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피한 미·중…갈길 잃은 한·미
미·중, 무역 합의 틀 마련…트럼프·시진핑 '최종 결단'
한·미, 3500억달러 투자 비중 '걸림돌'…절충안 주목
2025-10-27 17:12:28 2025-10-27 17:34:25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각국의 '담판'이 가시권에 들었습니다. 특히 전 세계 경제를 혼돈으로 이끈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파국을 피해 '봉합'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반면 올해 APEC 의장국인 한국은 관세 협상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오는 29일(한·미)과 30일(미·중) 각각 개최되는 정상회담에서 '추가 담판'이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훈식 비서실장. (사진=뉴시스)
 
'치킨게임' 미·중…경주서 '휴전'
 
26일(현지시간)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이끄는 양국 고위급 무역 협상단은 이틀에 걸친 말레이시아 회담을 통해 관세 협상의 '실질적 틀'을 마련했습니다. 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종 마무리만 남았다고 밝혔습니다. 
 
양국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하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희토류 수출 통제와 추가 고율 관세 등으로 맞붙으며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양국은 파국을 목전에 두고 봉합하는 수순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베센트 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1년 동안 유예되고 미국의 대중국 100% 추가 관세 부과도 시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 카운터파트인 (허리펑) 부총리와 함께 프레임워크(기본 틀)를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양국은 펜타닐 관세와 법 집행 협력, 농산물 무역, 수출 통제 등 양국이 함께 관심을 가진 중요 경제·무역 문제에 관해 솔직하고 심도 있으며 건설성이 풍부한 교류·협상을 했다"며 "각자의 우려를 해결하는 계획에 관해 기본적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했습니다. 
 
양국이 관세 전쟁의 핵심인 희토류와 추가 관세에 있어 합의점을 찾은 건데요. '치킨게임'으로 치달으며 추가 보복 조치에 나섰던 미국산 대두 수입과 펜타닐 원료 물질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은 한 발씩 물러섰습니다. 여기에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투자자들이 인수하는 이른바 '틱톡 합의'도 최종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고위급 협상단이 '휴전'의 기본적 틀을 마련한 상황에서, 30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은 '확전'을 피하자는 공통된 의견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이번 회담을 통해 고위급 회담에서 풀지 못한 추가 수출 통제 기업 등의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됩니다.
 
미·중의 이번 협상은 과도한 출혈 전쟁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는 공통된 입장에서 도출됐습니다. 미국의 '역린'에 해당하는 희토류 공급 문제는 협상의 키포인트였는데요. 트럼프 대통령도 희토류의 추가 공급망을 모색하고 있지만 임기 내 완전한 공급망 구축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입니다. 중국 역시 대미 수출의 전면 차단이 자국 경제에 타격이 큰 만큼 현 상황의 지속이 '이득'은 아니라고 판단한 모양새입니다. 
 
다만 미·중 사이의 치킨게임으로 발발한 상호 초고율 관세는 재연장으로 가닥이 잡힌 만큼 패권전쟁의 종식보다는 '휴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출범 당시의 '현상 유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APEC 계기 최종 타결 '불투명'
 
문제는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세기의 담판장'을 제공하는 한국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3500억달러 대미 투자의) 투자 방식, 규모, 일정, 그리고 손실 분담과 이익 배분 방식 등 모든 것이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다"면서 "미국은 물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나, 한국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인터뷰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방미 협의를 마친 뒤인 24일 진행된 내용인데요.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CNN>에 공개된 인터뷰에서도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관세 협상 양해각서(MOU) 서명 여부에 대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신중론'을 유지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우리 정부 고위급 협상팀에서도 반복적으로 표출되는 메시지인데, APEC이라는 특정 시점에 국한하지 않고 '국익'을 해치지 않는 협상에 나서겠다는 공통된 방침입니다. 
 
결국 협상의 핵심 쟁점은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에 있어 '선불 투자'의 비중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대출·보증 병행 방식을 설득하는 과제가 관건인데요. 미국 측 요구대로 합의한다면 우리로서는 재정과 외환의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협상의 시기보다는 절충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29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담판'이 이뤄질지 주목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타결이 매우 가깝다"며 협상의 종결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배수진'을 치고 대응하고 있어,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역 합의가 발표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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