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삼성증권(016360),
메리츠증권(008560),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이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번 심사에서 각 증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핵심 평가 요소로 삼고 있어 대형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인가를 가를 결정적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039490) 등 5곳이 최근 금융위원회에 발행어음 본인가 신청서를 냈습니다. 이들 모두 발행어음 사업의 기준인 자기자본 4조원을 이미 넘겼습니다. 삼성증권(6조8000억원)과 메리츠증권(6조8000억원)은 6조원대, 하나증권(5조9000억원), 키움증권(5조6000억원), 신한투자증권(5조5000억원) 등은 5조원대를 기록했습니다. 사실상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초대형 IB들은 모두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입니다.
내년부터는 발행어음 인가 요건이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는 종합투자계좌(IMA) 및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실적을 2년 이상 유지하고 대주주 제재 이력, 자기자본 요건의 2년 연속 충족 여부 등을 새롭게 심사에 포함할 것이라 밝혔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기준이 강화되면 문턱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올해 안에 인가를 받으려는 움직임이 더 거세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번 심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요소는 각 증권사의 과거 사고 이력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내부통제 강화 수준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직원이 1300억원대 손실을 내면서 대규모 금융사고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해당 임직원은 현재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았으며 당국의 추가적인 제재가 예상됩니다.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가 사고 수습과 함께 조직 전반의 내부통제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업계에서는 대규모 금융사고인 만큼 수익 확보와 신뢰 회복에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메리츠증권은 전산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 체계가 평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상반기 전산장애 민원만 13건으로 증권사 중 가장 많은 민원이 접수됐습니다. 다만 삼성증권 CRO 상무와 메리츠화재·메리츠금융지주 위험관리책임자를 지낸 장원재 대표가 지난해 말 취임한 뒤부터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나증권은 최근 불공정거래 사건으로 심사에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하나증권의 과장 A씨가 배우자 명의의 타 증권사 계좌를 이용해 상장주식 1억7400만원어치를 매매한 사실이 적발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감봉 3개월과 과태료 100만원의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나증권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최근 제재 건은 심사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증권은 과거 대주주 리스크로 발목이 잡힌 경험이 있습니다. 2017년 발행어음 인가를 시도했으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재판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막혀 중단됐습니다. 이후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뒤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하며 올해 발행어음 사업 재도전에 나섰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은 과거 이슈를 털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얼마나 강화했는지가 이번 심사 포인트"라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10월, 늦어도 연내 발행어음 사업자를 발표한다는 계획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결격 사유가 없으면 신청사 모두가 인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적정 시점까지 지체 없이 심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위는 신청일로부터 3개월 이내 심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심사가 단순한 형식 심사를 넘어 사실상 내부통제 능력을 시험하는 자리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 인가는 단순히 자기자본 요건을 넘겼다고 해서 통과되는 절차가 아니다"라며 "당국이 최근 강화한 내부통제 기준을 얼마나 실효성 있게 이행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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