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관광 생태계와 형평성, 그리고 소비자 선호의 조건
2025-10-24 06:00:00 2025-10-24 06:00:00
국립중앙박물관이 심상치 않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10월15일을 기점으로 관람객이 500만명을 돌파하여 이미 작년 기준 영국 테이텀 박물관을 넘어서 관람객 순위를 기준으로 세계 5위권에 진입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충분히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그 거점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에 기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우리 문화가 이제 세계적으로 변방에 있는 주변부 문화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심부로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러한 일들은 19세기까지 유럽 사회에 영향을 미쳤던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이은 새로운 사례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일은 우리 문화를 기반으로 한 컨텐트가 차별성과 보편성을 모두 갖추어 수용되고 있어 우리뿐 아니라 해외에서, 기성세대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진입하는 세대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준거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우리는 세상에 팔릴 물건을 만드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세상에 팔린 물건이 생겨날 조건은 무엇인가? 그건은 바로 우리가 좋아해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해외에서 먹힐 것을 기준으로 했던 수출지향성 시대에서 이제는 확연히 벗어나 우리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우리 소비자뿐 아니라, 세계 소비자도 끌어들이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의 문화적 밈(meme). 우리의 문화적 코드에 대한 탐구가 관광 생태계 조성의 핵심 준거가 된 것이다. 예전 우리가 우리 문화를 자각하기 시작하던 시대에 광고 문구로 등장했던 것처럼 “우리 것이 좋은 것”이며, “우리 문화가 세계적인 것”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얼마 전 달라진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 경제단체의 테스크포스 모임이 있었다. 정부당국자와 함께 한 자리에서 다양한 규제에 대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예를 들어 관광산업 진흥법에서 우리가 정의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정의가 숙박업에 너무 한정되어, 여객 운송과 관광객 중개, 기타 조성 기능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거나, 관광단지 개발을 위한 출연금을 현재 단계 개발 중인 시설뿐 아니라, 단지 전체에 대해 부담하도록 해 진입장벽이 과도하게 책정되어 있다던가, 콘도와 같은 집합적 관광 시설에 대한 리뉴얼을 하는 경우, 소유주 전체의 찬반 여부를 묻도록 하여 리뉴얼 작업의 진행이 안 된다던가, 관광단지에서도 대형마트의 주말 영업 제한에 대한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되어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도록 한다든가, 외국인의 국내 결제수단에 대한 연동 과정에 제약이 있어서 무현금 교통수단이나 결제에 제한이 있다든가 하는 문제들이다. 정말 산적한 문제가 있고,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전반적 정책 수단에 대한 조절과 예측 가능성의 증대를 통해 투자 의욕을 고취시켜야 한다는 점이 뚜렷해 보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고민되어야 하는 점은 기껏 조성된 관광단지에 대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에 대해서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국내 관광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의 대표격인 일부 지역 일부 점포에서 나타난 제공량에 비해 터무니없는 바가지 가격, 1인 방문 고객에 대한 홀대와 무시, 특히 축제 상권의 무차별성에 이은 무성의한 메뉴 구성, 품질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 등 치부는 한이 없다. 
 
결국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없는 정보의 투명성이 가장 먼저다. 정보가 투명하게 소비자에게 제공되고, 제공된 정보에 의해 소비자가 사전 정보를 얻어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유럽 레스토랑들에서 활용하고 있는 점포 밖 메뉴와 메뉴 정보, 메뉴 가격을 공개하는 것은 좋은 참조 사례가 될 만하다. 
 
우리 나라에 발달한 정보 공유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방향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일부 악성 소비자에 의한 평점 테러, 일부 점포에 의한 허위 정보의 게시와 같은 것은 장기적으로 시장의 힘에 의해 상호 견제되고 자율적으로 관리되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의 섯부른 개입은 시장의 힘을 왜곡시킨다. 이제 우리 사회의 힘은 정부의 힘으로 이길 수 없는 시장의 힘을 갖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임대 구조로 왜곡된 현장 운영에 대해 장기적 사업을 진행할 건전한 시장 세력이 자리 잡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상품 중 해외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상품을 보면 한국 화장품, 한국 라면, 요즘은 심지어 바나나 우유와 같은 음료도 보이기 시작했다. 공통점은 무엇일까? 해외 시장에서 좋아했기 때문에 생긴 상품이 아닌 우리가 좋아한 상품들이 성공한다. 분명히 ‘우리 것은 좋은 것’이고, ‘우리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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