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를 넘어 다시 탄핵까지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삼권분립이 유린당하고 있다"는 국민의힘의 비판에도 오히려 조 대법원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는 모양새입니다. 법조계 내부에선 조 대법원장을 향한 민주당의 사퇴·탄핵 압박에 일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법원의 독립성이 침해될 때마다 터져 나왔던 사법 파동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이 도를 넘을 땐, 정치적 역풍에 휩싸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다시 탄핵 카드 꺼내는 여당…'내란재판부 교체' 압박
민주당은 16일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 대법원장이 현재 사법부의 불신을 초래했고, 사실상 사법부의 신뢰를 잃게 한 핵심 당사자"라며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탄핵은 최종, 최후 수단"이라면서도 "(조 대법원장이 탄핵) 대상임은 명백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한다면 거기(탄핵)에서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전날에도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면서도 물러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원장이 그렇게 대단한가. 대통령 위에 있느냐"며 "국민들의 탄핵 대상이 아닌가"라고 조 대법원장의 탄핵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서영교 의원도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조 대법원장을 향해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느냐"며 "탄핵 대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이날도 계속됐습니다. 가장 먼저 사퇴론을 꺼낸 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내란범 윤석열과 그가 엄호하는 조희대는 내란 재판을 교란하는 한통속"이라며 지난 14일에 이어 이날에도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의 과반 찬성이기 때문에 166석의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은 언제든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탄핵안을 의결한다고 해도 헌법재판소 인용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앞서 지난 5월에도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추진했지만 역풍을 우려해 실제 행동에 나서진 않았습니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를 당론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도 사법부 압박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향해 사퇴를 촉구하고 탄핵을 경고하고 나선 데에는 내란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교체하기 위한 압박으로 읽힙니다.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뉴시스)
법조계 일부도 "헙법 위반"…사법 파동 시 역풍 '우려'
법조계에서도 일부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탄핵 압박은 삼권분립에 반하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법원장의 임기를 보장해놓은 것은 정권이 바뀌어도 엽관주의에 매몰되지 말라는 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황 교수는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은 헌법이 규정해놓은 삼권분립에 위반되는 행동"이라며 "삼권은 각각 다른 권력기관을 자기 밑에 둘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인데 입법부와 행정부가 힘을 합쳐서 사법부에 공세를 펴는 것은 입헌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최악의 경우 사법 파동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1948년 헌정 질서 수립 이후 사법부는 모두 6차례의 사법 파동을 겪었습니다. 사법 파동은 법원 내부에서 고위층 혹은 정치권 인사의 결정에 항의해 벌어진 항명 사태를 의미합니다. 역대 사법 파동으로 인해 사법부의 최고 수장인 대법원장이 두 차례나 중도 사퇴하기도 했습니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5공 당시 사법부 수뇌부를 재임명하면서 촉발된 2차 사법 파동 땐 소장 판사 335명이 집단 반발했고, 결국 김용철 대법원장의 사퇴로 이어졌습니다. 또 1993년 김영삼정부 땐 소장 판사 40여명이 사법부의 반성과 개혁을 촉구하며 3차 사법 파동이 시작됐습니다. 이때도 김덕주 대법원장 사퇴로 마무리됐습니다. 이후 취임한 윤관·최종영·이용훈·양승태·김명수 대법원장은 모두 임기를 마쳤습니다.
사법 파동이 벌어질 경우 민주당이 정치적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체로 사법 파동은 사법부 내부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어났는데, 외부의 정치적 입김에 의해 발생한다면 사법 파동의 책임이 민주당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조 대법원장으로 향한 압박으로 인해 역풍이 불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일단 전제해야 할 것은 지금의 사법 불신은 사법부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은) 신중해야 될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집권 여당의 요구에 의해서 사퇴론이 거론되고 커지게 되면 이건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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