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뜩이나 먹고살기 팍팍한데 중동 정세 불안이라니요… 물가가 더 오를까 봐 정말 걱정됩니다."
지난해 연말 터진 불법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체감 물가가 폭등하면서 고통받는 계층이 점점 증가하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 고조라는 물가 불안을 자극할 만한 악재가 추가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을 공습했습니다. 이란은 이번 공습으로 군 수뇌부가 대거 사망했는데요. 이에 이란도 이스라엘에 강한 반격에 나서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격화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마저 최고조에 이르는 상황입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는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만 해도 배럴당 63.9달러였던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18일 76.7달러로 불과 20여일 만에 20%가량 치솟았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짧은 시차를 두고 폭등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아울러 유가 문제는 물류비 상승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원재료 가격 인상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요.
사실 정세 불안과 같은 경우 국내에서는 컨트롤할 수 없는 대표적 대외 변수이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문제는 국내로 국한해 바라봐도 물가 상황이 매우 나쁘다는 것이죠. 지난해 탄핵 이슈 이후 소비심리는 극도로 위축되고 내수 침체, 환율 불안 확대 등이 더해지며 국내 경제는 침체 일변도의 흐름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이 기간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되면서 식품 기업들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공감대 아래 릴레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죠.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고환율을 이유로 들었지만, 탄핵 정국 불안정을 틈타 기습 인상에 나선 것 역시 사실인 만큼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수는 없었습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구매력 평가(PPP: Purchasing Power Parity)'를 고려한 물가 수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 수준은 2023년 기준 147로 OECD 평균(100)보다 47% 높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무엇보다 이는 OECD 38개국 중 2번째로 높은 수치인데요. 현재 고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계층이 한둘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매우 안타까운 통계입니다.
어쩌면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라면이 진짜 2000원이냐"라 질문하며 "물가 문제가 우리 국민들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고 있다"고 언급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거시·미시경제, 국내·외 등 현재 물가를 둘러싼 지표는 모두 좋지 못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이는 분명 국민들의 장기적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도 되는데요.
정부도 상황을 인식하고 범부처 물가 대책을 마련하며 물가 안정을 위한 첫걸음을 떼기 시작했는데, 앞으로도 이 같은 움직임을 체계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운영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먹거리 물가 안정이야말로 민생의 최우선 가치이기 때문이죠.
김충범 산업2부 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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