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각 사의 이해 관계에 따라 버티기 전략을 펼쳤던 석유화학업계가 정부의 최후통첩 이후 ‘각자도생’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력 감축은 물론 경쟁력을 상실한 범용 제품 축소와 자산 매각 등으로 생존을 위한 총력전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LG화학 여수공장 용성단지. (사진=연합뉴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연말까지 각 사가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만큼 석유화학업계 전반에 구조개혁을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선 업계 맏형인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하며 인력 감축에 본격 돌입했습니다. 대산·여수공장에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인 58~60세 직원들의 희망퇴직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시작된 것입니다.
올해 상반기에 이미 인력 감축 흐름이 감지돼, 하반기 기업 주도 인력 감축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과잉 설비 감축을 요구하면서도 고용 영향 최소화 등을 동시에 주문한 만큼 설비 감축에 따른 기존 인력 재배치에 고민이 크다”고 했습니다.
석화업계는 원가 구조 대부분이 원료비에 좌우되는 만큼 인력 감축으론 비용 절감이 크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연말까지 국내 전체 나프타분해설비(NCC) 용량의 25%를 줄이려면 대산·울산·여수 등 주요 단지별로 최소 1개 이상의 설비를 닫아야 합니다.
이에 대산산단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NCC 통합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롯데케미칼이 대산단지에 보유한 설비를 HD현대케미칼에 넘기고, HD현대오일뱅크가 현금 혹은 현물을 추가 출자하는 방안 등이 거론됩니다. 원가 부담이 커지며 적자가 이어진 HD현대케미칼이 롯데케미칼 설비를 인수하면 투자 부담이 줄어듭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롯데의 자산을 넘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지분율 등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울산산단에서는 대한유화가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의 NCC 설비 인수를 논의 중입니다. SK지오센트릭은 정유사 SK에너지에서 나프타를 공급받고 있는데 두 회사가 합치면 SK에너지를 정점으로 NCC 수직계열화가 가능해집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여수산단의 경우 크래커(기초유분 생산설비) 7기가 몰려 있는 데 반해 정유공장은 GS칼텍스 1곳뿐입니다. LG화학과 GS칼텍스의 NCC 통합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정부가 언급한 최대 370만t 감축 목표를 맞추려면 여수산단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다만 GS칼텍스는 대주주인 미국 셰브론의 동의가 필요해 NCC 인수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 입장에서는 제 값 받던 것을 수직 통합을 통해 싼값에 넘겨주라는 의미이고 석화사 측에서는 어떻게든 비싸게 팔고 싶어 가격 협상 진척에 따라 사업 재편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야 중국에서 싼 가격에 범용 제품을 들여오는 게 낫다 보니 어떻게든 돈이 안 되는 사업이나 설비는 털고 싶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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