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 새판짜기)(단독)⑥ '철학과 교수'가 광고대행사 심사위원?…언론재단 주먹구구 운영
재단, 광고주 요청시 협력사 선정 대행
심사위원 246명 중 광고 비전문가 포함
심리학·환경 전문가·변호사·세무사까지
"광고 전공 교수도 평가 어려운데…문제"
심사위원 '임기 2년' 규정도 안 지켜져
2025-10-20 06:00:00 2025-10-20 06:00:00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 광고대행사를 선정하기 위해 꾸리는 심사위원 풀엔 광고와 큰 관련이 없는 동양철학 교수와 변호사, 세무사 등이 포함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정부광고 협력사 심사위원' 풀은 정부광고주의 요청으로 언론재단이 광고 기획·제작 등을 하는 광고협력사를 선정할 때 사용됩니다. 이 과정을 심사하는 심사위원 풀 구성 역시 언론재단의 몫인데,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18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언론재단은 내부 규정인 '정부광고업무시행지침' 10조에 따라 정부광고주의 요청이 있을 경우 그를 대신해 광고 기획·제작 등을 맡길 광고협력사를 선정할 수 있습니다. 이때 언론재단은 광고협력사를 정하는 업무를 수행하고자 심사위원 풀을 운영합니다.
 
심사위원은 지침 11조에 따라 △광고 및 디자인 관련학과 교수진 △정부부처 및 정부광고 요청기관(정부광고주) 전문 인력 △홍보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 등 세 가지 중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언론재단이 위촉합니다. 문제는 심사위원 풀 구성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탓에 광고 분야의 전문성을 갖지 못한 사람들도 풀에 포함돼 심사 업무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9월9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앞. (이미지=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가 양문석 민주당 의원실이 언론재단으로부터 받은 '정부광고 협력사 심사위원 풀(246명)'을 분석한 결과, △광고 및 디자인 관련학과 교수진으로 분류된 인원은 135명, △정부부처 및 정부광고 요청기관(정부광고주) 전문 인력으로 분류된 인원은 35명, △홍보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으로 분류된 인원은 76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광고와 관련성이 떨어져 보이는 심사위원도 다수 포함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런 경우 언론재단은 △광고 및 디자인 관련학과 교수진 △정부부처 및 정부광고 요청기관(정부광고주) 전문 인력 등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탓에 모두 '홍보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으로 분류했습니다. 심사위원 풀 구성 과정에서 유연성을 부여하려던 폭넓은 규정이 비전문가 임명의 근거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동양철학을 전공한 철학과 교수와 사회심리학을 전공한 심리학과 교수 등이 심사위원에 포함된 겁니다. 동양철학은 물론 사회심리학은 상대적으로 광고와의 관련성이 낮습니다. 사회심리학은 사회적 상황이나 요인이 개인의 생각·감정·행동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가령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이 개인에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합니다. 광고 기획·제작에 심리학 기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업무와의 직접적 관련성은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흥미로운 건 언론재단 측 입장입니다. 본지가 언론재단 관계자는 철학과 교수가 심사위원에 포함된 것에 관해 질의하자 "언론 관련 이력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구체적인 관련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또 이 관계자는 심사위원에 사회심리학 교수도 포함된 것에 대해선 "소비자 심리를 하시는 분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두 사람은 심사위원에 위촉된 지 1년6개월이나 지났으나 아직까지도 광고협력사 선정 심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변호사·세무사가 광고협력사 선정?…심사 후엔 80만~100만원 받아
 
변호사(2명)와 세무사(1명), 환경 전문가(1명)도 심사위원에 포함됐습니다. 변호사와 세무사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광고분야 전문가라 보기 어렵습니다. 세무사는 지난 6월 심사위원 명단에 새롭게 포함, 아직 한 차례도 심사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변호사 2명은 각 4차례, 5차례 심사에 참여했고, 각각 80만원, 100만원을 심사료를 받았습니다. 
 
한 광고분야 전문가는 변호사·세무사 등이 정부광고 관련 심사위원 명단에 포함된 데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광고학 교수 중에도 자신이 자격이 안 된다면 심사를 거절하는 사람도 있는데, 변호사와 세무사는 (자격이 안 된 다는 걸) 말할 필요도 없다"러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일반 사기업에서도 광고대행사를 뽑을 때 (광고 전공) 교수를 부른다. 그런데 변호사와 세무사가 가서 무슨 평가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언론재단 관계자는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변호사 2명 중 한 분은 언론인 출신이고, 다른 한 분도 방송·미디어 관련 심의 전문가"라며 "두 분 다 미디어와 매체 관련 전문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세무사가 포함된 것에 대해선 "광고국에서 (심사위원으로) 추천한 사람은 아니다"고 했습니다.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앞 그랜드조선 호텔 외벽에 설치된 전광판에서 지난 8월6일 공익 캠페인 '세상에서 가장 큰 라이프가드'가 송출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사진=연합뉴스)
 
심사위원 246명 중 40%는 2년 임기 끝…종료 후 재위촉 절차도 없어
 
정부광고업무시행지침에 따르면 심사위원의 임기는 2년입니다. 그런데 이조차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언론재단이 양문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46명의 심사위원 중 105명(42.68%)은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지 2년이 넘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임기가 종료된 뒤엔 별도의 재위촉 절차를 거치거나 심사 실적을 평가하는 과정이 없습니다. 2020년 1월~3월에 심사위원이 된 뒤 별도의 갱신 절차 없이 5년 넘게 심사를 맡고 있는 경우도 73명이나 됐습니다. 
 
심사위원 풀에 심사위원을 추가하고, 제외하는 절차 자체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걸로 풀이됩니다. 언론재단은 정부광고업무시행 지침에 따라 광고·미디어·디자인 전문가, 정부광고주, 그 외 홍보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을 심사위원으로 둡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광고학회·한국광고홍보학회·한국광고PR실학회 등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언론재단 내 광고업무를 담당하는 팀내 논의로 결정하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임기 2년이 됐다고 해서 임기를 재연장하는 별도의 절차도 마련되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이에 관해 재단 관계자는 "임기가 2년이라고 돼 있는데, 그 임기가 지나면 영원히 못한다 이런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갱신이 됐다고 보는 것"이라면서도 "(임기와 재위촉에 관해) 명확한 근거가 있진 않다. 임기 연장에 관해 심사위원에게 별도로 연락을 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임기 관련) 지침이 한 줄이니 세부적인 내용의 보완이 필요하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재단 관계자는 심사위원 명단에 철학과 교수 등 광고 비전문가가 들어간 데 대해선 "광고 전문성과 동떨어진 분이 심사위원 풀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개선을 해야 된다"면서도 "재단도 전문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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