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해안도로 해변에서 수면으로 치솟고 있다.
지난 7월22일부터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이 ‘우리 바다 고래 라이브’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제주도의 협조로 설치한 관측소(서귀포시 해변)에서 남방큰돌고래(Indo-Pacific Bottlenose Dolphin)를 실시간으로 촬영해, 평일 낮 시간에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하고 있습니다. 다만 돌고래가 항상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서, 관찰을 원한다면 오픈채팅방을 통해 고래 출현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고래가 보이지 않을 때는 아름다운 제주 바다 풍경과 해녀들의 물질 장면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주 대정읍 신도리 일과해안도로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리다 보면, 육지에서도 남방큰돌고래를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옵니다. 하루를 온전히 기다리면 두세 차례 정도 조우할 수 있고, 쌍안경이 있다면 수면을 박차고 오르는 돌고래 무리의 모습도 보다 선명히 볼 수 있습니다.
신도리 해안가는 물고기 양식장이 밀집해 있습니다. 양식장에서 흘러나온 사료를 먹으려고 멸치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몰려들고, 이를 노린 고등어나 숭어 떼가 그 뒤를 따릅니다. 다시 이들을 쫓아 남방큰돌고래가 사냥을 위해 접근하지요. 바다 위 먹이사슬의 역동적인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순간입니다. 이 해안가를 따라 고래 관광선도 이동하지만, 돌고래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육지에서 조용히 관찰하는 것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몸길이가 2.6cm, 몸무게는 약 230kg 정도인 남방큰돌고래는 멸종위기 해양 포유류입니다. 등은 어두운 회색이고, 배는 더 밝은 회색을 띱니다.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제주 해안선을 따라 약 12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고, 특히 서귀포시 대정읍 인근 해안에 개체수가 많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성산, 하도리, 차귀도 인근 해안에 자주 나타납니다.
제주 사람들은 남방큰돌고래를 제주 사투리로 ‘수애기’ 또는 ‘곰수애기’라고 부릅니다. 해녀들은 이 수애기를 전혀 두려워 하지 않고, 수애기 또한 해녀 곁으로 스스럼없이 다가와 놀고 갑니다. 오랜 세월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해온 결과입니다. 남방큰돌고래는 고깃배에도 자주 접근해 배에서 떨어지는 생선 자투리를 노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고깃배 스크류에 지느러미나 등이 찢기기도 하고, 바다에 버려진 폐어구에 온몸이 감겨 죽음을 맞는 일도 있습니다. 똑똑한 돌고래들은 수족관이나 동물원에서 쇼를 위해 훈련되곤 했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아이들과 함께 돌고래 쇼를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제주도 대정읍 신도리 해안에서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그 중 일부는 제주 연안에서 불법 포획한 돌고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며 불법 포획 돌고래 방사 운동을 시작했고, 방사 장면이 뉴스와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왔습니다. ‘제돌이’, ‘삼팔이’, ‘복순이’ 등 지금까지 약 30여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다만 자연에 대한 충분한 적응 훈련 없이 방사한 일부 개체는 소식이 끊기기도 했습니다. 이제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비교적 널리 알려진 존재가 되었습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돌고래 보호 활동에 앞장서고 있고, 세계자연기금(WWF) 한국 본부도 2021년 50쪽 분량의 남방큰돌고래 소개서를 발간했습니다.
특히 2022년 큰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가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자주 언급하며, 극의 주요 소재로 삼았습니다. 당시 드라마 작가와 PD가 드라마 콘셉트를 구상하던 중, 한 건축설계사 대표의 카페에 걸려 있던 남방큰돌고래 사진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후일담을 들었습니다. 그 사진은 2021년 인사동 문화공간 코트(KOTE)에서 열린 생명의 숨소리 사진전에 실린 김용재 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 2025년 4월, 제주도는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 2.36 ㎢를 남방큰돌고래가 서식하는 전용 해양보호구역으로 처음 지정했습니다. 저는 제주에 갈 때마다 이곳을 찾습니다. 특히 석양 무렵, 사냥을 마친 돌고래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무리를 지어 유영하고 하늘로 솟구쳐 오르며 하루를 마감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환상입니다.
1986년 발효한 상업적 목적의 국제포경금지조약을 준수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최근 고래의 개체수가 늘어나고, 한반도 해역에서 사라졌던 희귀한 고래들도 종종 목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지구의 자연유산인 고래를 우리 후손들도 보고 느낄 수 있게 영원히 보호해야 합니다.
사진,글= 김연수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wildik02@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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