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공영방송 이사회를 3개월 안에 모두 교체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전날부터 24시간 동안 진행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여당 주도로 종결된 후 방송법 개정안이 최종 통과됐습니다. 이에 따라 <KBS>(한국방송)의 이사진을 비롯해 <연합뉴스TV> 등의 보도전문채널 대표도 3개월 내 교체가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YTN>과 같이 상법을 적용받은 주식회사 방송사의 경우, 방송법 적용에 대한 법적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여기에 국민의힘은 방송법에 대해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법률"이라며 헌법재판소(헌재) 위헌법률심판 청구 등 총력 저지에 나서겠다는 계획입니다. 향후 방송법의 운명이 헌재에 달렸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법 적용' 방송사엔 위헌 논란…헌재에 달렸단 관측도
방송법 개정안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80명 중 178명의 찬성, 2명의 반대로 의결됐습니다. 민주당은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토론을 종료할 수 있는 규정을 이용해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고 법안을 처리했습니다. 전날부터 필리버스터로 방송법 개정안 저지에 나섰던 국민의힘은 끝내 국회 통과를 막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방송법 개정안으로 인해 방송사의 사장을 선출하려면 100명 규모의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반드시 구성해야 합니다. 공영방송은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보도전문채널은 사장추천위원회를 설치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사장후보국민추천위가 최대 3명의 후보자를 이사회에 추천하면 이사회는 2주 내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최종 후보 임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절차를 밟게 됩니다.
이와 함께 보도의 독립성을 위한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도 구성됩니다. 이어 공영방송 3사와 보도전문채널(YTN·연합뉴스TV)은 보도국장(보도책임자) 임명 시 종사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게 하는 임명동의제도 실시됩니다.
또 방송법 개정안 통과로 11명인 <KBS> 이사 수가 15명으로 늘었습니다. 추천 주체를 국회와 시청자 단체, 학계, 법조계 등으로 다양화했습니다. 각 당의 의석수에 비례해 국회에서 총 6명의 이사를 추천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의석수로 보면 민주당이 4명, 국민의힘이 2명 추천하게 됩니다. 이어 시청자위원회 2명, 방송 종사자 3명, 학회 2명, 법조계 2명의 추천으로 <KBS> 이사진이 구성됩니다.
특히 <KBS>는 법이 시행된 후 3개월 내에 이사회를 재구성해야 합니다. 3개월 안에 이사진을 모두 교체하라는 것인데요. <연합뉴스TV>와 같은 보도전문채널의 대표와 보도 책임자도 '법 시행 3개월 이내에 법에 따라 대표자와 보도 책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해 교체하라는 취지가 법에 담겼습니다.
다만 상법을 적용받는 <YTN>과 같은 주식회사 방송사의 경우 방송법 부칙의 '위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향후 법적 문제가 불거지면 방송사 이사진 구성에 대한 방송법 적용 여부가 헌재에서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나머지 방송법도 8월내 처리…국힘은 위헌심판 청구 '예고'
방송법 외 나머지 방송 2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다음 본회의가 오는 21일에 열릴 경우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즉시 표결하고,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21일 필리버스터 후 22일 표결이 예상됩니다.
2개 법안이 통과되면 <MBC>(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EBS>(교육방송)의 이사 수가 각각 9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13명 중 5명 역시 각 당의 국회 의석수에 비례해서 추천하게 됩니다. 나머지 이사 추천권은 시청자위원회, 방송사 임직원, 방송·미디어학회에 배분됩니다. 특히 <MBC>의 경우 변호사 단체에 추천권이 있고, <EBS>에선 교육 단체에 추천권이 주어집니다.
지금까지는 법적 근거 없이 여야가 7대4(KBS) 혹은 6대3(MBC·EBS) 구도로 추천해온 탓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을 둘러싼 '낙하산 사장' 논란이 끊이질 않았는데요. 방송 3법 개정안은 공영방송을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 목표로, 법이 시행되면 1987년 이후 38년 만에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의 방송 3법 추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입법 강행 시 위헌법률심판 청구를 예고했습니다. 향후 방송 3법의 적용 여부를 헌재에서 가리겠다는 겁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방송 3법에 대해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려서 그 추천 이사를 민주당, 언론노조, 민변 등에 골고루 배분하는 공영방송 나눠 먹기 법"이라며 "민주당이 끝내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국민의힘은 위헌법률심판 청구 등 모든 법적 가용 수단을 동원해서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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