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변곡점 맞은 사모시장)③행동주의 나선 PE…말뿐인 밸류업 논란
행동주의 캠페인 대상 기업 급증
밸류업 요구에도 배당에만 관심
2025-07-01 06:00:00 2025-07-0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7일 17:2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사모펀드(PE) 시장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상장사 인수 확대와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참여, 제도적 기반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PE 시장의 역할과 위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단순한 자본 공급자를 넘어 시장 재편의 핵심 축으로 떠오른 사모펀드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사모펀드 업계에 행동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 재무적투자자(FI)에 머물던 것과 달리 최근 사모펀드들이 저평가된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하며 밸류업을 노리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다만 사모펀드 인수 이후 실질적인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행동주의 캠페인 증가세…경영에 적극 개입
 
영국의 기업 거버넌스 리서치업체 딜리전트마켓인텔리전스가 올해 발간한 '2025 주주 행동주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공개적인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 대상이 된 국내 기업 수는 2020년 10곳에서 2023년 77곳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엔 66곳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기준으로 행동주의 캠페인 대상이 된 기업 수가 2021년 914곳에서 지난해 2024년 1028곳으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국내는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2020년 67곳에서 지난해 97곳, 홍콩이 같은 기간 10곳에서 12곳으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아시아권에서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사모펀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바이아웃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아웃 전략은 일반적으로 부실 기업 경영권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뒤 되파는 방식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는 2007년 35개에서 2023년 422개로 연평균 16.8% 증가했으며, 펀드 결성 규모도 2023년 136조4000억원으로 앞선 19년간 20.6%의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투자 집행 금액은 감소하면서 지난해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가 40조원으로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펀드 실탄이 늘어난 가운데 최근 몇 년 사이 정부 주도로 밸류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것도 한 몫한다. 지난달 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가 개최한 ‘밸류업 1주년 기념 세미나’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말 밸류업 공시 제도를 시행한 후 올해 3월 기준 125개 기업이 밸류업 공시에 참여,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46%에 달한다. 사모펀드들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사모펀드들이 운영 중심의 가치 창출 전략을 주요 수단으로 삼은 것과도 무관치 않다. KKR나 블랙스톤, TPG, 베인캐피탈 등 해외 주요 사모펀드들은 앞서 밸류업을 투자의 핵심 역량으로 인식하고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직을 따로 운영 중이다. 과거엔 실적 증가 없이도 단순 차입 매수나 투자금회수(엑시트) 시점에 맞춰 높은 멀티플을 추구했다면, 최근에는 기존 포트폴리오의 가치 향상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수익성 개선과 시장 확장 등 경영개선자로서 밸류업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추세다.
 
 
 
밸류업 목소리 높아지지만…수익률 개선은 '의문'
 
다만 국내에선 주요 밸류업 지표 가운데 배당수익률은 높아졌음에도 중장기적인 수익률 개선에는 의문이 따른다. 특히 투자금 회수에 급급한 나머지 수익성 개선에는 실패하면서 사모펀드의 행동주의화에 대한 적대감만 커지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지난해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금융감독원의 기관 전용 사모집합투자기관이 소유한 28개 기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스틱인베스트먼트, IMM프라이빗에쿼티, IMM인베스트먼트 등 다섯 곳의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인수 후 1년에서 3년 사이 평균 1.5%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특히 MBK의 경우 최근 홈플러스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주요 포트폴리오인 네파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평균 ROE는 7%에서 4.8%로 2.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MBK가 수익을 거둔 포트폴리오는 주로 배당을 높여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메디트·bhc·오스템임플란트 등을 인수해 배당을 늘렸으나 최근에는 이들 기업 중 일부도 수익성 악화로 배당까지 대폭 축소하고 있다.
 
 
홈플러스 매장 앞 MBK 규탄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2023년 1월 MBK가 인수하기 직전 연도인 2022년 ROE는 51.4였지만, 이후 41.4(2023년), 33.1(2024년)으로 낮아졌다. 이는 덴티움, 스트라우만 등 동일 업종 내 기업들과 비교해도 하락세가 빠르다. 덴티움은 같은 기간 27.6, 26.0, 24.2로 낮아졌고, 스트라우만은 28.9, 25.9, 25.0으로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오스템임플란트는 MBK 인수 이후 순이익이 1년 새 1599억원에서 535억원으로 줄었지만, 1001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실시하면서 수익성 악화에도 고배당을 실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메디트도 MBK 인수 이전인 3년간 영업이익이 2020년 363억원, 2021년 1032억원, 2022년 1426억원으로 증가세였지만, 지난해엔 5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MBK는 899억원의 배당을 풀어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bhc도 다를 바 없다. MBK의 인수 이후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배당한 금액만 4083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률은 인수 이전인 2019년과 지난해 동일하게 26.07%였지만, BBQ의 경우 2019년 9.5%에서 지난해 15.6%로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좋은 기업을 인수해 배당만 챙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외에도 MBK는 올해 매각을 준비 중인 롯데카드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55.8% 급감하면서 카드업계 전반적인 호실적에도 밸류업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ROE는 2.03%로 전년(14.28%) 대비 12.25%포인트 급락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밸류업에 대한 지표가 주주환원이나 원가 절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장기적인 품질 투자와 수익성 개선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라며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경우 흔히 예상되는 비용 절감과 주주환원보다 품질에 대한 투자와 인센티브 강화를 통해 투자원금 대비 10배 이상의 차익을 남긴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선 사모펀드들이 밸류업 운영팀을 강화하기 위해 CEO, COO 등을 영입해 엑시트까지 끌고 가는 추세”라며 “행동주의화하는 사모펀드들이 단기 차익에만 매몰돼서는 전체 업계에 대한 신뢰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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