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이재명정부가 공언한 '코스피 5000달성'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글로벌 달러 약세와 이재명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맞물리며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모여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22일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KRX 출입기자단 '증권사 정기 간담회'에서 "코스피가 3000에서 5000으로 오르려면 60% 상승이 필요한데 과거 강세장에서 연간 20% 이상 오른 사례도 많았다"며 "대통령 임기 5년을 고려하면 연평균 10.7% 상승이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증시 상승세의 핵심 동력으로 달러 약세와 상법 개정 등 지배구조 개선을 꼽았습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3170.74로 마감해 지난 4월9일 저점(2293.70) 대비 약 38.2%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79원에서 1387원으로 하락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 강세(달러 약세) 구간에서 한국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 센터장은 "올해 코스피는 세계 90개 주요 지수 중 5위를 기록했고 대형 경제권 중에서는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며 "이는 거시경제적 활력이 반영된 결과라기보다는 달러 약세와 정책적 변화가 투자심리를 자극한 덕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재명정부는 코스피 5000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상법 개정안을 통해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등 지배구조 개혁 방안을 추진하며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 로드맵에 △자사주 소각 유도 △배당 확대 △공매도 제도 개편 등을 포함해 증시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김 센터장은 "지금은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보다 글로벌 유동성이 주가를 좌우하는 국면"이라며 "앞으로도 펀더멘털이 주가를 설명하는 메인 스토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달러 약세 흐름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과 경제안보 전략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공화당은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높이겠다고 주장하지만 역사적으로 감세 이후 재정적자가 줄어든 적은 없었습니다. 김 센터장은 "공화당 집권기마다 오히려 재정적자가 늘었고 이는 달러 가치 약세로 이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씨의 계엄·탄핵 사태 여파로 작년 말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80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1380원대까지 100원가량 내려왔습니다. 김 센터장은 "2022년에도 미국 금리 인상과 한국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환율이 1440원까지 올랐다가 이듬해 1220원까지 떨어졌다"며 "지금은 당시보다 미국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 해결 의지가 훨씬 강해 추가 하락 여력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달러 약세기마다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로 유입되며 강세장이 펼쳐졌습니다. 1970년대 중동 건설 붐 시기에는 연평균 28.9% 상승했고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 때는 연평균 58.8%의 급등세를 기록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중국의 고성장과 맞물려 연평균 23.6% 오르며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습니다. 2022~2023년 환율 하락기에는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16조원어치 순매수하며 증시 반등의 발판이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달러 약세와 지배구조 개선이 맞물린다면 외국인 자금 유입세가 지속돼 지수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코스피 5000은 도달하지 못할 정도의 황당한 목표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 22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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