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월세화 가속'…가중되는 주거비 부담
수도권 전세 매물 급감…고액 월세 계약도 확산
2025-08-04 16:45:33 2025-08-04 16:45:33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의 대출 규제 이후 전세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수도권에서 전세 매물의 품귀 현상과 더불어 월세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세입자는 정책대출 한도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줄어든 데다 유주택자의 경우 전세금 반환을 위한 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도 감소했는데요. 
 
4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2만2865건으로 연초 3만1814건 대비 28.13%가 줄었습니다. 2023년 1월 5만5882건까지 늘었는데 불과 3년 만에 60% 가까이 감소한 것입니다. 이날 기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5540가구) '트리지움'(3695가구), 문정동 '문정래미안'(1696가구),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SK뷰''(1305가구) 등 대규모 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이 한 건도 없습니다.
 
전세시장 불안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임차인도 증가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30일 서울에서 체결된 전·월세 거래 1만3571건 가운데 42.4%인 5748건이 갱신 계약이었습니다. 대출 규제와 청구권 사용 증가로 전세 매물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부동산 시장에선 하반기 이후 예상되는 '입주 절벽'으로 전셋값 상승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예정 입주 물량은 10만323가구입니다. 이는 지난해 동기(16만3977가구)보다 39% 감소한 수치로, 올해 상반기(14만537가구)와 비교해도 29% 감소한 수치입니다.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전셋값은 오르고 있는데요.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셋째 주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서울 0.06% 올랐습니다. 강남권에서는 송파구(0.23%)는 잠실·가락동 주요단지 위주로, 강동구(0.22%)는 명일·암사동 위주로, 강서구(0.13%)는 화곡·가양동 대단지 위주로 올랐습니다.
 
강북권에서 용산구(0.11%)는 한강로3가·한남동 위주로, 광진구(0.10%)는 자양·광장동 학군지 위주로, 동대문구(0.07%)는 답십리·휘경동 주요단지 위주로, 도봉구(0.05%)는 창·도봉동 위주로, 성북구(0.04%)는 길음·돈암동 중소형 규모 위주로 상승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서울 도심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7월 월세 계약 42%…월세가격지수도 역대 최고
 
전세 물량은 감소했지만 월세 물량은 증가했는데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5555건 중 월세는 42.2%(2345건)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월세 비중 41.5%와 비교하면 소폭 늘었습니다.
 
고액 월세 계약도 강남3구를 넘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과 강북권까지 확산하는 추세입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지난달 19일 전용 84㎡가 보증금 2000만원, 월세 875만원에 거래됐습니다. 강북권에서는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 전용 84㎡가 지난달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15만원으로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성동구 금호동1가 e편한세상금호파크힐스 전용 59㎡는 보증금 1억원, 월세 300만원에 계약됐습니다.
 
수도권 오피스텔 시장에도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부동산R114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서울·경기·인천지역 월간 오피스텔 임대차 계약을 분석한 결과 2025년 6월 임대차 계약 중 월세 거래는 72%에 달했습니다. 서울 75%, 경기가 71%로 전월세 거래 10건 중 7건이 월세 계약으로 체결됐습니다. 인천은 62%로 서울, 경기지역 보다 월세 거래 비중은 낮았으나, 지난 해 같은 기간(54%)대비 계약 비중이 8%포인트 늘며 증가폭은 가장 컸습니다. 오피스텔 월세 거래 비중이 늘어나면서 매달 지출해야 하는 평균 월세가격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고액 월세 계약 체결과 더불어 월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도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27.4로, 2024년 3월 112.6을 기록한 이후 17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2022년 7월 103.14에서 2023년 7월 108.51, 2024년 7월 114.75로 꾸준히 상승했으며 불과 3년 만에 23.6%가 급등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전세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월세를 추가하는 계약도 늘고 있는데 이는 물량 부족, 대출 제한, 비용절감 등이 서로 맞물린 결과"라면서 "대출 규제가 계속 걸려 있고 전셋값도 오른 상황인 데다 입주 물량이 축소되고 있어 이같은 흐름은 향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