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떨어지는 금감원…'금융위 출신' 수석부원장 때문?
2025-08-07 06:00:00 2025-08-07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존재감이 상반되는 모습입니다. 금융위는 현 정부의 국정 과제에 부응해 속도감 있게 정책을 내고 있는데요. 반면 금감원은 수장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조직 축소 가능성까지 불거지고 있어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정무적 대응이 중요한 시기에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감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금융위 출신의 수석부원장에 화살을 돌리는 기류도 있습니다. 
 
금감원장 부재 리더십 공백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거론되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은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 금융감독 행정 기능과 금융감독 실무 기관인 금감원을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인데요. 금융위가 현 구조에서 쪼개질 수 있는 그림입니다.
 
현재의 금감원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권한과 역할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편안에는 금감원 내 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금소원을 분리하고 감독권을 쪼개는 것까지 현실화할 경우 조직 자체의 입지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금감원은 그간 금소원 설립 등 조직개편 주요 이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 일원으로서 이 같은 의견을 정식으로 피력하거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수동적 대응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내부 익명 게시판 등에서도 "전략적으로 나설 리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반면 금융위는 6·27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놓아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적절한 규제로 큰 효과를 봤다"는 호평을 받았고, 배드뱅크와 새출발기금 등 민생 회복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조직개편 논의 속에서도 내부 인사를 통해 부위원장 공석을 채우는 등 부처의 기능과 필요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전 정부와 달리 금감원의 존재감은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금융위원장보다 더 큰 목소리를 냈던 이복현 전 금감원장으로 인해 금감원 위상은 역대 가장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전 원장 퇴임 이후 수장 공백 기간이 길어지면서 외부적으로 존재감이 줄어든 것은 물론 내부도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조직개편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복지부동 분위기 파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금소원 분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기는 합니다. 금감원 실무직원들이 성명서를 통해 "금융소비자 권익증진을 위해선 분리보다 현재 통합 체계를 유지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금소처 분리에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무게감 있는 기관장급의 의견이 아닌 데다 조직 이기주의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입니다. 
 
금감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수석부원장에 화살을 돌리는 기류도 있습니다. 금감원은 전임 원장이 지난 6월5일 퇴임한 이후 이세훈 수석부원장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수석부원장은 금융위 출신으로 직전에 금융위 사무처장을 지냈습니다. 금융위 핵심 보직인 금융정책과장과 금융정책국장을 두루 거치기도 했습니다. 
 
금융위 출신이 금감원장 대행을 맡고 있어 금감원 대응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금감원의 '2인자'격인 수석부원장 자리는 과거부터 금융위 고위 관료가 차지했습니다. 2008년 이명박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위·금감원으로 분리된 이후 두 기관은 갈등을 반복했습니다. 금융위 출신의 고위급 인사가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와 두 기관의 갈등을 조율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맡았던 금융 관료들의 이후 행보를 보면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같이 금융위로 다시 돌아와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한 경우가 있습니다. 상당수는 한국거래소나 정부 산하 연구소, 공기관 등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수석부원장이 금융위 고위 관료가 거쳐가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금감원 조직을 대변하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수석부원장도 신임 원장이 선임되기 전까지 안정적인 현상 유지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데요. 최근 금감원 내 일부 부서가 정부 국정 과제에 부합하는 동시에 감독당국 역할을 강조하는 구상을 내놨다가 반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수석부원장은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부처는 금융위이기 때문에 금감원은 리스크 관리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 역할에 집중하라는 말은 당연하면서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위험 가능성이나 리스크 관리를 강조할 경우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전부터 감독당국이 초를 친다는 지적을 받지 않겠나"라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과 조직개편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석부원장으로서 금융위보다 금감원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부담일 것"이라며 "태생적인 제약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금융위 출신이라 그렇다는 꼬리표는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지난 6월9일 퇴임한 이후 이세훈(사진) 수석부원장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