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후에너지부에서 기후시민의회까지
2025-06-19 06:00:00 2025-06-19 06:00:00
새로 출범한 정부의 임기는 20306월까지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의 기간과 일치한다. 이번 정부의 임기가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인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전인 5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겠다라고 밝혔다. 산업부의 에너지 업무와 환경부의 기후 업무를 한데 모아,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포괄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기후와 에너지정책을 통합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제도적 정합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2010년 무렵부터 학계를 중심으로 제안됐고, 2017년 대선후보들의 공약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2022년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제안했고, 2024년 총선에서는 정당별로 조직개편 방향은 조금씩 달랐지만, 기후와 에너지, 산업 등을 통합한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독일(경제에너지부)과 영국(에너지안보 탄소중립부), 프랑스(생태포용전환부) 등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고 있는 주요 국가들의 행정조직도 일부 차이는 있지만 기후와 에너지 등을 통합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만큼은 기후와 에너지 혹은 기후와 에너지, 경제, 산업을 결합한 형태의 정부 부처 개편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긍정적인 개편 방향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대응은 행정 구조의 개편 및 통합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시민의 참여와 협의, 공정한 감시가 필요하고,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은 받는 노동자, 지역사회, 청년, 여성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가 기후 정책의 기획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시민의 참여는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SNS틀 통해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국민참여 기구로 실질화하겠다고 했다.
 
20215월에 신설된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관련 부처와 전문가로 구성된 다른 정부 위원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판에 대응하면서 탄소중립시민회의라는 이름의 국민참여정책단을 출범시켰다. 또 탄소중립 정책 수립 과정에 각계각층의 다양한 국민을 참여시키기 위해 위원회에 국민참여분과를 따로 두었다. 하지만 20223월 시행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새롭게 구성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는 그나마 있던 국민참여분과는 사라지고, 위원 구성은 교수와 전문가, 경제단체 대표 등으로 채워졌으며, 환경단체와 노동계, 사회적 약자 등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15조에 위원을 위촉할 때에는 아동,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은 후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그러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유럽에서는 시민들이 참여해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토론하고 권고하는 시민의회 프로그램이 조직되었다. 아일랜드와 프랑스, 영국, 스코틀랜드, 덴마크, 독일 등에서 국가 차원의 기후시민의회 프로그램이 확산했고 입법 실무자와 시민이 협력하는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었다. 각국 시민의회 프로그램에는 약 100명에서 16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기후시민의회 프로그램은 시민참여 숙의 프로그램들이 일회적인 정치행사가 아니라 정책 결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스코틀랜드 기후 의회와 프랑스 기후시민의회는 권고안을 제출한 이후 추가 회의를 소집해 정부와 의회의 대응을 평가하도록 했다. 덴마크 기후의회 역시 일회적 프로젝트가 되지 않도록 2단계의 숙의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시민의 지속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기후의회 정례화를 논의했다.
 
특히 프랑스 기후시민의회는 노란조끼 운동의 요구 사항에서 출발해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으로 출범했고,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대중적으로 홍보하고 일반 시민들이 집단적인 숙의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기후시민의회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149개 권고안은 제안했고, 프랑스 정부는 71개 권고안에 대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권고에 따라 헌법 1조를 정부는 기후위기와 생태파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로 수정했다. 하지만 정부의 조치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으며, 실제 입법 과정에서 15(10%) 권고안만이 채택되었다는 평가도 제기되었다.
 
한국에서도 기후시민의회를 신설해 시민들이 중차대한 기후위기 문제를 주도적으로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2024년 말부터 시작된 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국면, 조기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원동력은 ‘시민’이었다. 또한 지난 6월3일에 실린 “앞선 ‘기후시민’과 뒤처진 ‘대선후보’사이에서” 시론에서 살펴봤듯이 시민들의 인식은 대선 후보들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시민은 정책 대상이 아닌 정책 결정자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예외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기후변화 문제는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삶’의 언어로 채워진 정책으로 만들어지고 추진되어야 한다.
 
권승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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