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등록말소까지…정부, 산재 근절 '초강수'
영업이익 5%·하한액 30억 과징금 신설…공공 입찰 제한
영세 사업장 안전 예방에 433억…총 2조700억 투입
외국인 노동자 산재 사망 시 3년간 고용 불가
2025-09-15 17:39:04 2025-09-15 18:25:21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정부가 산재 근절을 위해 '초강수'를 뒀습니다. 산재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반복 발생하는 사업장에는 경제적 부담을 대폭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반복적으로 산재가 발생하는 사업장에는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최근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두 차례 받은 건설사에서 다시 영업정지 사유가 발생할 경우 '등록말소'를 요청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합니다. 다만 이번 대책을 두고 경영계는 "처벌 일변도 및 지원 정책 부족"을, 노동계는 "취약 노동자 대책 미흡" 등을 지적하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경제적 제재' 강화
 
정부는 15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를 산재 왕국이라는 오래된 오명을 벗는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의 산업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만인율)을 지난해 기준 1만명당 0.39명에서 2030년까지 OECD 평균인 0.29명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산재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반복 발생하는 기업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을 대폭 강화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안전 투자에 비용을 쓰는 것이 더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우선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법인에는 영업이익 5% 이내, 하한액 3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도입하고, 이는 산재 예방에 재투자합니다. 건설사 영업정지 요청 요건도 현행 '동시 2명 이상 사망'에 '연간 다수 사망'을 추가합니다. 사망자 수에 따라 현재 2~5개월인 영업정지 기간도 확대합니다. 
 
특히 최근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두 차례 받은 건설사에서 다시 영업정지 요청 사유가 발생하면 등록말소 요청을 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합니다. 정부는 법률 전수조사를 통해 건설업 외 업종도 중대재해 발생을 인허가 취소나 영업정지 사유에 포함할 방침입니다. 
 
아울러 중대재해 반복 발생 사업장은 공공 입찰 제한을 강화하고, 공공조달 전 분야(시설공사, 물품용역 등)에서 낙찰자 결정 시 중대재해 발생 여부에 대한 평가를 강화합니다. 중대재해 리스크를 여신심사·자본시장 평가에도 반영합니다. 
 
노동부 장관이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긴급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제도도 신설합니다. 또 내달 1일부터는 사망사고가 없어도 감독 시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이 적발되면 시정 기회 없이 현행법에 따라 즉시 사법 처리합니다. 
 
노사정 회의 제안…'산재 예방 5개년 계획' 수립 
 
이번 대책은 △안전 사각지대 예방 지원 강화 △안전 주체로서 노사의 역할·책무 확립 △노동안전 확산을 위한 인프라 확대 △안전 예방을 촉진하는 제재 수단 도입 등을 중점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정부는 소규모 사업장 등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예방 지원을 대폭 강화합니다. 10인 미만 사업장의 추락·끼임·부딪힘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설비 지원에 433억원을 투입합니다. 스마트 안전장비를 통한 소규모 사업장의 작업자 안전 강화 및 재해 예방을 위해 지원 규모와 자율 품목을 확대합니다. 
 
사고 비중이 높은 외국인 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고령노동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합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3년간 외국인 고용이 제한됩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보호 범위는 확대하면서 고령자 친화적 작업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비용을 지원합니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참여하는 촘촘한 예방 시스템도 구축합니다. 중앙정부는 산업안전감독관 증원과 고위험 사업장 점검을 연계해 올해 2만4000개소에 불과한 감독 대상을 2028년까지 7만개소로 늘릴 계획입니다. 
 
정부는 이번 대책 이행을 위해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마련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정부는 노사정,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안전한 일터 특별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대책으로 8개 부처가 12개 법률 개정에 나서며, 총 2조700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입니다. 
 
다만 노·사 양측은 정부의 이번 대책에 아쉬운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경영계는 처벌 일변도 정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대책과 같은 강력한 엄벌주의 기조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처벌 중심 정책을 탈피하고 기업의 자율 안전관리 체계 정착을 유도하는 다양한 지원 중심의 정책과 예방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를 요청한다"고 했습니다. 
 
노동계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대책 미흡과 취약 노동자 보호 방안 부족을 지적했습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정부는 1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예산 증액을 제외하면 반복적으로 추진해온 재정 지원 사업을 답습하는 수준"이라며 "약 270만개소 이상의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시설과 장비 직접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이 대책으로 제시됐지만 전속성 삭제, 원청 책임 부여 등은 명시되지 않았다"며 "이번 대책이 사고 사망 감축에 집중돼 화학물질, 직업성 질병, 감정노동 등 다양한 산업재해를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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