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한국주철관, 오너 2세 개인회사와 유착…'편법 승계' 의혹
마천캐스트와 매년 100억원 거래…김길출 회장 아들 김태완씨 소유
한국주철관공업 지분 매입 확대…상반기 최대주주 등극
부자 간 자금거래로 경영권 강화 편법
2025-10-20 06:00:00 2025-10-2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6일 14:5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국주철관(000970)공업이 최대주주 겸 오너일가 개인회사인 마천캐스트와 연간 100억원 이상의 거래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천캐스트는 김길출 한국주철관공업 회장의 아들로 알려진 김태완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지난해 마천캐스트 매출의 77%는 한국주철관공업과 거래에서 발생했다. 특히 마천캐스트는 회사 자금을 이용해 한국주철관공업 지분을 매입하면서 현재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상태다. 즉, 김태완씨는 개인회사를 이용해 편법으로 한국주철관공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현재 특수관계자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에 대한 규제는 대기업 집단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한국주철관공업)
 
오너일가 개인회사와 연간 100억원대 거래
 
16일 업계에 따르면 마천캐스트는 한국주철관공업과 연간 100억원 이상의 거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장사인 마천캐스트는 강관 원료 및 일부 가공품을 한국주철관공업 등에 판매하는 사업을 한다. 지난해 마천캐스트는 146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한국주철관공업이 기여한 액수는 최소 113억원 이상으로 파악되며, 전체 매출의 77%가 한국주철관공업으로부터 나왔다.
 
올해도 마천캐스트 매출 상당부분은 한국주철관공업으로부터 나올 전망이다. 한국주철관공업이 공개한 특수관계자거래 내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주철관공업은 마천캐스트로부터 62억원치의 원재료와 철강 상품 등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와 유사한 거래 규모다.
 
업계에 따르면 마천캐스트는 한국주철관공업의 오너일가 개인회사로 파악된다. 마천캐스트는 김길출 한국주철관공업 회장의 아들로 알려진 김태완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태완씨는 한국주철관공업 이사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없지만, 김 회장과 혈족관계에 해당된다. 이에 마천캐스트는 한국주철관공업의 기타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다.
 
마천캐스트는 지난 몇 년간 안정적인 수익성을 거뒀다. 한국주철관공업으로부터 발생하는 안정적인 매출 등이 수익성의 원인으로 파악된다. 2020년 이후 마천캐스트는 연 평균 5%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4%로 다소 낮아지며 철강사 평균 영업이익률(2024년 기준 5%수준)을 밑돈 것으로 파악된다. 철강 가격 하락에 따른 마진 축소, 제조원가 상승 등 여파로 보인다. 또한 2023년 영업이익률은 10.8%에 달했다.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마천캐스트는 자산을 착실히 쌓았다. 회사가 당장 꺼내 쓸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기준 75억원으로 직전연도(63억원) 대비 10억원 이상 늘었다. 부채는 같은 시기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2억원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수관계자로 엮인 기업 사이의 거래는 일감 몰아주기로 비칠 우려가 있다. 이에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오너일가 개인기업과 거래할 경우 제한을 둔다. 보통 거래 총액 200억원 이상 혹은 개인기업 총매출의 12% 이상일 경우이다.
 
다만, 현행 제도상 중견기업은 이러한 규제에 해당되지 않는다. 한국주철관공업은 최근 3년간 연결기준 매출 4000억원대, 자산총액이 4000억원대로 중견기업에 해당한다. 우리 공정거래법 47조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즉 대기업 집단의 특수관계 내부거래에 한해 규제를 적용한다. 이는 경제적 파급력 등을 고려한 법취지로 해석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견기업 집단에 대해서도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꾸준히 공언해 왔다. 다만, 실질적인 제재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오너일가 개인회사와의 거래 제한 범위를 중견기업까지 넓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인회사 이용해 지배력 강화
 
마천캐스트는 한국주철관공업과의 거래로 꾸준히 쌓은 이익을 한국주철관공업 지분을 매입했다. 이에 마천캐스트는 한국주철관공업 최대주주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주철관공업의 최대주주는 마천캐스트로 확인된다. 지난 상반기 말 기준 마천캐스트의 한국주철관공업 지분율은 13.36%(304만6380주)다.
 
올해 하반기 마천캐스트는 한국주철관공업 지분을 추가적으로 장내 매입했다. 지난 2일 기준 마천캐스트의 지분율은 14.35%(327만880주)로 늘었다. 지난 5~9월까지 마천캐스트가 한국주철관공업 지분 매입에 쓴 자금은 23억원에 달한다.
 
상장사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로 이전된 이익이 다시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사용되는 모습이다. 오너일가의 옥상옥(오너일가가 비상장사를 통해 주력 회사를 지배하는 형태) 지배구조가 구축됐으며, 승계를 위한 사익편취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창업주 등이 기업 승계를 위해 후계자에게 지분을 직접 증여할 경우 최대 50%의 증여세율이 적용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오너일가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그 일감을 지분매입 등 승계자금 밑천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과거에도 꾸준히 문제가 되어 온 사안이다. 
 
업계에서 이러한 모습이 회사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길출 회장은 지난 7월 보유 지분 70만주(지분율 3.07%)를 일가족에게 증여하는 등 지분 분배를 시작했다. 김 회장은 1946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80세다.
 
한편 마천캐스트는 한국주철관공업으로부터 영업 매출뿐 아니라 배당금도 수령하고 있다. 한국주철관공업은 올해와 지난해 마천캐스트에 각각 11억원가량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아울러 마천캐스트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2억원 중 10억원을 지배주주 김태완씨에게 지급했다. 마천캐스트의 배당성향은 84%에 달한다.
 
경제개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대기업 집단보다 규모가 작은 중견 기업 집단 계열사 등의 일감 몰아주기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으며, 실태 자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라고 중견기업에서 벌어지는 특수관계인 거래를 진단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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