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IB&피플)박준상 시리즈벤처스 대표
기술 갈증 겪는 지역 기업…스타트업에 기회 열려
제조업 인프라 탄탄한 부울경, 특화 스타트업 집결
서울대기술지주와 공동 GP…지역 성장 시너지 기대
2025-07-21 06:00:00 2025-07-2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16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은 경공업부터 중화학공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산업 기반을 갖춘 대한민국 대표 공업지대다. 과거 고도성장기의 주역이었던 이 지역은 수도권 집중화와 중국 제조업의 부상으로 위상이 다소 약화됐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핵심 제조업의 심장부로 기능하고 있다.
 
이곳에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수많은 제조업체가 자리 잡고 있어 제조업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비즈니스가 가능한 환경이 형성돼 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부울경 지역에서는 로봇,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제조업 혁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 경쟁 환경이 격화되면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조업 고도화 차원이다.
 
시리즈벤처스는 이러한 부울경 지역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AC(액셀러레이터)다. 젊은 창업자 두 명이 지역 제조업체의 경쟁력 향상을 꿈꾸며 고향 부산으로 돌아와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시리즈벤처스는 서울대기술지주와 손잡고 지역 출자 펀드 중 사상 최대 규모인 ‘부산미래성장펀드’의 벤처투자 분야 GP(위탁운용사)로 선정되는 등 주목받는 성과를 내고 있다.
 
<IB토마토>는 박준상 시리즈벤처스 공동창업자 겸 대표를 만나 부울경 산업의 강점과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AC의 역할, 그리고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준상 시리즈벤처스 대표(사진=시리즈벤처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시리즈벤처스 소개를 부탁한다
△시리즈벤처스는 2017년 부산에서 설립된 벤처 투자사 및 액셀러레이터다. 현재는 부산뿐 아니라 경남 및 울산 지역 등 부울경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창원특례시로 본사를 옮겼고, 2021년에는 울산에 오피스를 세워 역내 활동 범위를 확장했다.
 
-부울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개인적인 이유로는 공동 창립자 2명이 모두 부산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도 부울경 지역의 벤처 투자 가능성을 보고 온 이유가 크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은 이미 규모가 크고 자리를 잡은 투자사들이 많이 있었다. 시리즈벤처스 설립 당시 ICT(정보통신기술) 플랫폼이 유행했었는데 당시 플랫폼들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확신이 적었다. 
그래서 제조업으로 눈을 돌렸다. 대한민국은 제조업 기반의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한국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여기에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해 제조업을 고도화한다면 한국 제조업에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부울경 지역에는 과거 30~40년동안 꾸준히 사업을 이어온 중소기업이 많다. 조선뿐 아니라 철강, 화학, 기계 등 다양한 섹터의 중소기업들이 오랜 시간 사업을 해왔는데, 오랜 시간 사업을 해 오면서 쌓아둔 자본력도 축적된 상태였다. 다만, 오랜 시간 자본을 축적해온 회사들이 기술 고도화를 통해 혁신하기보다 단순 임가공 형태로 사업을 이어온 탓에 중국 제조업에 밀렸다. 
로봇, 인공지능, 스마트팩토리 등 제조업을 혁신하는 스타트업들이 전통 지역 강소기업과 협업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본 것이다. AC는 기업보다 창업자에게 투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과의 밀접한 소통이 중요하다. 부울경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지역 제조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긴밀한 소통이 가능해졌다.
  
-부울경 지역 벤처 생태계 성장을 위한 방안은?
△부울경 지역에 잘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것이다. 수도권이 잘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따라가려 하는 것보다 방산 등 중공업, 에너지, 화학산업 등 부울경이 잘하는 비즈니스를 고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많은 중화학공업 회사들이 부울경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조건은 갖춰졌다고 본다. 
일례로 부울경 지역의 방산 관련 스타트업은 서울로 이전할 동기가 적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현대로템, 현대위아, 두산에너빌리티 등 방산 대기업이 경남에 몰려있어 이미 방산 제조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전 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주목받는 SMR(소형 모듈 원자로)도 적절한 예시다. SMR 부품 등을 만드는 스타트업도 이미 울진에 많이 내려간 상태다. 
제조업체가 집약돼 있다 보니 SLM(소규모 언어 모델) 등 제조 특화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경우 오히려 서울에서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 벤처 투자가 경기 침체에 위축된 반면 부울경 지역 대상으로 제조업 관련 벤처 투자나 펀드 조성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점도 지역 벤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코로나19 이후 기술력에 기반한 제조업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에 따른 것이다.
 
-올해 상반기 부산시의 미래성장펀드 GP에 선정됐다. 서울대기술지주와 공동 GP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 서울지역 AC와 손을 잡은 이유가 있다면?
△서울대기술지주는 대한민국 내 손꼽히는 AC 겸 대학기술지주다. 서울대기술지주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전문성을 부울경 지역 산업계에 전파하고 싶다는 생각에 손을 잡았다. 
또한 미래성장펀드의 투자 대상 다수가 해양 등 부산시가 추진하는 장기 전략 사업에 집중돼 있다. 서울대에는 부산시 장기 전략 사업에 부합하는 관련 학과가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령 서울대가 가진 연구 관련 인프라를 기술 고도화를 원하는 지역 창업가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울대와 함께 연구개발을 하거나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하는 등이 협력 방안이 될 수 있다. 
서울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이라도 해양이나 물류같이 부산이 잘 하는 사업 아이템을 주력으로 삼는 경우라면 그들을 부산으로 끌어오고 싶기도 했다. 이를 통해 부울경 지역 창업자 풀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기술지주와 손을 잡으면서 여러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소부장뿐 아니라 헬스케어,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분야를 망라하고 투자하는 이유가 있다면?
△AC는 펀드 운용으로 얻는 수익 비중은 적고, 타 기관 혹은 기업 육성 프로그램 운영을 주 사업으로 한다. 전문성을 지닌 분야에 투자해 수익을 높이는 VC(벤처캐피탈)보다 사업 범위가 넓으므로 다양한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 
게다가 지역적 특색도 영향을 미친다. 부울경 지역 스타트업 창업자의 특징은 이미 회사 생활 등 사회 경험이 많은 창업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창업자가 많다는 의미다. 이에 사업에 대한 판단은 창업자에게 주로 맡기고, 시리즈벤처스는 CFO 역할을 주로 한다. 창업자가 자금 걱정없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자금 조달에 대해 조언하고, 투자 자금 매칭 등 역할을 하는 것이다. 창업자 2명이 모두 금융권 출신인 점도 CFO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이유다.
 
-컨설팅 사업 비중이 높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대형 VC와 스타트업의 연결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부산 지역에는 현장에서 뛰는 소상공인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수많은 소상공인 창업이 나오고 있는 까닭에 부산이 기업형 소상공인을 양성하는 데 있어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여타 스타트업이 개발자 중심으로 플랫폼 개발에 집중했다면, 부산 지역 스타트업은 사업 자체에 집중하면서 성공을 거뒀다. 부산은 관광이나 문화 산업이 발달해 있고, 소상공인 간 경쟁도 치열하면서 사업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대표적으로 라이브엑스가 있다. 라이브엑스는 부산 지역 공유 미용실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매출이 100억원을 넘었다. 
시리즈엑스는 2~3년 전부터 소상공인 대상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당시 다양한 소상공인들이 찾아왔지만, 기술 창업 전문이라 장사하는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적었다. 이에 벤처 투자 특성을 살리며 소상공인을 지원할 방안으로 소상공인 기업화를 선택했다. 
보통 소상공인이 사업을 확장한다 하면 분점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상공인을 기업화하면 사업을 훨씬 더 크게 확장할 수 있다. 글로벌 진출, PB상품 생산, 핀테크와의 결합, 노하우 판매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부울경 지역은 청년 인구 유출을 겪고 있다. 벤처 생태계가 청년 인구 유출을 막는 데 도움이 되나?
△어느 정도 체급이 되는 스타트업이 많이 나온다면 청년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부산에서 출발한 라이프스타일 스타트업인 소셜빈은 직원 대부분이 20~30대 지역 청년들이다. 스타트업은 조직 문화가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지역 청년들이 지역에 남아있는 이유도 스타트업의 유연한 조직 문화 때문이다. 
청년들을 지역에 잡아두려면 많은 스타트업이 지역에서 자리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유니콘 기업보다 예비 유니콘 기업 10개가 더 도움이 되고, 예비 유니콘 10개보다 아기 유니콘 기업 100개가 청년 문제 해소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이다. 
다만, 벤처 투자만으로 청년 인구 유출을 막는 것은 어렵다. 지역 스타트업이 일정 수준 성장을 하면, 그 이후부터는 고용 측면에서 한계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 스타트업의 경우 공장은 지방에서 운영해도 유지가 되는데, R&D 연구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300억원 규모의 로봇 스타트업도 투자받고 가장 먼저 한 것이 판교에 사무실을 낸 것이다. 연구 인력을 확보하려면 수도권에 있어야 하고 결국 서울, 판교 등 IT 중심지에 가야 하는 것이다. 이에 파격적이고 적극적인 국가적 조치를 통해 수도권으로 몰리는 흐름을 돌릴 필요성이 크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부울경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하면서 창업자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AC로 발전하고 싶다. 요즘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이 많아지는 추세다. 스타트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향후 해외 지점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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