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평소에도 지반침하(싱크홀)를 당할까 봐 무서웠어요. 그런데 이번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니까 더 불안하네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난 시민들은 최근 '수도권 물폭탄'에 자칫 싱크홀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18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도로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강남구 논현동 소재 카페 직원 조모(50대·논현동 거주·여)씨는 "평상시에 자가용을 몰고 다니는데, 싱크홀이 너무 무서워서 땅 밑으로 지하철 노선이 지나가는 곳은 가고 싶지 않다. 지하철 노선을 만드느라 지하를 많이 뚫었을 것 아니냐"며 "비가 오니까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논현동에서 택시를 운행하던 기사 이모(60대 초반)씨 역시 "비가 와서 지반이 많이 약해졌을 것"이라며 "소나기가 오면 싱크홀이 갑자기 생길 수도 있는 건데, 정부가 금방 보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그래서 더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 3월 싱크홀로 인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한 일이 어디선가 또 일어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강남구 역삼동 소재 베이커리 직원 최모(50대·여)씨도 "솔직히 싱크홀에 대해서 잊고 살았는데, 주말에도, 다음주에도 비가 쏟아진다고 하니까 앞으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시민들이 불안에 떠는 이유는 최근 일주일 사이 연이은 폭우가 지반을 약화시켜 싱크홀을 만들 가능성도 높이기 때문입니다. 기상청과 서울시청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0일(오후 5시 기준)까지 서울에 내린 비는 263㎜입니다. △16일엔 73.1㎜ △17일엔 75.5㎜ △18일엔 16.1㎜ △19일엔 83.9㎜ △20일엔 14.8㎜가 쏟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25개 자치구 중에선 강남구에 215㎜의 비가 내렸습니다.
싱크홀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시청도 분주해졌습니다. 시청은 앞서 지난 15~17일 호우에 대비한 긴급예찰을 통해 △포트홀 122개 보수 △지하차도·전용도로·터널·교량·정비 370건 △대형공사장 58곳 점검 등을 실시했습니다.
또 지난 4월부터는 주요 도시·광역철도 공사장과 '깊이 10m 이상' 굴착한 공사장 등에 대해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주기를 연 1회에서 월 1회로 단축했습니다.
아울러 굴착공사장의 안전관리도 강화하는 중입니다. △폐쇄회로TV(CCTV) 등 24시간 모니터링과 작업상황 동영상 기록관리 강화 △다음달까지 서울시 건설공사 24개 현장 공사장 특별점검 △상수도·도시가스·전기·통신 등 기관 간 24시간 재난정보공유방 운영 등입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비가 많이 오니까 포트홀(도로파임)이 많이 생긴다. 장마철 되기 전부터 GPR 탐사를 충실히 했다"며 "사고 발생했을 때 조치가 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공문 발송해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18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도로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싱크홀에 대한 서울시청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논현동 카페 직원인 조씨는 "일하느라 바빠서 중앙정부든 서울시청이든 정책에 대한 소식을 제대로 접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논현동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씨도 "싱크홀을 방지하기 찾기 위해 땅속을 탐색한다는데 그게 얼마나 효과적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청은 올해 말까지 소형 차량형 GPR 3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입니다. 서울시 '시도' 1만1000㎞ 전수조사 주기를 기존 5년 1회에서 1연 1회로 단축할 계획입니다. 또 자치구 특별점검 지역에는 시·구 매칭 사업으로 30억원을 투입합니다.
서울시청은 노후·노수발생 상수관로를 중심으로 연간 정비 물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합니다. 연도별 정비 구간과 비용은 △올해 89.2㎞ 구간에 1519억원 △2026년 110㎞ 2101억원 △2027년 115㎞ 2222억원 △2028년 120㎞ 2348억원 등입니다.
아울러 2023년까지 하수관로 총연장 1만866㎞ 중 30년 이상된 노후·불량 하수관리 1300㎞를 우선 정비할 방침입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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