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관리형 토지신탁 수탁자 책임한정특약 유효"…신탁재산 범위에서만 반환
2025-08-20 06:00:00 2025-08-20 06:00:00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대법원에서 관리형 토지신탁의 수탁자가 수분양자들과 분양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 책임한정특약이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관리형 토지신탁은 토지소유자(위탁자)가 신탁회사(수탁자)에 토지를 신탁하고, 위탁자가 사업비 조달 및 인허가 관련 업무를 하면 수탁자는 사업시행자가 돼 분양 계약과 자금 관리 등 사업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서초동 대법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피고 A회사는 B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에 건물을 신축해 분양하는 사업을 위해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건물의 호실에 관해 분양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했습니다. 2021년 4월경 피고와 B회사는 원고들에게 2021년 5월7일까지 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이 사건 분양 계약을 해제하고 위약금으로 총 분양 대금의 10%는 피고와 B회사에 귀속된다고 통보했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피고 등을 대상으로 계약금과 그에 대한 법정이자 등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한편 원고들은 2020년 12월경 건물의 설계 변경 사실을 알게 돼 설계 변경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민원을 고양시에 제기했고, 고양시는 수사기관에 이를 고발해 B회사에 대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이 2022년 1월경 확정됐습니다. 위 분양 계약에는 피고가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분양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1심은 원고들에게 약정 해제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봐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심은 위 분양 계약 해제 조항이 원고들의 약정 해제 사유를 규정한 것인 점, 이 사건 분양 계약이 실제 행위자와 권리 의무의 귀속 주체가 분리됨을 전제로 체결된 것이므로 계약 해제 사유를 해석할 때 행위자가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계약 해제 사유에 포함된다고 해석해야 하는 점 등을 들어 약정 해제 사유가 발생했다고 보고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에서의 쟁점은 △피고가 원고들과 체결한 분양 계약에서 신탁재산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진다는 책임한정특약의 유효성 △분양 대금의 반환 의무 등을 위탁자인 B회사가 부담하기로 하는 면책적 책임 인수 조항이 원고들에 대해 효력이 있는지 여부 △신탁 종료 시 피고의 분양 계약상 권리 의무 일체가 위탁자인 B회사에 승계된다는 면책적 계약 인수 조항에 따라 면책됐다는 피고의 항변에 관한 원심의 심리 미진 여부 등 세 가지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분양 계약이 원고들의 약정 해제권 행사로 인해 적법하게 해제됐다고 인정하고, 피고가 분양 대금의 반환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분양 계약에 피고가 분양 대금 반환 의무를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고, 위탁자 B회사가 분양 대금 반환 의무를 부담한다는 조항은 분양 계약 말미에 피고와 B회사 사이에 신탁계약이 체결됐음을 알리고 그 신탁계약의 내용을 정리한 것에 불과해 분양 계약상 채무가 면책적으로 B회사에게 인수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신탁법은 신탁 사무의 처리에서 발생한 채권의 채권자는 신탁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고, 신탁 행위로 인해 수익자에 대해 부담하는 채무는 수탁자의 이행 책임을 신탁재산의 한도 내로 제한합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수익자 이외의 제3자 중 신탁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채권자에 대해 수탁자가 부담하는 채무에 관한 이행 책임은 수탁자의 고유재산에 대해서도 미친다고 봅니다. 다만 관리형 토지신탁의 수탁자가 수분양자와 분양 계약을 체결하면서 신탁재산 범위 내에서만 계약상 책임을 부담한다는 책임한정특약을 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그 특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의 분양 대금 반환 의무가 신탁재산 범위를 초과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주문에서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지급을 명한다는 취지를 표시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겁니다. 
 
이 사건 분양 계약에는 위탁자 B회사는 피고와의 신탁계약이 해지 또는 종료되면 이 사건 분양 계약에 기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모든 권리 의무가 별도의 조치 없이 위탁자 등에게 면책적으로 승계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피고는 2심에서 B회사와 사이에 신탁계약이 종료돼 분양 대금 반환 의무가 B회사에게 면책적으로 승계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들과 피고가 분양 계약을 통해 신탁계약의 해지나 종료를 불확정 기한으로 면책적 계약 인수 약정을 했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2심은 이 사건 신탁계약의 해지나 종료 여부를 심리해 분양 대금 반환 의무 등 권리 의무 일체가 위탁자인 B회사에 면책적으로 승계됐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이러한 심리를 하지 않아 2심 판결을 깨고 돌려보낸 겁니다. 
 
신탁법에는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무에 대해 신탁재산만으로 책임지는 유한책임신탁 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신탁법에서 유한책임신탁을 도입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한정특약의 효력이 부정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신탁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계약 자유의 원칙상 이러한 약정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면책적 계약 인수 조항은 피고와 B회사 사이의 신탁계약이 일정한 사유로 종료되면 피고가 분양 사업을 하면서 맺은 권리 의무 일체가 위탁자인 B회사에게 승계되고 피고는 의무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피고와 B회사 사이의 신탁계약이 종료됐다면 피고는 책임을 면하게 되고 원고들은 위탁자인 B회사로부터 분양대금 등을 반환받아야 하는 겁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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