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합의에도 '화약고' 그대로…미·중 '핑퐁게임'
'명분용 성과' 그친 틱톡 합의…"근본 타결은 내년 이후에야"
2025-09-16 18:05:18 2025-09-16 19:01:09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미국과 중국이 '틱톡 퇴출 위기'를 봉합하는 원칙적 합의에 도달했지만, 갈등의 뇌관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고율 관세와 수출 통제가 양국 충돌의 핵심 쟁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대면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양국은 치열한 '핑퐁 게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원칙적 합의"…'미국 통제' 아래로 가는 틱톡
 
트럼프 대통령은 15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중 무역 협상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과 관련해 합의에 도달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매우 구하고 싶어했던 '특정 기업'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졌다"며 "오는 19일 시 주석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적었습니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날 협상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틱톡과 관련해 '프레임워크 합의'(큰 틀의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하면서 "프레임워크는 틱톡을 미국이 통제하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베센트 장관은 "향후 몇 주 안에 다섯 번째 협상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며 양국 정부가 무역 합의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협상단은 오는 11월10일 끝날 예정이던 관세 유예 합의를 다시 연장할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추가 연장을 고려하는 데 열려 있다"며 "대화가 긍정적으로 이어지고, 미국이 희토류를 (중국으로부터) 이전보다 훨씬 더 잘 받으면 그렇게 하겠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했습니다.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 대표 겸 부부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솔직하고 심도 있으며 건설적인 소통을 진행했다"며 "협력을 통해 기본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틱톡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모회사가 중국 '바이트댄스'라는 점 때문에 개인정보 탈취나 해킹을 통한 안보 위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이에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4월 '틱톡 금지법'을 제정했고, 바이트댄스는 미국 내 사업권을 현지 기업에 매각하지 않을 경우 틱톡 서비스가 미국에서 중단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의 미국 사업을 별도 미국 법인으로 분리하고, 미국 투자자들이 그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하며 바이트댄스는 소수 지분만 갖는 인수안을 중국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반발해 이를 거부하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국이 틱톡 문제와 관련해 원칙적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당초 17일로 예정돼 있던 틱톡 강제 매각 시한도 연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가 1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중국과 무역 협상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APEC, 갈등 완화 계기…근본 합의는 '난망'
 
그러나 확정된 것은 아직 없습니다. 틱톡 매각과 관련해서는 중국이 그간 수출 통제 품목으로 지정해온 '틱톡 알고리즘 기술'을 미국에 넘길지가 최대 관건입니다. 
 
리청강 부부장은 이날 회견에서 "중국은 항상 기술 문제의 정치화를 반대해왔다"며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며, 협상 타결을 위해 기업 이익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련의 회담 이후에도 미국이 중국 기업 제재를 지속하고 있다"며 "미국이 국가안보 개념을 일반화하는 것은 일방적 괴롭힘으로, 중국은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자국 내 정치적 환경상 체면을 고려해 말을 아끼는 것일 뿐, 틱톡 매각이라는 큰 틀의 합의 자체는 부인하지 못한다는 평가입니다. 중국 당국은 이번 협상 전까지는 미국의 매각 요구를 거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성사하기 위해 매각에 동의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내달 경주 APEC 정상회의를 미·중 정상회담 장소로 검토하고 있지만, 중국은 철저히 통제할 수 있는 베이징 개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책당한 사례처럼 외교적 참사가 재현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판단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시 주석은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국 방문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중국의 집요한 요구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현안에서부터 틱톡 처분 방안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양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도입 이후 열린 이번 4번째 고위급 협상에서도 '관세'와 '수출 통제' 등 본질적 갈등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 한계입니다. 분쟁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미·중 무역 협상 와중에 중국 정부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자국 반독점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추가 조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베센트 장관은 이를 두고 "엔비디아에 대한 조사 개시 시점이 부적절하다"는 문제 제기를 중국 측에 했다고 밝혔습니다. 
 
양국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APEC 정상회의는 미·중 갈등 완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완전한 휴전'을 이루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번 틱톡 합의는 양측 모두에 정치적 명분을 제공한 '부분적 성과'에 그쳤습니다. 정작 핵심 쟁점은 손대지 못한 채 여전히 화약고로 남아 있습니다. APEC 정상회의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도 농산물 추가 구매, 일부 수출 규제 유예, 관세 연장 등 단기적 조치에 머물 가능성이란 분석입니다. 근본적 합의는 내년 이후 정상 간 추가 만남에서야 가능할 전망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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