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쌀값도 들썩…소비자 '한숨' 깊어진다
"진열대는 가득, 장바구니는 비어"…쌀값에 멈춘 소비자 발길
정부는 '대책' 내놨지만, 소비자는 "아직 체감 안 돼요"
2025-08-27 17:10:22 2025-08-27 17:38:12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이마트 곡물 코너는 평소와는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매대에는 쌀 포대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지만, 높은 가격에 방문객들의 발걸음은 쉽게 닿지 않았습니다. 추천 표시가 붙은 20㎏ 쌀 포대에는 '5만9900원', '5만2800원' 등의 가격표가 붙어 있었고, 가장 저렴한 상품도 3만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장바구니를 끌며 망설이던 주부 박은지(가명·45)씨는 "예전에 쌀을 구입할 때는 망설인 적이 없었는데 최근에 가격이 많이 올라 부담스럽다"면서 "3만원이었던 게 5만원이 넘으니 고기보다 쌀값이 더 걱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옆에서 쌀 포대를 들여다보다 그냥 지나친 김상은(가명·39)씨는 "이렇게 쌀이 쌓여 있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가격이 이러니 누가 선뜻 집겠어요. 반찬보다 밥이 비싼 느낌"이라며 혀를 찼는데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20㎏ 쌀 소매가는 5만9671원입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의 5만1816원보다 약 15.2% 오른 수치죠. 통상 여름철은 쌀값이 안정된 시기지만, 올해는 오히려 계단식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마트 역삼점 곡물 코너에서 판매되고 있는 쌀. (사진=이지유 기자)
 
"싼 쌀은 입고되면 바로 동나요"
 
같은 날 오후 다시 찾은 곡물 코너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렴한 가격대의 혼합쌀은 진열과 동시에 빠르게 품절되었고, 남아 있는 제품은 대부분 6만원에 육박하는 고가형이었습니다. 매장 직원은 "혼합쌀이 들어오면 몇 시간도 못 버팁니다. 손님들이 쌀 사러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아 문의와 항의가 잦아졌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쌀값 급등의 배경에는 수요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해 전국 쌀 생산량은 358만5000톤으로, 전년 대비 3.2%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등숙기(이삭이 여물어가는 시기)에는 집중호우와 벼멸구 등 병충해가 확산되며 도정수율, 즉 벼에서 실제 상품 쌀로 도정되는 비율이 감소했죠. 여기에 정부가 20만톤을 시장 격리하며 시장에 유통 가능한 공급량이 크게 줄었고, 이는 쌀값 상승으로 이어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이마트 역삼점 곡물 코너 모습. (사진=이지유 기자)
 
쌀값 불안정에 밥상·외식·농가 모두 '불안' 
 
송파구 잠실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선호(가명·39)씨는 "혼합쌀을 예전엔 3만원대에 샀는데, 요즘은 5만원이 훌쩍 넘어요. 저렴한 쌀은 다 팔려 없어졌고, 매장에는 신동진처럼 고가 품종만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선호씨의 식당에는 하루 평균 40~50명이 방문하는데, 쌀값 상승만으로도 한 달에 30만원가량 원가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농민들도 불안감을 토로합니다. 전남 나주에서 벼농사를 짓는 박철호(가명·65)씨는 "올해 작황이 부진해 체감 생산량이 15% 이상 줄었어요. 지금은 가격이 괜찮아 보여도, 가을 조생종이 몰리면 가격이 폭락할까 걱정됩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대여 공급’ 대책 발표…현장 반응 차가워
 
답답한 상황을 의식한 듯, 정부는 대응책을 내놨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말까지 정부 양곡 3만톤을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단순 매도가 아닌 '대여 공급'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즉, 올해 생산분을 먼저 빌려주고, 내년 조생종 수확 분으로 되돌려받는 방식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단기적인 공급 부족을 해소하려는 조치입니다. 상황을 보면서 추가 공급 여부도 검토할 예정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마트 역삼점 곡물 코너 모습. (사진=이지유 기자)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서울 강남구의 쌀가게 운영자 A씨는 "정부가 쌀을 푼다고 해도 도매가격이 바로 바뀌는 게 아니며, 창고로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소매가에 반영되기에도 시간이 필요해 체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쌀은 오랫동안 한국인의 밥상 위 주식이었지만, 최근 소비 흐름은 분명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2024년 양곡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5.8kg으로 전년보다 1.1% 감소하며 역대 최저입니다. 이는 약 30년 전 수준의 절반 수준입니다. 하루 평균 소비량은 152.9g으로, 즉석밥(200~210g) 한 개 분량도 되지 않죠. 
 
소비자들은 매일 먹는 쌀이라 더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주부 김미정(가명·46)씨는 무거운 장바구니를 내려놓으며 "햅쌀 나오기 전까지는 버티는 수밖에 없죠. 그런데 매일 먹는 쌀이 이 정도라니, 버틴다는 것조차 참 쉽지 않다"고 한탄했는데요. 본격적인 햅쌀 출하까지는 약 두 달 남았습니다. 당분간 쌀값 불안정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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