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선 클래식'으로 그래미 어워드 도전"
량성희 소해금 연주가…일본 활동 접고 한국 본격 진출
광복 80주년 기념 앨범 <꽃이 피다> 발매…내달 한국 첫 단독 콘서트
2025-10-26 09:00:00 2025-10-26 09: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조선 클래식'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데 앞장서고 싶습니다.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의 그래미 어워드에도 도전할 계획입니다." 
 
서울 합정동 '토마토홀'에서 만난 량성희 소해금 연주가는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발을 내딛는 포부를 이처럼 소개했습니다. 
 
량성희 소해금 연주가. (사진=본인제공)
 
량성희 연주가는 일본 오까야마현 태생의 재일조선인입니다. '인민 루니'라 불렸던 축구선수 정대세나 유명 피아니스트 양방언처럼 북한에 뿌리를 둔 재일동포입니다. 
 
량씨는 일본 내 조선학교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소해금을 접했습니다. 소해금은 전통악기인 해금을 기초에 두고 바이올린을 모델로 개량한 악기인데요. 한국전쟁 직후인 1960년대 북한이 전통 국악기의 개량 작업에 착수한 결과물 중 하나입니다. 
 
두 줄의 해금에서 출발한 소해금은 세 줄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네 줄인 바이올린과 유사한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량씨는 "대체적으로는 바이올린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고 입을 열었습니다. 그는 "해금이 두 줄 사이에 활을 넣고 연주를 했다면 소해금은 바이올린처럼 활이 바깥쪽에서 움직인다"며 "음계 역시 국악의 5음계가 아닌 서양의 7음계를 수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소해금에서는 어떤 소리가 날지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하는 기자에게 량씨는 재일동포 사이에서 '제2의 아리랑'이라 불린다는 <임진강> 한 곡조를 들려줬습니다. 
 
량성희 연주가가 인터뷰 도중 소해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작은 체구에 수줍은 목소리로 소해금을 소개하던 량씨는 연주를 시작하자 이내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습니다. 소해금의 멜로디는 오묘했습니다. 해금의 구슬픈 음색이 묻어나는 듯하면서도 바이올린의 우아함도 배어났습니다. 연주가 클라이막스에 달했을 때에는 강한 힘과 역동성도 느껴졌습니다. 소해금에 '조선 클래식'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가 단번에 이해됐습니다. 
 
량씨는 "소해금은 바이올린은 물론 비올라와 첼로의 음역대를 모두 포함한다"며 "전통음악과 현대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소해금은 '조선 민족 악기의 꽃'이라도고 불린다"고 말했습니다. 
 
13살에 입문…'2·16 예술상' 최고 영예도
 
이제는 삶의 전부가 된 소해금이지만 처음부터 그 매력에 빠져들었던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량씨는 중학교 1학년이던 열세 살 무렵 처음으로 소해금을 접했습니다. 학교 동아리 활동의 일환이었던 것인데요. 그는 "처음에는 소리도 잘 안나고 어려워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며 "1~2년이 지나서야 소해금이 마치 사람의 목소리처럼 뭔가를 표현할 수 있다는 매력을 알게 됐다"고 당시를 돌아봤습니다. 
 
그렇게 소해금 연주에 재미를 붙여가던 중 '음악무용 통신수강 제도'를 통해 소해금의 본고장에서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3년간은 여름방학마다 평양에 가서 다양한 수업을 받았는데, 이때 처음으로 스승인 신률 평양음악대학 교수를 만났습니다. 
 
이후 량씨는 2007년 북한 유일의 국립해외예술단인 '금강산가극단'에 입단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합니다. 총 15년의 가극단 활동 기간 중 11년은 민족관현악단의 악장을 맡았습니다. 2016년에는 북한 최고의 예술가 경연대회인 '2·16 예술상'에서 민족 현악기 부문 최고상(3위)을 수상했습니다. 
 
량 연주가는 이때를 금강산가극단 활동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는데요. 그는 "1차 예선에서부터 2차, 3차 경연을 차례로 통과하는 순간들이 모두 기억에 난다"며 "그 과정에서 신률 선생님께 많이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량성희 연주가는 다음 달 25~26일 서울 합정동 토마토홀에서 첫 번째 한국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사진=본인 제공)
 
첫 한국 단독 콘서트…"음악 자체만으로 감상해달라"
 
최고의 소해금 연주가로 일본 전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량 연주가는 돌연 한국행을 선택합니다. 동포 사회에서만 향유됐던 소해금과 조선 음악을 한국을 비롯한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섭니다. 
 
지난해 말에는 디지털 앨범 '4현의 사랑'을 처음 한국에 출시했고, 올 8월에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한 디지털 앨범 <꽃이 피다>를 발매했습니다. <꽃이 피다>에는 북한의 대표적인 항일혁명, 항일투쟁을 다룬 음악들을 수록했는데요. 그간의 앨범들을 평양에서 녹음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서울에서 녹음을 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습니다. 다음 달 25~26일에는 같은 제목으로 첫 번째 한국 단독 콘서트를 개최합니다. 
 
량씨는 "'꽃이 피다' 수록곡은 아마 한국에서는 처음 듣는 생소한 음악일 수 있다"면서도 "낯설겠지만 음악 그 자체만으로 감상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국을 거쳐 유럽, 미국으로까지 진출을 꿈꾸는 그는 "소해금의 소리에 큰 관심을 가져달라"며 수줍게 웃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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