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구속·한학자 소환…'통일교 정치자금' 수사 탄력
질문지 50쪽 준비한 특검, 한 총재 진술거부권 행사 안 해
"세 차례 불출석 후 일방 출석"…특검, 구속영장 청구 시사
정치자금 수수 의혹 당사자…권성동 구속에 수사 빨라질 듯
2025-09-17 15:59:30 2025-09-18 13:26:55
[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국민의힘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김건희 특검에 출석했습니다. 지난 8일 특검이 한 총재에 첫 출석을 요구한 지 10여일 만에 정식 조사가 이뤄진 겁니다. 앞서 한 총재는 건강상의 이유로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를 거부한 바 있습니다. 특검은 한 총재를 불러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통일교 현안을 청탁하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건넨 배경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권성동 의원은 지난 16일 밤 구속된 만큼 통일교 정치자금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한 총재는 이날 오전 9시46분쯤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습니다. 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엘리베이터 앞으로 이동한 한 총재는 휠체어에 탑승, 특검 사무실로 이동했습니다. 
 
앞서 특검은 한 총재에게 이달 8일, 11일, 15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출석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한 총재는 심장시술에 따른 건강 문제를 이유로 모두 불응했습니다. 그는 세 번째 소환일 하루 전인 14일에도 특검과 별도 조율 없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에 특검은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강조, 사실상 체포영장 청구 가능성을 시사했고, 한 총재는 결국 이날 자진 출석을 결정했습니다. 
 
한 총재는 "왜 일방적으로 조사 날짜를 정했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내가 아파서 그랬다. 수술받고 아파서 그렇다. 나중에 다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권성동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한 게 맞느냐", "김건희씨에게 목걸이와 가방 전달했느냐", "권성동 의원 통해 원정도박 수사 무마하려고 했느냐", "전성배씨 통해서 통일교 현안 청탁했느냐", "권성동 의원을 돕기 위해서 교인들, 통일교, 교인들 입당시켰느냐"는 취재진 질의에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검은 윤영호 전 본부장이 2022년 1월5일 권 의원을 만나 금품을 건넨 건 한 총재의 지시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당시 자리에서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현안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통일교가 신도들의 물적·인적 자원을 동원해 20대 대선에서 윤석열씨가 이기도록 밀어주겠다는 제안을 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검은 한 총재가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국제연합(UN) 사무국 한국 유치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메콩피스파크) 사업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설치 등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봤습니다. 
 
특검에 따르면, 한 총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진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34분까지 1차 조사를 진행했고, 점심 식사 후 오후 1시30분 조사를 재개했습니다. 특검은 한 총재 조사를 위해 50여쪽의 질문지를 준비했는데, 이 중 3분의 1은 1차 조사에서 마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조사가 마무리되면 특검은 한 총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검 관계자는 "(한 총재는) 법원의 공범에 대한 구속 여부 결정을 지켜본 후 임의로 자신이 원하는 출석 일자를 택하여 특검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특검에 출석했다"며 "특검은 향후 이 사건을 법에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알렸습니다. 특검은 한 총재가 지난 16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를 보고 출석을 결정했다고 본 겁니다. 
 
이어 특검 관계자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3회에 걸쳐 소환을 통보했음에도, 직전에 일방적으로 출석에 불응하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은 보장되는 피의자 권리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건강이 좋지 않다고 오늘도 이야기를 했는데, 3차 소환 조사일은 금주 월요일로, 불과 이틀 뒤 특별히 건강 상태가 호전돼서 출석한 건지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심장 절제술 이후 악화된 건강 상태로 소환에 불응한다는 한 총재 측 주장을 반박한 겁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검은 이번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지난 16일 구속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통일교 정치자금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5일 윤영호 전 본부장과 만나 통일교 현안 해결 대가로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당사자입니다. 앞선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본부장은 "한 총재의 결정과 지시에 따라 한 총재가 내실 금고에서 꺼내준 현금 뭉치를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권 의원은 2022년 2월 무렵 통일교 본산인 경기도 가평군의 천정궁을 방문, 한 총재를 찾아가 큰절하고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아 갔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또 특검은 권 의원이 한 총재의 해외 원정 도박 수사 정보를 통일교 측에 흘려서 수사에 대비하도록 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권 의원은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을 국민의힘 대표로 만들기 위해 통일교 신도 입당을 추진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됐습니다. 
 
하지만 권 의원은 현재 혐의를 부인 중입니다. 권 의원은 구속심사 결과가 나온 직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입장문을 올려 "특검의 수사는 허구의 사건을 창조하고 있다"며 "빈약하기 짝이 없는 공여자의 진술만으로 현역 국회의원을 구속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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