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이명신 기자] 현대코퍼레이션이 에너지 사업 부문 재편에 나서고 있습니다. 기존 태양광 발전소 사업 대신 태양광 폐패널 리사이클링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현대코퍼레이션의 신사업 발굴 전략인 ‘3H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트레이딩 사업이 회사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코퍼레이션이 외연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입니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지난 2019년 7월 일본 시즈오카 쿠로마타에 준공한 1.2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사진=현대코퍼레이션).
28일 현대코퍼레이션에 따르면 회사 내 태양광 발전소 사업부 일부 인원들이 폐패널 리사이클링 사업부로 이동했습니다. 현대코퍼레이션이 태양광 사업 재편에 나선 것은 태양광 발전사업만으로는 기대만큼의 수익성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태양광 발전사업을 철수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해당 부서 이동의 경우 에너지 관련 사업부의 이동으로,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현대코퍼레이션은 HD현대의 태양광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엔너지솔루션의 태양광 패널을 트레이딩하면서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후 발전사업을 영위하며 태양광 사업을 키웠습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2018년 전북 완주, 충남 논산 등에 총 6개의 발전단지를 조성했습니다. 2019년에는 일본에도 발전단지를 조성하면서 현재 국내와 일본에 총 9.2메가와트시(MW) 규모의 태양광 발전단지 12호기를 운영 중입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태양광 발전사업 외에 수익처 다변화를 위해 태양광 폐패널 사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 4월 독일 태양광 재활용 업체 플랙스레스와 태양광 중심 재활용 합작법인(JV)인 ‘현대리어스 주식회사’를 설립한 바 있습니다.
헌대리어스는 현재 태양광 폐패널에 고온의 열을 가해 패널을 분리 후 재활용하는 사업의 실증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물리적 분해, 열분해 방식 대비 자원 회수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리어스는 실증 작업을 거친 뒤 해외 시장으로 태양광 폐패널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부서 이동은 현대코퍼레이션의 ‘3H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3H 전략은 트레이딩 사업(H1), 트레이딩과 연계한 생산·유통 사업(H2), 신사업(H3)의 단계를 거쳐 신사업을 발굴하는 전략입니다. H1의 수익을 극대화해 안정적인 먹거리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H2, H3를 발굴해 나가는 구조입니다.
3H 전략은 트레이딩 사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현대코퍼레이션의 비전이 담겨 있습니다. 과거 ‘수출 첨병’의 역할을 하던 종합상사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트레이딩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업계의 인식은 커져왔습니다. 하지만 현대코퍼레이션의 트레이딩 사업 비중은 국내 종합상사 업체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합니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신사업 발굴에 지속적으로 나서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현대코퍼레이션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1% 늘어난 1조8568억원, 영업이익은 3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5% 증가했습니다. 여기서 석유화학, 철강, 승용 등 트레이딩 사업의 비중이 80% 이상으로 매출 구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은 지난 2022년 창립 46주년 기념행사에서 “H3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거점을 중심으로 꾸준히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박창욱·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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