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긴장→웃음'…젤렌스키 참사 없었다
트럼프, 회담 직전 SNS 글 게시…"숙청, 혁명" 돌출 발언
회담 분위기는 '화기애애'…이 대통령 '코드 맞추기' 주효
주요 외신 "우려한 긴장 피했다" 호평…"트럼프 웃게 했다"
2025-08-26 17:02:01 2025-08-26 17:11:01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예상과 달리 유화적인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습니다.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돌출 발언'을 올리며 양국 간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지만, 만남과 동시에 미소와 악수가 오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두 정상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본격적인 회담을 진행했으며, 지난 2월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같은 참사는 없었습니다. 주요 외신들 역시 "우려했던 긴장은 피했다"며 한·미 정상의 첫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 대통령 특유의 '대화의 기술'로 첫 한·미 정상회담은 무난히 마쳤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도 축포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뒤따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강훈식·와일스' 핫라인 가동…회담 파국 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까지 한국 측을 긴장하게 만드는 돌출 발언을 거듭했습니다. 실제 그는 정상회담을 2시간 40분가량 앞두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사업을 하겠는가"라고 언급해 큰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글은 회담 직전 올라온 것이기에 회담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까지 제기됐습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 배경에는 미국 극우 '마가(MAGA)' 세력의 영향이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마가 세력은 한국 내 극우 세력과 연결돼 전 정권의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이 대통령을 반미 공산주의자 등으로 공격하고 있는 가운데,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24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이례적으로 미국으로 향한 것도 마가 세력의 공세를 차단하려는 목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의 핫라인 구축이 한·미 정상회담 파국을 막은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 자리에서도 기자들의 질의에 "최근 며칠 동안 한국에서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 한국 새 정부에 의한 매우 공격적인 압수수색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그들은 심지어 우리(미군) 군사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확인해보겠다. 알다시피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몇 시간 후에 이곳에 온다"며 "그를 만나기를 기대하지만, 우리는 그런 일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날 선 발언과 달리 백악관에서 마주한 두 정상의 얼굴엔 미소와 웃음이 넘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관련 질문에 "우리는 미군기지를 직접 조사한 것이 아니라 기지 내 한국군 부대를 조사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설명해드리겠다"고 답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라고 확신한다"며 입장을 누그러뜨렸습니다. 
 
칭찬과 치켜세우기가 이끈 '화기애애' 회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을 사전에 치밀하게 분석해 대면에 나선 이 대통령의 코드 맞추기는 주효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오벌오피스가 정말 밝고 아름답다. 마치 미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듯하다"며 백악관 인테리어를 칭찬하며 말문을 열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중재 노력과 다우존스 지수 상승에 대해 언급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이 백악관 방명록에 서명할 때는 직접 가져온 갈색빛 펜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께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 "(도로 한국에) 가져갈 거냐"라고 농담을 건넸고,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하시는 아주 어려운 그 사인에 유용할 것"이라고 즉석에서 펜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황금색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금빛의 금속 거북선, 장신의 트럼프 대통령 체형에 맞춘 국산 골드파이브 수제 맞춤형 퍼터 등을 선물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코드 맞추기는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저격하는 데서도 돋보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새롭게 평화를 만들어가는 '피스 메이커'로서의 역할이 정말로 눈에 띄는 것 같다"며 "가급적이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주셔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만나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거기서 저도 골프도 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피스 메이커(평화 중재자)를 하신다면 제가 페이스 메이커(보조자)로 열심히 지원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미소짓게 했습니다. 
 
오찬을 겸한 비공개 회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향해 '그레이트(Great·위대한)', '스마트(Smart·똑똑한)'란 표현을 써가며 적극적으로 호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전사다",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나에게 김정은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이라며 "이 대통령은 정말 스마트한 사람"이라고도 했습니다. 
 
"젤렌스키 모먼트 피했다" 외교력 호평
 
주요 외신들은 "우려했던 긴장은 피했다"며 호평을 쏟아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한·미 정상회담 소식을 보도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한국의 정치적인 여건을 비판했지만, 회담에서는 긴장을 피했다"며 "이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리모델링과 전 세계 평화 중재 노력 등에 대해 칭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웃게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와 한국의 새 대통령은 피살 위험에서 살아남는 등 여러 공통된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은 두 지도자가 첫 만남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AP통신>은 '경고가 따뜻한 환영으로 전환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대통령에게도 이번 회담은 정치적 격변 속에서 출범한 새 정부로서 맞이한 첫 외교 시험대였다"며 "이번 장면은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대립보다는 칭찬과 치켜세우기를 택하는 경향을 다시 보여준 것이다. 이는 유리한 통상 조건과 군사 지원을 얻어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중에 이 대통령에게 '습격'에 대해 추궁했지만 이 대통령이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매료시키려는 이 대통령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신호였다"고 호평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5월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방문 때만큼의 극적인 충돌을 피했다"며 "그는 골프 화제를 꺼내고, 백악관의 인테리어 감각을 높게 평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중재자 역할을 치켜세웠다"고 분석했습니다. 
 
<ABC뉴스>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의 사전 경고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국익과 실용을 앞세운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며 회담을 이끌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도중 '당신의 당선을 축하하며 100% 함께할 것'이라고 밝히며 협력 기조로 전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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