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타깃 될라"…건설업계 '패닉'
비용 증가·수주 위축 지연 등 경영리스크 확대 우려
2025-08-07 13:48:41 2025-08-07 16:56:41
 
[뉴스토마토 홍연·송정은 기자] 정부가 건설 현장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강력한 제재 방안을 검토하면서 건설업계 전반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업계는 정부의 현장 안전 강화 방침에 공감하면서도 비용 증가과 수주 활동 위축 등 경영 리스크 확대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 산업재해가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 △건설업 등록 말소 △공공 입찰 제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 부과 등 고강도 규제를 다각도로 검토 중입니다. 이 가운데 ‘공공 입찰 참가 제한 기준’을 기존 ‘사망자 2명 이상’에서 ‘1명 이상’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현행 규정상 발주기관이 공공 입찰에서 입찰 참가 요건을 결정하고 있어 기획재정부가 이를 확정하면 해당 기관에서 위원 심의를 통해 최종 확정됩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면허 취소는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징계 수위인데요. 포스코이앤씨에 면허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면 성수대교 붕괴 사고의 책임으로 1997년 면허가 취소됐던 동아건설산업 이후 두 번째 사례가 됩니다. 업계에서는 면허 취소 시 건설산업 자체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정부의 강경 기조 앞에 공개적 반발은 자제하는 모습입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전반적인 수주 활동, 영업 활동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공공 입찰 제한은 공공부문 사업 참여 비중이 높은 중견급 건설사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법 개정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아직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면허 취소까지 언급되는 건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도 국회에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발주자나 시공사 등 상대적으로 큰 권한이 있는 주체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요.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업자나 건축사 등에게 최대 매출의 3%에 해당하는 과징금 또는 1년 이하의 영업정지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공사나 원청보다 협력사, 하도급사 근로자 사망 비율이 높은 현실을 감안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원청에만 책임을 묻는 구조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협력사 안전 수준에 따라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6일 경기 광명시 포스코이앤씨 광명 고속도로 공사 사고 현장에서 사고 발생 관련 보고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도 높은 페널티 도입 vs 처벌 일변도 정책 한계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산재 근절을 위한 대통령의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됐음에도 안전사고가 반복된 상황에 건설업계도 안타깝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현 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제재는 입찰 제한이며, 공공 공사 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 건설사들은 일정 수준의 경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민간 주택사업 중심의 기업에는 직접적 영향이 적을 수 있으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 공공기관 발주 공사의 비중도 상당해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건설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한 처벌을 넘어 강도 높은 경제적 페널티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현재 논의 중인 ‘사망자 1명 발생 시 입찰 제한’은 확실한 경고 수단이 될 수 있으나 공공부문에 국한된 제재여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 교수는 "민간 부문 사고도 잦은데 이를 제어하려면 기업의 이윤 창출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강한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며 "예컨대 과징금 부과 비율을 매출의 3%보다 높이는 식으로 안전사고 발생 시 큰 손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징벌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전 관련 제재 강화를 통한 산재 근절 취지엔 공감하지만 지나친 징벌은 협업 구조를 흔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회피와 갈등이 반복될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도 효과적이긴 하나 수준 조절이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업계는 정부의 규제 방향성을 주시하면서도 원청이나 최고경영자(CEO)의 법적 책임 강화라는 접근보다는 산업 구조와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을 완전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원청만을 타깃으로 한 과잉 규제는 산업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어 현장 특성을 반영한 지원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홍연·송정은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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