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애셋]네이버+두나무, '글로벌 금융 슈퍼 플랫폼' 노린다
국내외 가상자산 시장 급변…미래 먹거리 창출 기회
기술·경험 등 경쟁력 강점 불구 각국 규제·인가 변수
2025-10-20 06:00:00 2025-10-20 06:00:00
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상혁 기자] 하반기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뉴스는 단연 '두나무-네이버파이낸셜' 합병이었습니다. 두나무가 네이버와 손을 잡고 '글로벌 금융 슈퍼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인데요. 두나무가 국내 1위이자 세계 4~5위권 가상자산거래소(현물 기준)인 업비트의 운영사인 만큼, 업계를 비롯해 국내외 시장 참여자들의 시선이 이들의 향후 행보에 쏠리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9월 공시에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스테이블코인, 비상장주식 거래 외 주식교환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며 사실상 합병을 공식화했습니다.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주식교환이 성사되면,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가 되고, 이후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과 합병하면 송 회장이 네이버 개인 최대주주로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런 프로세스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교감 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는 검색, 광고, 커머스 등에서 장기간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는 국내 1위 포털 사이트이자 대표 빅테크 기업입니다. 이런 기업이 지배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는 것은 기업의 기존 성격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지 표명입니다. 최근 네이버가 글로벌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절박함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두나무-네이버파이낸셜 합병은 업계를 비롯해 국내외 시장 참여자들의 시선이 이들의 향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이미지=챗GPT 생성)
 
"아시아 넘는 K-금융 만들 것"
 
두나무가 네이버와 손을 잡은 이유 역시 글로벌 시장 진출과 새로운 형태의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습니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지난 9월 '업비트 D 컨퍼런스(UDC) 2025'에서 "이제는 돈이 아니라 신뢰를 설계하는 시대가 됐고 우리는 그 신뢰의 레이어 위에 미래의 금융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며 "글로벌로 적극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만큼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로 나아가는 K-금융을 우리가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두나무가 국내 위주의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에서 벗어나 글로벌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입니다. 
 
네이버와 두나무가 '글로벌 금융 플랫폼 구축'이라는 공동 목표를 찾은 이유는 대외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국내외 가상자산 시장이 급변하고, 양사의 사업 개편도 절실한 상황에서, 지금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적기라고 판단해 결단을 내린 것이죠. 더구나 현재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규제 체계가 빠르게 정비되면서 전통 금융과 디지털 금융의 통합 시도가 지속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미국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규제 체계를 빠르게 정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 명확성 강화로 인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에테나, 테더 등이 연방은행인가를 받은 미국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기업 앵커리지디지털과 협력해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유통을 준비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 9월 전통 파생상품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증거금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숨가쁜 속도전에 가속이 붙고 있는 셈입니다. 
 
국내에서도 지난 6월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가상자산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6월 이후 현재까지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총 7건이나 발의돼 있습니다. 빠르면 연내 정부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상자산기본법 2단계 법안도 국내 가상자산 규제 명확성 강화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법안은 가상자산의 법적 정의부터 사업자 인가 및 감독 체계, 공시 및 투명성 규율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게 되는데, 업계에선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가상자산 규제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통-디지털 금융 통합 속도전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런 대내외적 변화는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사이에 있던 경계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글로벌 대형 기업들은 이미 이런 변화를 활용해 미래의 새로운 자산 모델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한국시간) CNBC 인터뷰에서 "부동산부터 주식, 채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산의 토큰화 시대가 이제 막 열렸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협력 역시 자산 시장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포착해, 글로벌 슈퍼 금융 플랫폼으로 입지를 다지기 위한 도전의 성격이 있습니다. 실제 글로벌 금융 플랫폼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합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지난 9월 "미국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상자산 포괄 법안이 규제의 틀을 정의해 기존 규제 기관과 사업자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은행과 핀테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합해 이것을 가상자산 인프라 위에서 제공하는 '금융 슈퍼 앱'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미국 금융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역시 지난 7월 주식을 비롯한 전통 자산에 대한 토큰화 전략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핀테크 역량과 두나무의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인프라가 결합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웹2 기업 네이버와 웹3 기업 두나무의 협력은 다른 나라에서도 드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또 두나무는 합병 논의 전부터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시장을 잇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는데요. 지난해 두나무의 UDC에서 컨퍼런스 참가자 전원에게 자사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UDC월렛을 제공한 게 대표적 사례입니다. UDC월렛은 두나무가 개발한 가상자산 지갑으로 단순 토큰 전송뿐 아니라 이더리움증명서비스(EAS)와 소울바운드토큰(SBT) 기능이 적용됐습니다. EAS는 이용자의 신원을 블록체인 위에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며, SBT는 양도나 거래가 불가능한 토큰 형태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신분증으로,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립자가 제시한 개념입니다. 
 
 
각국 맞춤형 서비스로 도전
 
두나무는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9월 열린 UDC에서는 자사 자체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기와체인'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레이어2란 블록체인의 기본이 되는 레이어1의 트랜잭션 속도 개선 등을 돕는 체인입니다. 해외에서는 코인베이스가 자체 레이어2 체인 베이스를 통해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대체불가능토큰(NFT), 실물자산(RWA) 토큰화 등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댑(DApp)을 자사 생태계로 통합하고 있는 중입니다. 두나무의 기와체인은 체인 내 고객확인의무(KYC),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을 도입해, 향후 규제 요건을 맞춰야 하는 서비스도 기와 생태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각국 규제에 맞는 기관 맞춤형 서비스로 글로벌 금융 슈퍼 플랫폼 도약을 꾀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다만 네이버와 두나무가 글로벌 금융 슈퍼 플랫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전향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네이버와 두나무가 글로벌에서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금가분리(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등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기와체인을 기반으로 네이버의 전통 핀테크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글로벌 결제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면 시장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상혁 기자 seminomad@digitalasset.works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