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시장 상인들, SSM 규제 연장 호소
전통시장 '숨통' 역할 한 SSM 규제, 다시 도마 위
상인들 "1km 제한 없으면 장사 못 해"…국회 결정에 전통시장 운명 달려
2025-09-18 17:17:31 2025-09-18 17:34:37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시장. 상인들과 손님들이 오가며 평소보다 활기를 띠었습니다. 채소와 과일이 진열된 좌판 주변으로 각종 식재료 냄새가 뒤섞여 전통시장 특유의 분위기를 보였는데요. 
 
채소 좌판 앞에서 김정순(가명)씨가 조심스레 손님이 건넨 5000원을 받아 계산대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오늘은 장사가 꽤 됐습니다"라고 말했지만, 그 표정 어딘가에는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김씨는 "요즘은 마트 쉬는 날엔 여기가 북적거리긴 한다. 그러나 SSM(기업형 슈퍼마켓) 규제가 풀리면, 지금의 이 풍경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기에 지금 있는 규제가 버팀목"이라고 말했는데요. 
 
잠실 새마을시장 한 채소가게에서 손님들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이지유 기자)
 
또 다른 가게 좌판 앞에는 오이 3개가 1000원, 사과 10개가 1만원, 샤인머스캣 한 송이가 3000원이라고 적힌 손글씨 가격표들이 눈에 띕니다. 가격표 앞에는 젊은 자취생부터 중년 직장인,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분주히 발길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오이 한 봉지를 집어 든 30대 주부는 "옥수수며, 오이며 마트보다 싸서 오늘은 여기서 다 사야겠다"며 바구니에 채웠습니다. 20대 대학생은 "이 근처에 사는데 시장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면서 샤인머스캣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SSM 출점 제한과 의무휴업 규정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015년에 도입된 뒤 5년마다 연장 심사를 받습니다. 올해가 딱 5년째라 연장 여부를 다시 국회에서 논의하는 시기입니다. 이에 상인들도 매출이 잘 나오고 있지만 모두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였는데요. 
 
새마을시장 한 채소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있는 소비자. (사진=이지유 기자)
 
골목 사이를 지나다 만난 정육점 주인 박모(가명)씨는 시장 안쪽 작은 가게에서 고기를 다듬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식자재마트나 온라인몰은 우리랑 똑같이 대형 유통이면서도 규제를 안 받는다. 솔직히 소비쿠폰 때문에 지금 장사 잘되는 날도 긴장하고 있는데, SSM 규제가 풀리면 손님이 한 달도 안 돼서 쑥 빠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SSM이 우리 시장 반경 1km 이내에 들어올 수 없도록 막고 있어, 그 덕분에 우리 시장이 조금이나마 숨 쉴 공간이 생겼지만, 이 규제가 풀리면 하루아침에 대형 슈퍼가 들어와서 손님을 모두 빼앗아 갈 거다"라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국회, 11월23일 유통산업발전법 연장 논의
 
국회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연장 여부가 뜨겁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법은 SSM 출점을 전통시장 반경 1km 이내에서 제한하고, 월 2회 의무휴업을 규정해 시장 상권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2015년 도입 후 5년마다 연장돼왔으며, 이번에도 5년 연장안이 상정되어 있습니다. 
 
국회 산자중기위 관계자는 "오는 25일 본회의 상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라며 "통과되면 대통령 재가 및 공포 절차를 거쳐 5년 연장이 확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새마을시장 안 생선가게 모습. (사진=이지유 기자)
 
전통시장 상인들은 이번 법안이 단순한 규제 연장 여부를 넘어 생존의 문제라고 호소합니다. 상인 A씨는 "SSM 규제가 사라지면, 우리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며 "이 규제는 우리 시장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마지막 방어막"이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규제가 풀리면 그 자리를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이 차지할 것"이라며 "전통시장은 단순히 상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중한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결말 없는 논쟁, 다가오는 시험대 
 
한편 일부 연구기관은 대형 유통 시설 출점 제한이 오히려 주변 상권 매출을 증가시키는 규제 역효과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대형마트 출점이 지역 내 소비 활성화를 가져온다는 분석인데요. 이에 대해 유통 전문가들은 "규제의 목적과 현실이 점차 괴리되고 있다"며 "전통시장 보호와 공정 경쟁을 위한 균형점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잠실 새마을전통시장 풍경. (사진=이지유 기자)
 
소비자들도 다양한 의견을 내놓습니다. 40대 직장인은 "전통시장은 신선하고 저렴한데, 온라인몰의 편리한 측면도 있기에 두 가지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고, 반면 젊은 대학생은 "가격과 품질, 편리함을 모두 고려할 때 온라인 쇼핑을 선호한다"고 했습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시장만의 정과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며 "SSM 규제 연장만이 살길"이라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SSM 규제 연장은 매번 국회 문턱을 넘나들며 반복되는 쟁점인데요. 올해도 그 결정은 골목상권과 대형 유통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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