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이 불러 일으킨 ‘딥시크 쇼크’를 비롯해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이 첨단기술 발전을 이뤄내면서, 중국 인재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굴기를 이끌고 있는 이들이 유학파가 아닌 토종 연구인력이라는 점에서, 미국 제조업의 쇠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 유학파 위주 인력풀의 한계에 머물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시민이 올해 초 중국의 모바일 앱 딥시크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1월, 중국의 AI 업체 딥시크가 오픈소스(소스코드를 공개한 소프트웨어)로 공개한 ‘딥시크 R1’ 추론형 AI 모델의 등장은 전 세계에 중국의 기술 굴기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입니다.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딥시크의 놀라운 가성비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딥시크의 AI 개발 비용은 557만6000달러(약 81억원)로 미국의 오픈AI가 챗GPT에 투자한 개발 추정 비용의 약 1/18 수준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인력 차이도 컸습니다. 당시 추산됐던 딥시크의 연구·개발 인력은 139명인데 오픈AI는 연구원만 1200명에 수준이었습니다. 딥시크 창립자인 량원펑은 중국의 저장대 출신입니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제재를 받는 와중에, 미국 유학을 하지 않은 토종 연구진들이 미국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첨단 기술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딥시크 외에도 현지 인재들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기술발전 속도는 위협적입니다. 중국 기업의 놀라운 혁신 속도는 중국 대학에서 길러지는 최고 수준의 인재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산둥대가 반도체 소재분야에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쉬샹강 산둥대 교수가 개발한 레이더 탐지기술이 중국 차세대 전투기 ‘J-20 스텔스 전투기’에 탑재돼 강력한 무기로 활용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20년 간 ‘실리콘카바이트(SiC)’라는 반도체 신소재를 연구해 온 쉬샹강 교수는, SiC 기술혁신을 통해 레이더 탐지 범위를 종전의 3배로 끌어 올리면서 글로벌 방위산업의 눈길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기초연구는 물론 전기차와 스마트폰 하드웨어와 같은 첨단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인 BYD와 화웨이가 세계를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온지 오래입니다.
중국 기술 인력들은 제한된 상황을 돌파하는 면모를 보이는 동시에, 과거 한국기업들의 성장 공식이었던, 선두업체의 기술과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해 격차를 줄이는 이른바 ‘슈퍼 패스트 팔로워’ 전략 수준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한국이 되레 중국의 인재를 받아들여 빠른 추격자 전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들의 현재 고위급 임원들은 절반 가까이 미국 명문대 출신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중국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거친 임원이 없거나, 있어도 고작 한두 명에 불과합니다. 국내 대표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분기 보고서만 봐도 미등기 임원 총 1104명 가운데 중국 대학에서 석사, 박사를 밟은 임원은 단 6명(칭화대 4명, 복단대 1명, 중국과학기술대 1명)입니다. 비율로는 0.5%인 수치입니다. 반면, 미국 명문대 출신의 임원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이 경외했던 미국의 경제 혁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을 계기로 초라한 양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애플은 현재 중국과 인도에서 아이폰을 만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율을 높여도 애플은 미국에서 아이폰을 만들 인력도, 지도할 고숙련 인재풀도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휴대폰 뿐이 아닙니다. 조선업과 방위산업 등에서도 미 제조업은 이미 쇠락한 상황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기업들이 미국을 상대로 해온 빠른 추격자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인재들로 가득 채운 한국 기업도 이 상황을 맞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중국은 신전시에 미국의 실리콘밸리 문화를 조성해 현지에서 우수한 인력을 많이 배출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주요 글로벌 기업들도 이제는 중국 인력을 포함해 국적과 무관하게 우수한 인재를 전세계에서 끌어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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