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시장이 향후 2~3년간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력 메모리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공급망 재편과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업계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서울대학교 반도체 연구센터에서 연구원이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메모리 업체들은 최근 주요 고객사와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일부 고객사에 D램 제품 가격을 최대 30%, 낸드플래시 가격은 최대 10%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마이크론과 샌디스크가 각각 D램과 낸드 가격 인상을 선언한 가운데 SK하이닉스도 가격 인상 흐름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 가격 상승에 들어간 배경은 AI 수요 증가로 제품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AI 반도체의 심장 역할을 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일반 D램보다 수익성이 높아 메모리 업체들은 HBM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해왔습니다. HBM은 D램 8~12개를 쌓아서 만들기 때문에 같은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되는 칩의 양이 D램보다 훨씬 적습니다. 결국 HBM 생산 비중이 커질수록 되레 범용 D램의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되레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일반 서버 시장의 교체 주기도 도래해 범용 D램 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AI 관련 수요가 범용 서버와 모바일 D램 수요까지 촉발하며 가격 재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4월 이후 저점 이후 AI 성장이 주도하는 새로운 기술 사이클이 시작됐다”며 “피크가 2027년으로 이동 중”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범용 D램 제품의 가격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 제품인 DDR4 8Gb는 22일 기준 5.868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올해 1월 평균 1.464달러 대비 300.8% 오른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DDR5는 4.682달러에서 6.927달러로 47.9% 상승했습니다.
지난 2022년부터 공급 과잉이 이어졌던 낸드플래시도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저장장치인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낸드 기반 저장장치는 보통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저장과 읽기 속도가 훨씬 빠른 eSSD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입니다.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eSSD 가격이 전 분기 대비 5~1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23일(현지시각)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공개해 메모리 업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꼽힙니다. 마이크론이 실적 발표에서 나타낼 시장 전망 등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8%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특히 D램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늘어난 7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K-반도체가 HBM 기술 격차를 벌리고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만큼, 향후 메모리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에상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가 AI 수요 급증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면서 “메모리 시장 강세는 2~3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메모리 업체들도 수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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