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인공지능(AI) 기술의 융합을 꼽으면서 그룹 내 소프트웨어(SW)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307950)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SW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현대오토에버가 그룹의 AI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DX)과 차량 SW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인데요. 다만 현대오토에버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과 글로벌 SDV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모호한 입지는 풀어야 할 과제로 남습니다.
정 회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자동차 산업을 가장 크게 변화시킬 기술적 돌파구'를 묻는 말에 "향후 25년의 모빌리티를 정의할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는 SDV와 AI기술의 융합"이라며 "단순히 자동차가 어떻게 주행하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고하고 학습하며 진화하느냐가 중요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디테크엑스는 글로벌 SDV 시장 규모가 2023년 기준 270억달러에서 연평균 34% 성장해 2034년에는 7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가 발간한 '2025 산업기술환경예측 보고서'에서도 글로벌 SDV 시장은 2019~2022년 연평균 성장률 3.65% 수준에서 2023년 이후 2028년까지 약 9.15% 성장할 것으로 봤습니다. 첨단화된 센서기술에 기반한 운전자지원시스템의 수요가 늘어 시스템 SW와 관련 부품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입니다.
현대오토에버는 이 같은 분위기에서 그룹의 IT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차량 SW 플랫폼을 자동차의 모든 제어 영역으로 확대 적용하고, 그룹사 및 협력사를 대상으로 SW 통합 개발 환경을 제공해왔는데요. 또한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AI를 접목해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 생산 공정을 지능화하는 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점차 커지고 있는 차량 SW 시장만큼이나 실적 개선도 뚜렷합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현대오토에버의 매출액은 1조8751억원, 영업이익은 1081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7%, 8.9% 증가한 수치입니다. 실적 개선 배경으로는 차량 SW·내비게이션·정밀지도 사업 등 모빌리티 IT의 확장과 스마트 팩토리 등 그룹 내 DX 사업이 고른 성장세를 보인 점이 꼽힙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대오토에버가 SDV 시장 확산 국면에서 그룹 내 IT 전략의 주도적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차 전환의 핵심 축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SDV 고도화를 위해 여러 전략의 트랙을 진행 중"이라며 "현대오토에버는 차량SW 관련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역할을 지속하고, 클라우드 및 AI 등 기존 사업과 연계된 부분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그러나 매출 92%가 그룹사 물량에서 발생한다는 점이 한편으로는 현대오토에버의 구조적 과제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룹사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안정적 수입을 담보하는 내부거래가 오히려 자체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점점 확대되는 글로벌 SDV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위치는 아직 애매한 상황인데요.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워즈가 2023년 발표한 '오토메이커 SDV 랭킹'에 따르면 SDV 개발 평가 1위는 테슬라가 차지했습니다. 2위와 3위는 미국의 자동차 기업 루시드와 리비안이 각각 차지했는데요. 22개 제조사 중 현대차그룹은 12위를 기록하며 시장의 '경쟁자' 포지션에 머물렀습니다. 업체는 SDV 전략, 연결성, 전기화, 포트폴리오 복잡성, 재무 건전성을 기반으로 결과를 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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