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DL이앤씨 안전감시단 파견 두 달 새 '업무상 재해' 2건
안전감시단 파견 후 현장서 건축 자재에 걸려 넘어져 '골절상'
현장 발령 2주 만에 재해 당해…사내에선 "안전교육 미흡하다"
DL이앤씨 "재해 근절 노력 중 일어난 시행착오…계속 교육할 것"
전문가 "작업 부서, 현업 답당 직원 중심으로 안전관리 이뤄져야"
2025-11-07 16:53:47 2025-11-07 17:10:29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DL이앤씨가 본사 직원들을 '안전감시단'으로 발령한 지 두 달 만에 2건의 업무상 제해가 발생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두 사람은 사고 당시 건설 현장에서 작업이 안전하게 이뤄지는지 감시하는 '세이프티 패트롤'(Safety Patrol·안전 순찰) 업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원래 직원들이 안전감시단으로 갑자기 발령을 받았고, 건설 현장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건축 자재에 발이 걸려 넘어져 골절상을 입은 겁니다. 직원들 사이에선 회사가 충분한 안전교육 없이 안전감시단으로 배치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DL이앤씨 측은 사고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던 중 발생한 '시행착오'라며 계속해서 안전교육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6월19일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안전감시단으로 발령난 직원 A씨는 10월25일 오후 DL이앤씨 아파트 건축 현장에 놓인 철근 자재에 발이 걸려 넘어져 왼쪽 손목이 부러졌습니다. 이틀 뒤인 27일 직원 B씨는 또 다른 건축 현장에서 바닥에 눕혀놓은 갱폼(Gang form)에 발이 걸려 넘어졌고, 왼쪽 팔꿈치와 무릎이 미세하게 골절됐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갱폼은 철재 거푸집과 작업용 발판 등을 한 덩어리로 만든 구조물로, 아파트를 지을 때 외벽에 설치하는 구조물입니다. DL이앤씨가 본사 직원을 안전감시단으로 발령한 지 두 달 만에 벌써 2명이나 다친 겁니다. 
 
앞서 본지는 지난 11월4일 보도한 <(단독)DL이앤씨 '안전감시단' 전보 논란…"나가라는 신호" 대 "안전인력 보강"> 기사를 통해 DL이앤씨가 중대재해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안전관리 업무와 무관한 본사 직원 120여명을 안전감시단으로 배치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두 달 사이 안전감시단으로 발령단 직원 2명이 재해를 당하자 사내에선 '회사가 안전교육을 충분히 수행하지 않은 채 기존 직무와 무관한 업무에 배치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DL이앤씨는 올해 9월 초와 10월 중순 두 차례에 걸쳐 120명의 본사 직원을 안전감시단으로 발령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안전 직무와 관련성이 없거나 현장 경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업무상 재해를 입은 2명 중 한 사람은 안전감시단으로 발령난 지 2주 만에 재해를 입었습니다. 다른 1명은 회사에 입사한 후 10년 넘게 사무직 업무를 수행했고, 안전감시단 발령과 함께 건설 현장에 생전 처음 배치된 사람입니다. 이들이 안전감시단 발령과 함께 받은 교육은 집체교육과 현장실습 단 이틀이 전부였다고 합니다. 
 
DL이앤씨도 두 사고가 일어날 당시 상황을 기록한 문서에서 재해의 원인을 '보행 시 전도 위험에 대한 교육 미흡', '갱폼 조립 구간 넘어짐에 대한 교육 미흡'이라고 진단했을 정도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DL이앤씨의 한 직원은 "이번에 발생한 두 재해는 업무 연관성이 없고,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들을 무리하게 현장에 투입해 발생한 사건"이라며 "현장에선 자재를 놓는 곳과 사람이 다니는 통로를 따로 구분하고 표시를 해놓지만, 현장이 좁을 경우 통로에도 자재를 놓기도 한다. 넘어지기 쉬운 환경"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찰이 지난 8월20일 오전 아파트 공사 현장 추락 사망사고와 관련해 서울 종로구 DL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연합뉴스)
 
사고에 대해 DL이앤씨 측은 "한 분은 자연 치유가 됐고, 한 분은 손목 골절"이라며 "재해를 없애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던 가운데 일어난 시행착오라고 이해를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재해를 막기 위해 교육도 하고, 시스템도 새로 세우고 사람도 더 보내고 안전에 대한 투자도 지금 더 하고 있다"며 "계속 (안전에 대해) 교육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안전을 감시하고, 문제를 파악할 수 있으려면 작업 공정과 안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며 "안전을 효과적으로 확보하려면 작업 부서, 현업 부서에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돼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안전 전문가가 아닌 직원들을 대거 투입하는 식으로 하게 되면 지적을 위한 잘못된 지적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오히려 안전을 망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장의 작업 공정, 안전 지식이 충분히 않은 직원들을 안전감시단으로 배치하는 것은 재해 예방의 효과가 적다는 설명입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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