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관세’가 호재 된 조선…LNG·MRO는 ‘뒷맛’ 남겨
조선·기자재엔 신규 매출원 ‘환호’…기업별 유불리 따져봐야
‘중국 무비자’ 이제 좀 풀리는데 군산에 MRO 기지?
2025-08-08 06:00:00 2025-08-08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로 수출기업들 대부분이 울상이지만 나 홀로 웃고 있는 곳이 조선입니다. ‘마스가’ 참여에 미 군함 정비사업 시장 진출로 새로운 먹거리가 열린 데다 아직 테이블에 오르지 않은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부 사업은 호재로만 볼 수도 없어 뒷맛이 남습니다. 다른 산업이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관세 협상 ‘콩고물’ MRO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을 비롯해 HD현대마린엔진, 동성화인텍 등 조선 기자재 종목들까지 동반 상승했습니다. HJ중공업(19.86%), 오리엔탈정공(27.94%)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사진=뉴시스)
조선주의 강세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항목에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가 포함된 영향입니다. 미국의 조선업 부활은 미래의 경쟁을 예고하지만 당장 우리 기업들에겐 새로운 수익원이 될 전망입니다. 
 
또한 마스가 덕분에 미 군함 MRO(Maintenance·Repair·Overhaul) 시장도 활짝 열렸습니다. 일반 선박처럼 군함도 주기적인 정비와 보수가 필요해 꾸준한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먹거리를 얻게 된 덕분에 10년 만의 호황에 올라탄 한국 조선업은 더욱 날아오를 수 있게 됐습니다. 조선주들의 상승은 지난해 초부터 2년째 이어지고 있는데요. 관세 협상 전후로 상승 기울기는 더욱 가팔라졌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 주요국들과 관세 협상을 벌이면서 자국에서 생산한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량을 크게 늘리기로 했는데요. 이를 수송하기 위한 선박이 더욱 많이 필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LNG 운반선의 경우 한국 조선사들이 경쟁력 우위에 있어 건조 주문이 증가할 경우 수혜도 예상됩니다. 
 
알래스카 LNG, 기회이자 ‘독배’
 
이번 협상에선 제외됐지만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도 국내 조선업과 연결돼 있습니다. 
 
미국은 북극에서 가까운 알래스카 북부에 프루도베이(Prudhoe Bay) 가스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가스전의 매장량은 미국 내 2위 규모인 40조ft³(입방피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서 채굴한 가스를 알래스카 남쪽 앵커리지 인근 니키스키항 터미널로 운반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로 수출할 생각입니다. 알래스카 북에서 남까지는 파이프라인으로 종단합니다. 
 
계획대로 완공된다면 미국은 대규모 가스전을 사업화할 수 있고, 운송 거리를 크게 줄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파생되는 산업에도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가 있습니다. 지금은 미국 동부 멕시코만에서 출항해 파나마운하를 통과, 태평양으로 나와 아시아로 향합니다. 거리가 멀어 운송 거리와 기간, 비용 모두 높습니다. 
 
이 사업이 진행된다면 국내 조선업 특히 기자재 업체들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 전망입니다. LNG 터미널에는 각종 액화 설비와 보관설비 건설이 필수이고 여기에 특화된 국내 기자재 업체들과 건설사들이 있습니다. 또 파이프라인 건설에 필요한 강관과 피팅·밸브 제조업체들도 한껏 기대에 부푼 모습입니다. 최근 기자재 업체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문제는 사업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가 처음 사업을 구상할 당시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각종 물가가 크게 오른 지금은 크게 다릅니다. 완공까지 10~15년씩 걸리는 장기 사업이기에 사업성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일본과 우리 정부에 이미 동참을 건의했으나 모두 고사한 이력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고율 관세를 앞세워 미국이 압박 강도를 높인 모양새입니다. 일본은 이번 협상에서 또 사업 참여를 제안받았고 결국 합자법인 형태로 프로젝트 참여를 공식화했습니다. 우리와의 협상에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으나 세부 사항 조율 과정이나 미군 주둔비 협상, 품목별 관세 협상 등 언제 어디서든 다시 거론될 수 있다는 변수는 남아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사진=연합뉴스)
 
군산 MRO? 중국 자극할라
 
사업 동참 소식이 들린다면 일부 기자재 업체들은 반갑겠지만 미국에서 벌이는 사업에 우리 납품업체들이 어느 정도 수혜를 얻게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또 사업을 이끌어갈 한국가스공사도 입장이 다릅니다. 이익보다 손실 방어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개발업체들의 주가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MRO 사업 또한 휘발성을 내포하고 있어 모두에게 호재는 아닙니다. MRO 사업은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하는 것이어서 사업 자체로는 이득이지만 MRO 사업지로 군산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 발화 요인입니다. 
 
지난달 일부 언론에서 한국 정부가 군산항에 미 해군 MRO 기지 건설을 제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근 HD현대중공업이 미군의 4만1000톤급 화물보급함 앨런 셰퍼드함 정비사업을 수주했는데요. HD현대중공업은 군산에도 조선소가 있습니다. 과거 국내 조선업이 극도의 침체에 빠졌던 2016년엔 조선소를 폐쇄한 적이 있고 매각설도 나왔습니다. 한국 조선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지금도 매각 얘긴 사라졌어도 완전히 정상화된 것은 아닙니다. 이에 군산조선소를 MRO 전문으로 키우자는 말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군산조선소가 서해에 있다는 점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주도 강정에 군항을 건설할 당시 민감하게 반응했던 중국이 그보다 가까운 곳으로 미 군함이 드나드는 것을 조용히 지켜볼 리 없습니다. 
 
고고도미사일(THAAD) 갈등 후 오랜 기간 경색돼 있던 양국 간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다음 달 말부터 중국 무비자 관광객 입국이 허용된 마당입니다. 화장품, 카지노, 호텔, 면세점 등 모처럼 기대감에 부풀어 주가가 오른 종목들이 많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한한령이 전면 해제돼 중국 콘서트를 개최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이런 시기에 군산조선소가 MRO 기지로 지정된다면 조선업은 몰라도 중국향 섹터들은 날벼락을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 참여 소식이 나온다거나 MRO 사업 수주에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등장하지 않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소식이 나올 경우 호재와 악재로 작용할 종목을 미리 분류해 대응해야 합니다. 기자재 업체를 투자하더라도 미국 현지 기업에 밀릴 수 있는 품목보다는, 글로벌 점유율이 높고 미국 매출 비중이 큰 품목을 만드는 기업 주식이 적합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선 한국 기업의 강관보다 성광벤드, 디케이락 같은 피팅·밸브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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