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툰베리를 응원한다
2025-06-18 06:00:00 2025-06-18 06:00:00
지난 10일, 한 장의 사진이 언론을 장식했다. 좁은 비행기 좌석에 지친 기색으로 앉아 있는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이었다. 가자지구의 인권 문제에 항의하며 구호 물품을 전하려던 배에 올랐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후 강제 출국당하는 길이었다. 
 
한때 세계 지도자들이 앞다퉈 셀카를 찍고 유명 언론인들이 인터뷰를 갈망했던 그는 이제 일부에게 불편한 존재가 됐다. 2021년을 기점으로 그의 목소리가 반전과 원주민 권리처럼 더 넓은 영역으로 향하면서부터다. 미디어가 그를 조명한다면 '기후 운동가인 줄만 알았던 툰베리가 왜 저런 문제에?'라는 대중의 의구심을 자극하기 위한 목적일 때가 많다. 
 
하지만 툰베리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확장했을 뿐이다. 그의 여정은 가족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는 것부터 시작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구적 연대로, 그리고 마침내 모든 불의가 연결됐다는 ‘기후정의’의 넓은 지평으로 나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마치 우리 딸이 어떤 어둠 속으로 사라진 것 같았다. 말하는 것도 그만뒀다. 심지어 먹는 것조차 거부했다.” 
그의 어머니 말레나 에른만은 아스퍼거증후군이 발현된 딸의 열한 살을 그렇게 기억했다.(<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툰베리는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방식의 사고와 행동을 요구하는 획일적인 학교 시스템에서 쉽사리 적응할 수 없었다. 친구들로부터 이상하고 고지식한 아이로 놀림과 따돌림을 당해다. 
 
사회적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융통성’은 논리와 원칙을 접어야 가능한 미덕이다. 툰베리에게 타협은 불가능한 과제였다. 기후변화도 그러했다. 모두가 외면하는 진실이 그에게 눌러도 튀어오르는 용수철 같기 때문이다. 어느 날, 비행기를 타고 휴가를 갔다 온 아버지에게 툰베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산화탄소를 2.7톤이나 발생시켰네요.” 
 
툰베리의 주장은 언제나 명료했다. ‘과학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하는데, 왜 우리는 행동하지 않는가?’라는 물었다. 우리가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을 그는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의 곁에는 신경다양성의 관점에서 그를 끌어안아준 가족과 교사가 있었다. 한 교사는 몰래 그를 가르치며 학업의 끈을 놓지 않도록 했다. 어머니는 항공 여행을 하지 않기 위해 오페라 가수를 포기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그의 잠재력을 믿어준 작은 공동체가 있었기에 세상은 비로소 위대한 환경운동가 한 명을 얻을 수 있었다. 
 
2019년, 미국 CBS의 한 토크쇼에서 사회자가 ‘아스퍼거증후군이 선물이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툰베리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이 사회에서는 다들 똑같이 생각하죠. 그런데 저는 다르게 태어났으니, 그게 선물이죠.” 
어쩌면 오늘날 모든 위기의 본질은 ‘다양성의 상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통제 불능의 온실가스 배출, 급격한 생물다양성의 소실,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상대편을 힘으로 제압하려는 전쟁까지. 이 모든 것이 결국 획일성을 강요하는 세상의 비극적 결과물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또 하나의 전쟁이 시작됐다. 영국의 과학자 단체인 ‘지구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가 군대에서 나온다고 본다. 만약 세계 모든 군대를 합쳐 하나의 국가로 만든다면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된다. 큰 전쟁으로 확전하면, 지금껏 벌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도 물거품이 된다는 얘기다. 
 
모두에게 환영받던 청소년 툰베리가 지금은 일부에게 불편한 존재가 됐다. 역설적으로 그가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했다는 얘기다. 다양성을 자르는 칼을 막고 물을 주어 키운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툰베리가 있었다. 어른이 된 툰베리를 응원한다. 
 
남종영 KAIST 인류세연구센터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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