 제주항공은 매출 3651억원, 영업손실 357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1분기 대비 매출(5392억원)은 32%, 영업이익은 손실로 전환됐다.
안전 강화 기조는 올해 내내 이어진다. 안전 운항을 위해 올해 하계기간(3~10월) 운항횟수를 지난해보다 감축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운송 실적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매출 등 외형 성장은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LCC업계 중 최다 기종을 보유했지만, 공격적인 외형 확장이 막힌 탓에 새로운 이사회는 양보다 질을 강조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LCC업계는 경쟁 노선보다 수익성이 좋은 단독 노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취항 항공사가 많은 주요 노선은 경쟁 강도가 높아 객단가가 낮지만, 단독 노선은 수익성을 챙길 수 있다.
제주항공은 새 이사회를 꾸린 후 지난 5일 인천-하코다테 노선에 LCC 중 단독으로 취항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LCC업계에서 가장 많은 13개의 단독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영업 전문가가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제주항공이 펴는 단독노선 확대 전략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임 사내이사인 정 본부장은 제주항공 이사회 산하의 경영위원회에 활동하게 된다. 경영위원회는 신규 노선 개설, 노선 폐지 등 제주항공의 영업실적과 직결되는 분야를 다루는 위원회다. 영업 전문가가 노선 취항에 관한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사회 추천에 따라 경영 내실화를 추진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사내이사 비중을 늘렸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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