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을 진행합니다. 2019년 오사카 회담 이후 6년 만에 다시 마주 앉게 되는 겁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미국이 100% 추가 관세로 맞선 가운데 오는 30일 예정된 정상회담 직전까지 협상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양국의 '샅바 싸움'이 뜨겁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의 무역 전쟁이 더욱 격화될지, 아니면 양국의 해묵은 무역 갈등이 해소될지 주목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 무역대표 "생산적인 자리 될 것"…관건은 '관세·희토류'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중 대표단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 일정을 이틀째 진행했습니다. 미국 측에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했습니다.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중국 대표단은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리청강 상무부 대표, 랴오민 재무부 부부장 등입니다.
베센트 장관은 이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측이 농산물 구매, 틱톡, 펜타닐, 무역, 희토류를 포함해 양국 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며 "정상회담을 매우 긍정적인 틀 속에서 준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어 대표도 "미·중 당국자들이 이틀간 협상한 결과, 양국 정상에게 검토를 요청할 수 있을 정도의 결과물이 도출됐다"며 "이번 주 열릴 미·중 정상회담이 매우 생산적인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습니다.
이번 무역 협상은 30일 부산에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회담의 여러 안건을 사전에 조율하는 자리인데요. 미국은 중국을 향해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 철회와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원료 물질에 대한 단속 강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미국에 관세 철회, 반도체 등 핵심 기술 접근 제한 완화,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앞서 양국은 네 차례에 걸쳐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였지만, 관건인 희토류 수출 통제와 관세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도 핵심 쟁점은 미국이 관세율을 낮추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철회할 수 있느냐 여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100%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지난 4월 희토류 7종과 희토류 자석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 희토류는 자동차 모터, 드론, 미사일, 첨단 전자기기 생산에 꼭 필요한 원료입니다. 일단 미·중이 11월10일 만료되는 '관세 휴전'을 연장하거나 아예 매듭지을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현재로선 상호 관세율 조정과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 철회에 몇 가지 합의 사안을 덧붙이는 '포괄적 합의'(빅딜)보다는 관세율 조정과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 철회 등 일부만 합의하는 '부분적 합의'(스몰딜)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부만 합의해 양국이 일단 확전을 자제하는 데 나설 것이란 관측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대두·펜타닐·대만 등 쟁점…합의 불발시 내년 초 다시 담판
이런 상황에서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문제는 양국이 논의할 의제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식용유 등 일부 품목의 교역 중단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대두 수입 재개를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중국의 펜타닐 문제도 의제에 오를 전망입니다. 미국에서는 펜타닐 및 그 유사물질이 불법 마약 과다복용의 주요 원인으로 제기되며 미국 정부의 심각한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서 출발해 멕시코 등을 경유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펜타닐 공급망의 역할을 중국이 차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민감한 사안인 '대만 문제'가 논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중국이 최근 대만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강화하면서 대만해협의 군사적·정치적 긴장이 증대되고 있는데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바꿀 수 있냐는 질문에는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싶지 않고, 이번 순방은 이미 복잡하다"며 미·중 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뜻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만에선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관계 재설정에 초점을 맞추고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당초 예정됐던 미국의 군사 지원이 늦어진 데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밖에도 핵 군축도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전망입니다. 미국은 중국의 핵무기 증강과 전략적 무기 현대화에 대한 우려가 큰데요. 다만 반대로 중국은 미중 간 핵 불균형 문제를 크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에 대한 부분도 양국이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중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을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할 것"이라면서 "인도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이) 올해 말까지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할 땐 내년 초에 여러 쟁점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초 시 주석의 초청에 따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진짜 빅딜은 이때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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