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외교와 개혁에서는 대체로 '합격점'을 받았지만 인사에서는 '불합격'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미, 한·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실용 외교 행보를 보였고, 권력 분산을 위한 정부 조직 개편에도 속도를 냈습니다. 그러나 내각 구성에서는 벌써 4명의 고위직 인사가 낙마하는 등 인사 난맥상이 정부의 뚜렷한 약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나라 안팎 정비 '안간힘'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정부 100일간 '실용외교'에 대해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옵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2주 만에 참석한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한·미 관세 협상, 일본과 미국 양국과 각각 정상회담 등을 거치며 국익에 무게중심을 둔 실용외교를 보였습니다.
이재명정부 최대 시험대로 꼽히던 한·미 정상회담에선 우호적 동맹 관계를 확인했습니다. 특히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7조원 투자를 결정하며 양국의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점이 고무적입니다. 조선업 협업을 기반으로 양국 정상의 협력 의지가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양국 경제 협력 과정에서 잡음을 줄이기 위해 최근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구금 사건과 관련해서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열고 "양국의 동반 발전을 위한 국민과 기업의 활동에 부당한 침해가 가해지는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 제도 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한 점도 눈에 띕니다. 이 대통령은 한일수교 60년 만에 처음으로 취임 후 첫 양자 회담 방문으로 일본을 선택했습니다. 이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결과 공동 문서인 '공동언론발표문'에서 1998년 채택한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의지를 명시하는 등 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보수 정권에서 합의한 과거사 관련 합의를 존중하면서 양국의 협력을 다졌다"라며 "일본 정부에 대일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인데, 진보 진영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각오하고서도 국익 중심 실용외교에 집중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내부적으론 집중된 권력을 타파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정부 조직 개편도 이런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7일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검찰청을 없애는 대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됩니다. 공소의 제기와 유지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소속 공소청이, 중대범죄 등을 수사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이 만들어집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쥐고 있는 검찰의 권력에 힘을 빼기 위함입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의 덩치도 줄어듭니다.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따로 떼어내 대통령실 산하 기획예산처를 신설합니다. 이어 기재부를 경제정책 등을 담당하는 재정경제부로 재편한다는 방침입니다.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 기능도 재정경제부로 넘어갑니다. 금융위원회의 금융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됩니다. 대선 기간 예고했던 모피아(경제 관료 카르텔) 손질에 칼을 댄 겁니다.
재계와 노동계 어느 쪽의 권력 비대화도 허용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노동계를 향해 "현직 노조원 자녀를 특채하라 해서 그걸 규정으로 만들면 다른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지 않느냐"며 과도한 요구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이 밖에도 식료품 물가 안정화를 위해 복잡한 유통 구조 개혁을 주문하는 등 이념보다 실용주의에 방점이 찍힌 행보를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각 구성 두 달간…사퇴만 '4명'
내각 구성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재명정부가 지난 7월 본격적으로 내각을 꾸린 이후 고위직 인사 4명이 낙마했습니다. 시작은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입니다. 이 전 후보자는 제자 논문 가로채기, 논문 쪼개기 게재, 차녀의 불법 조기 유학 등 여러 의혹이 일어 결국 정부가 지명 철회를 결정했습니다.
'갑질 여왕'도 탄생했습니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강선우 의원은 보좌진에게 쓰레기 처리, 변기 수리 등 사적 업무를 시켰다는 갑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잦은 보좌관 교체도 갑질의 연장선상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습니다. 강 의원은 여기에 거짓 해명 논란까지 일자 자진 사퇴했습니다.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은 배우자 명의 부동산 차명 보유와 대출 의혹이 나왔습니다. 결국 의혹 제기 닷새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은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 자진 사퇴를 선택했습니다.
인사 잡음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13일 이 대통령이 지명한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이 전 후보자에 이어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최 후보자는 지난 2006년 목원대 대학원 행정학과 석사학위논문을 작성했는데, 출처 표기 없이 다수 신문 기사 문장을 인용해 표절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에서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기사 등을 인용하며 출처 표기가 없었던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윤리 관련 구체적 기준이 정립되기 이전인 2006년에 작성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항변했습니다. 다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음주운전을 포함한 전과 이력과 잦은 방북 등 이념 문제가 불거지며 야당으로부터 거센 사퇴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잇단 인사 문제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의 시행착오 과정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역대 정부에서도 인사 낙마는 의례적으로 발생했는데, 현 정부의 인사 문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면서도 "다만 높은 국정 운영 지지율을 바탕으로 인사 과정 속 반발을 누르고 강행 처리한 부분이 보인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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