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수 비지니스컨설턴트. (관광학 박사)
진출은 쉬워졌다. 그러나 살아남는 법은 더욱 더 어렵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F&B 기업의 해외 진출은 대형 프랜차이즈나 일부 고급 브랜드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류 열풍, 콘텐츠 소비 확대, SNS를 통한 글로벌 인지도 상승 등으로 인해 중소형 브랜드, 스타트업, 심지어 1인 브랜드까지도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뉴욕 맨해튼에 진출한 '이자카야 시선'은 한국식 술안주 문화를 접목해 현지 고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는 중소 F&B 기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처럼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문턱은 낮아졌지만, 그곳에서 살아남는 일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습니다.
문제는 브랜드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F&B 산업에서의 해외 진출은 더 이상 ‘기회’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진출은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생존을 위한 구조적 선택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한국 기업들이 K-Food의 인기에 기대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한 뒤, 수년 내 철수하는 동일한 실패 패턴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외식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오랜 기간 실무적으로 이끌어온 전문 경영인, 위벨롭먼트(주) 고경진 부대표는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진단합니다.
“많이 나갑니다. 그리고 많이 사라집니다. 지금의 실패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구조 부족 때문입니다.”
고경진 부대표에 따르면, 진출 실패의 대부분은 브랜드나 제품의 품질 문제가 아니라, 현지 협력 구조와 실행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분석한 주요 실패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지 파트너와의 권한 분쟁, 운영 매뉴얼 및 매장 관리 기준의 부재, 품질 불균형과 고객 신뢰 하락, 인사·노무 문제에 대한 미흡한 대응, 현지 인증 및 규제 기준의 미준수…. 이들 모두는 콘텐츠나 마케팅의 문제가 아닌, 구조와 시스템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실제 통계 역시 이를 뒷받침합니다. 2022년부터 최근 3년간 한국산 식품의 해외 수출 중 현지 부적합 판정 사례는 총 1025건에 달하며, 2022년 254건에서 2024년 443건으로 급증했습니다. 고 부대표는 이를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진출은 많지만, 대응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증거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강조합니다.
“누구와, 어떻게 협력 구조를 설계했느냐가 성공을 가릅니다. 브랜드는 콘텐츠일 뿐입니다. 시스템이 없으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사례 1. 미국: 가장 크지만, 가장 어려운 시장
미국은 한국 F&B 기업에게 가장 매력적인 글로벌 시장 중 하나입니다. 막대한 시장 규모, 높은 소비력, 한식에 대한 관심 증가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아, 많은 중소기업들이 브랜드 인지도와 콘텐츠를 앞세워 진입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진입 장벽은 낮아 보여도, 생존 장벽은 가장 높은 시장입니다. 실제 많은 기업이 빠르게 진출하지만, 수년 내 철수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한국 F&B 중소기업의 진출을 꾸준히 자문해온 마이클 리 변호사는 실패의 본질이 브랜드나 콘텐츠 부족이 아니라, 기초적인 계약·제도 설계의 부실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가 현장에서 제시한 주요 리스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상표권 미등록→경쟁사 선점→소송 발생, FDA 및 주별 위생 기준 미준수→매장 폐쇄, 로열티·영업권 등 핵심 조항 미기재 계약→분쟁, 본사 통제 기준 부재→품질 편차→고객 신뢰 하락입니다.
즉, ‘좋은 음식’과 ‘화려한 마케팅’만으로는 미국에서 생존할 수 없습니다. 현지 제도와 계약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진출은 곧 실패로 이어집니다.
한국에서 마이클 리 변호사와 ‘한미 연합 진출 지원 시스템’ 을 구축한 판사 출신의 권오천 변호사는 미국 진출을 법적·구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미국은 브랜드만 가지고 들어가는 시장이 아닙니다. 법인 형태, 지분 구조, 대표권, 운영 기준, 책임 범위 등 ‘누가 어떤 권한을 가지고 운영을 책임질 것인지’를 명확히 설계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곧바로 리스크에 노출됩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LLC와 C-Corp의 차이도 모른 채 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파트너에게 운영권을 일임한 뒤 계약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권 변호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계약서 한 장이 아니라, ‘운영 거버넌스’ 전체를 시뮬레이션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F&B 중소기업의 생존 전략입니다.”
이 두 전문가는 ‘한미 연합 진출 지원 시스템’이라는 실행 모델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글로벌 로펌이나 대형 컨설팅에 접근하기 어려운 F&B 중소기업을 위한 현실적 대안입니다. 단순 자문이나 문서 작성이 아니라, 법인 설계, 계약 구조, 고용 체계, 유통 전략, 파트너 검증, 현지 마케팅까지 실제 시장에서 실행 가능한 구조를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협업형 모델입니다.
권 변호사는 이 시스템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브랜드는 고객에게 말하는 언어이고, 계약과 구조는 내부에서 작동하는 생존 전략입니다.”
그는 이어서 정책 설계자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덧붙입니다.
“한국 기업이 구조 설계에 실패하는 건 정보 부족이 아니라 연결 부재 때문입니다. 정부는 보조금보다 현지에서 검증된 전문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례2: 동남아 쉬워 보이지만, 더 복잡한 시장입니다
동남아, 특히 인도네시아는 한국 F&B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진출 시장 중 하나입니다. 인구 규모, 성장률, 한류에 대한 친숙도 등 매력적인 요소가 많고, 초기 진입 장벽도 비교적 낮아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쉬워 보이지만, 가장 복잡한 시장”이라는 진단이 나옵니다. 한국 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과 할랄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HPN-K의 박준영 대표는, 현지 기반의 전문가로 다수 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을 자문해왔습니다. 그는 이렇게 경고합니다.
“인도네시아는 환영받는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도, 문화, 관계라는 3중의 허들이 존재합니다. 특히 할랄 인증, 가격 포지셔닝, 파트너 신뢰 구조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금방 신뢰를 잃고 철수하게 됩니다.”
그가 제시한 인도네시아 진출 실패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할랄 인증·BPOM 등록 누락→수입 및 판매 제한, 현지 파트너 실사 부족→유통 마진 갈등 및 관계 파탄, 고급화 전략 일변도→현지 구매력과의 괴리 발생, 인력·운영 관리 기준 부재→품질 및 서비스 편차입니다.
고경진 부대표 역시 동남아 시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동남아는 인프라와 문화에 대한 선입견이 가장 많은 지역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가 아닌 구조로 설득해야 하는 시장’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사와 현지가 함께 운영하는 공동 운영 시스템(Co-Management System)입니다.”
반면, 구조를 먼저 설계한 기업들은 장기 안착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삼양과 농심은 현지 대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해 생산, 유통, 브랜드 전략을 공동으로 설계하며, 단기 진출이 아닌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 모델을 완성했습니다. 박준영 대표는 이러한 구조 설계의 본질을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성공적인 진출은 콘텐츠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기억됩니다. 한국 본사와 현지 파트너가 함께 설계하고, 함께 책임지는 구조가 핵심입니다.”
한국 F&B의 글로벌 진출, 브랜드가 아니라 ‘구조’를 수출해야 합니다
“성공은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설계하는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F&B 기업의 글로벌 진출은 콘텐츠, 브랜드, 한류 열풍을 동력 삼아 확장되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해졌습니다. 진출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지에서 지속 가능한 구조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일이며, 그 구조는 반드시 ‘한국과 현지의 협력’을 기반으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자본력과 조직 역량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중소 F&B 기업에게는 이러한 구조 설계가 곧 생존 조건입니다. 콘텐츠와 브랜드만으로는 시장에 남을 수 없습니다. 시스템과 파트너십이 없다면 진출은 곧 철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고경진 부대표는 “많이 나가지만, 금방 사라진다”는 현실을 강조하며, 본사와 현지 간 공동 운영 시스템(Co-Management System)의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마이클 리 변호사는 “대부분의 실패는 콘텐츠가 아니라, 계약과 법률 구조의 부재에서 시작된다”고 단언합니다. 권오천 변호사는 “운영 거버넌스를 설계하지 않은 진출은 곧 현장의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는 구조로 전락한다”고 경고합니다. 박준영 대표는 “동남아는 콘텐츠보다 시스템으로 기억되는 시장”이라고 강조합니다.
이처럼 현장의 목소리는 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이제 글로벌 진출은 단기 매출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과 실행 구조의 설계가 핵심입니다.
그리고 특히 F&B 중소기업이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설계의 영역은, 한국과 현지가 함께 책임지는 ‘협력 구조’로 보완되어야 합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마이클 리와 권오천 변호사가 함께 운영하는 한미 연합 진출 구조, 동남아 시장에서는 박준영 대표가 실천 중인 현지 맞춤형 실행 시스템이, 단순한 진출을 넘어 “함께 설계된 구조만이 시장에 남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F&B 산업은 단순한 자영업이 아닙니다.
관광, 콘텐츠, 수출, 고용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 전략 산업입니다. 이제 이 산업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지 브랜드가 아니라 신뢰 가능한 ‘협력 구조’를 수출할 수 있는 전략적 전환입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정책의 역할도 변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의 글로벌 생존은, 정부의 단발성 지원이나 전시적 진출 장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현지와의 협력 구조를 연결하고, 설계까지 가능하게 하는 실행형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서, 계약·법률·유통·마케팅 전문가들과의 실전 네트워크를 연계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보조금보다 협업 생태계를, 전략 없는 확산보다 실행 가능한 설계를 지원해야 합니다. 정보가 아니라 연결이 필요합니다. 지원이 아니라 구조 설계가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의 생존은, 바로 이 구조 위에서 시작됩니다. 글로벌은 혼자 나가는 싸움이 아닙니다. 함께 설계된 구조만이, 그 시장에서 생존하며 유지됩니다.
장준수 비지니스컨설턴트 jasonjang0056@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