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 타결에도…성장률 상향 조정 없었다
KDI, 올해 성장률 0.8% 유지…여전히 '0%대' 눈높이
건설투자 -8.1% '뚝↓'…소비·수출 플러스 효과 상쇄
2025-08-12 15:38:16 2025-08-12 17:17:2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 경제가 0.8%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경기 부양 기대감과 소비 회복세,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도 극심한 건설업 부진에 발목이 잡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입니다. 특히 KDI는 이번 전망에 최근 미국이 언급한 반도체 100% 품목 관세는 반영하지 않았는데, 반도체 관세율이 큰 폭으로 오르거나 미국과 중국 등 통상 갈등이 심화하면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소비쿠폰 풀어도 건설투자 부진에 '발목'
 
KDI는 12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지난 5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와 같은 수준입니다. 앞서 KDI는 5월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대폭 낮춘 바 있습니다. 
 
KDI의 전망치는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은 수준입니다. 이번 전망은 소비 지표 개선 등으로 최근 성장률 전망을 올려 잡은 시장의 기대감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삼성증권(1.1%) 등 국내 주요 증권사 7곳은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 이상으로 높였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해외 투자은행(IB) 8곳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도 1.0%입니다. 
 
줄상향하는 시장의 전망과 다르게 KDI가 기존 눈높이를 유지한 배경에는 건설투자 부진의 이유가 컸습니다. KDI는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8.1%)을 기존 전망보다 3.9%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는데, 건설투자 부진이 소비·수출의 플러스 효과를 상쇄한다고 짚었습니다. 
 
상반기 건설투자가 기존 전망을 밑돈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가 지연돼 건설투자 회복이 지체될 수 있으며, 최근 6·27 대책 등 대출 규제 강화와 건설 현장 안전사고 예방 강조 등이 건설업 부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KDI의 판단입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건설투자 전망은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도체 품목 관세 미반영…통상 갈등 격화 시 성장률 추가 하락 
 
반면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 효과로 올해 민간소비는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 오른 1.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수출 증가율은 기존보다 1.8%포인트 상향한 2.1%로 수정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와 관세 효과를 피하기 위한 선제적 수요를 반영한 결과이지만, 지난해(6.8%) 대비로는 여전히 증가 폭이 크게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KDI는 미국과 주요국 간 통상 갈등이 격화하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져 성장률 전망치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번 전망에는 최근 미국이 언급한 반도체 100% 품목 관세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정 실장은 "대만 등에서 우리 반도체가 중간재로 활용돼 반도체 관세가 큰 폭으로 오를 경우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예상했습니다. 유류세·공공요금 인상 등 상방 요인이 있지만, 수요 압력이 낮아 지난해(2.3%)보다 완만한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봤습니다. 경상수지는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1060억달러 흑자로 내다봤습니다. 취업자 수는 15만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KDI는 내년 성장률은 1.6%로, 기존 전망치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수출 증가율(0.6%) 둔화에도 건설투자(2.6%) 등 내수 부문이 반등하며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 실장은 "추가 재정정책으로 올해 성장률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추가 재정 부양책이) 필요하다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오른쪽)과 김지연 전망총괄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수정 경제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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