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공급 과잉과 경기 위축으로 지식산업센터와 상가의 공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미입주를 넘어 대규모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입주 지연, 허위·과장 광고, 시공 부실 등을 이유로 수분양자들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인데요.
경기 의왕시에 조성된 지식산업센터인 ‘의왕스마트시티 퀸텀’은 대표적인 분쟁 현장입니다. 수분양자들은 실질적으로 입주 시기가 입주자 모집 공고에서 안내한 시점보다 늦어졌고, 입주 한 달 전에도 건물 외벽조차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입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수분양자 A씨는 "현장을 방문했을 때 소장이라는 사람이 3교대로 24시간 공사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입주지정일을 맞추기 위해 시공사가 무리한 공사를 진행해 건축물 안전성이 우려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건물을 완성하고 사용승인신청을 해야 함에도 관할구청에 사용승인을 받고 급하게 마무리 공사를 진행해 건물 인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의왕 스마트시티 퀀텀은 경기 의왕시 초평동에 위치한 지하 3층~지상10층, 연면적 27만9249㎡ 규모의 지식산업센터인데요. 입주자모집공고상 입주예정일은 2024년 2월 28일이었으나 HDC현대산업개발은 입주예정일을 5월 31일로 변경했으며, 건물은 6월 10일에 사용승인을 받았습니다. 수분양자들은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면서 실질적인 입주는 더 지연됐습니다.
경기 의왕시 초평지구에 위치한 ‘의왕 스마트시티 퀀텀’ 전경. (사진=HDC현대산업개발)
힐스테이트 지금 디포레 조감도. (사진=현대엔지니어링)
신도시 상가에서도 향후 발전 가능성과 증명되지 않은 수익률 등을 미끼로 투자자나 실입주자들을 기만하는 계약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지금지구 2블록에 위치한 ‘현대힐스 에비뉴 지금 디포레’ 상업시설 수분양자들은 허위·과장 광고를 하며 계약자들을 모집했다며 시행사와 시행 수탁자를 상대로 매매대금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수분양자 B씨는 "마트와 영화관 입점이 확정됐다는 말을 믿고 계약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입점은커녕 상가 입주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현재 2심까지 진행 중인데 소송으로 인해 피해자임에도 대출 미상환을 이유로 재산에 가압류가 걸려 경제활동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경우에서 민법상으로 위법한 행위, 형사상으로는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손해 발생사이에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반 시설, 배후 수요, 발전 가능성 등이 계약의 주된 요소가 돼야 하고, 계약이 체결돼 실제로 손해가 발생해야 하는데요. 실무에서는 해당 내용이 자료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분양 피해자들이 시행사와 시공사의 귀책 사유를 직접 입증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릅니다. 사실조회 신청을 해도 시공사나 신탁사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씨는 "인허가 관련 서류나 준공 때 낸 자료, 자재 내역서 공개를 요청해도 주지 않는다"면서 "분양 과정뿐 아니라 공기 단축을 위해 설계 변경이나 저급 자재 사용이 이뤄진 경우가 많아 사후 점검이라도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사실조회 및 정보공개 의무 강화, 허위광고에 대한 제재와 사전검증 절차 도입, 소송 중인 분양자에게 가압류를 걸 수 없도록 하는 법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러한 계약 해지 소송이 중소형 로펌을 중심으로 확산되며 ‘기획소송’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데요. 비주거 시장이 침체하면서 대출 미상환으로 시행사와 시공사가 중도금을 대위변제 해야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제 일부 현장에서는 로펌이 수분양자들을 조직적으로 모아 소송을 주도하고, 시행사는 ‘업무 방해’라며 역으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선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분양 과정에서 허위·과장 광고나 부실한 시공, 대출 연계 혼선 등 구조적 문제가 반복돼 온 만큼 관리 감독 강화와 수분양자 보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박휘영 법무법인 휘명 대표 변호사는 "선분양이면 수분양자가 돈을 낸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분양 과정에서 관리 감독을 할 수 없다"면서 "대주단 내지 신탁사 리그에서 정리가 되고 수분양자는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사용승인은 도면과 시공이 일치해야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공사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관행처럼 승인부터 받고 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분양 과정에서도 초기에는 고분양가에도 전매와 대출이 수월하다고 홍보하고, 이후 공사비 상승 등을 이유로 자재나 설계가 기존과 다르게 바뀌고 쪼개기 분양까지 이뤄지고 있는 사례도 있다"고 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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