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AI가 초 단위로 맞춤형 단백질 설계
암과 슈퍼박테리아 정조준하는 맞춤형 단백질을 즉석에서 설계
호주 과학자들, 맞춤형 치료의 새 장을 열어
2025-07-16 10:05:35 2025-07-16 13:57:49
이 연구의 연구자들은 ‘단백질 설계의 민주화’을 강조한다. (사진=ChatGPT 생성)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몇 년 걸리던 단백질 설계, 이제는 단 몇 초면 충분합니다.”
 
호주 과학계가 생물의학 분야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습니다. AI(인공지능)가 암세포와 항생제 내성 세균을 정조준하는 맞춤형 단백질을 즉석에서 설계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호주 모나시대학교와 멜버른대학교의 과학자들은 AI 기반 플랫폼을 통해 실험실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단백질을 생산해냈고, 그 단백질은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대장균(E. coli)을 효과적으로 사멸시켰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7월11일 게재됐습니다. 
 
AI가 설계한 ‘단백질 무기’, 암과 세균을 겨냥
 
이번 연구는 단순한 기술 개선이 아니라, 단백질 설계의 본질을 뒤바꾸는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특정 질병에 대응하는 단백질을 설계하기 위해 수년에서 수십 년의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그러나 딥러닝 기반 AI 플랫폼을 통해 이 작업은 이제 몇 초 내에 완료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리스 그린터(Rhys Grinter) 박사와 개빈 노트(Gavin Knott) 교수는 “단백질의 기능과 구조를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함으로써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생물학적 도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개발한 단백질은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대장균 균주를 타깃으로 설계됐으며, 실제 실험에서 강력한 살균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백신부터 나노 소재까지…단백질 민주화 시대 선언
 
연구진은 이 AI 플랫폼이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 교수가 제안한 '엔드 투 엔드(end-to-end)' 설계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단백질 서열을 입력하면 3D 구조와 표적 기능을 갖춘 단백질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이 시스템은 약물, 백신, 진단 키트, 나노 재료,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이 플랫폼은 오픈소스 AI 설계 도구를 바탕으로 누구나 접근 가능하도록 구축되었습니다. 박사과정 연구진인 다니엘 폭스(Daniel Fox)는 “단백질 설계의 민주화를 통해 전 세계 연구자들이 더 빠르고 저렴하게 바이오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이 플랫폼은 특정 리간드(표적 부위)에 정밀하게 결합하는 단백질, 길항제·작용제 기능을 하는 단백질, 내열성과 효소 활성이 향상된 단백질 등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기존 치료법의 한계 넘어 자연에서 ‘설계로’ 진화
 
현재 사용 중인 대부분의 치료용 단백질은 자연에서 발견된 것을 개조하거나 선별해 재활용한 형태입니다. 하지만 AI는 아예 새로운 기능을 갖춘 단백질을 제로베이스에서부터 설계할 수 있어, 바이오신약 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린터 박사는 “AI는 더 이상 데이터 분석 도구가 아니라, 생명을 설계하는 파트너가 되었다”라고 표현합니다. 특히 암 치료제, 면역 단백질, 신경전달 물질 억제제 등에서 이 기술의 잠재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단백질 AI 혁명’ 신호탄
 
이 플랫폼은 모나시대학교 생물의학 발견 연구소와 멜버른대학교 바이오21(Bio21) 연구소의 협업으로 구축되었으며, AI 전문가와 단백질 구조 생물학자들로 구성된 팀이 설계부터 실험까지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구소장 존 캐롤(John Carroll) 교수는 “호주 과학계가 미국, 중국과 함께 AI 단백질 설계 분야의 세계적 리더로 도약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은 두 명의 젊은 과학자들이 야근과 주말을 반납하면서 ‘제로(0)’에서 시작해 구축한 진정한 기업가적 혁신의 결정체”라고 덧붙였습니다.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는 WHO가 경고한 ‘21세기 최대 공중보건 위기’ 중 하나입니다. 치료 불가능한 감염병이 매년 수십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가운데, AI가 개발한 단백질 치료제는 이 위협에 맞서는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플랫폼은 바이오 기술이 설계와 예측, 자동화의 영역으로의 진입을 보여줍니다. 앞으로도 수천 개의 맞춤형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도록 확장될 예정이며, 이는 진단기기와 백신 기술, 암 면역요법 등 다양한 의료 영역에 혁신을 불러올 전망입니다. 
 
이 연구에서 사용된 ChuA 리포터 균주 생성을 위한 유전공학 전략의 개념도. (사진=Nature Communications)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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