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애셋]주목받는 DAT 기업, 소수정예만 살아남는다
해외 이어 국내에서도 본격화
관심 쏠려도 선순환 구조 험난
경쟁 치열…옥석 가리기 불가피
2025-11-03 06:00:00 2025-11-03 06:00:00
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상혁 기자] 지난 3월, 코스닥 상장사 비트맥스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BTC(비트코인) 및 ETH(이더리움)를 매수하자, 한국 가상자산 업계의 각별한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이는 한국 상장사가 가상자산재무전략(DAT)을 통해 가상자산을 매입한 첫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DAT(Digital Asset Treasury)란 기업이 BTC(비트코인), ETH(이더리움)와 같은 주요 가상자산을 대차대조표의 중심에 두고 기업가치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을 뜻합니다. 이 전략은 통상 상장사들이 CB 및 신주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가상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DAT 기업이 매입한 가상자산의 가격이 상승하면, 대차대조표에도 가치가 그대로 반영돼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대차대조표 개선으로 주가 및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다시 CB 및 신주를 발행해 가상자산을 추가 매입하는 구조입니다. 실제 비트맥스도 이런 방식으로 비트코인을 지속적으로 사들여 주가 상승을 끌어냈습니다. 이 회사 주가는 10월 29일 기준 6개월 전보다 약 55% 올랐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더불어 국내외 DAT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DAT 기업들을 향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닙니다. 어느 분야이건, 뜨거운 관심 이후 다가오는 '옥석 가리기'는 피할 수 없습니다. 국내의 경우 DAT 기업들의 가상자산 매입세가 최근 들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비트맥스는 3월 첫 매입 시작 후 8월까지 총 비트코인 보유량을 551.23개까지 늘렸지만, 8월 이후로는 비트코인을 사지 않고 있습니다. 비트맥스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10월29일 기준 1개월 전보다 약 21% 떨어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과 미국의 주요 DAT 기업을 나타낸 이미지. (이미지=디지털애셋)
 
국내 시장은 자금조달 '장벽'
 
다른 주요 국내 DAT 기업들의 가상자산 매입량도 당초 시장 기대치를 밑돌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 코스닥 상장 신약 개발 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를 인수한 미국 투자사 파라택시스홀딩스는 인수 회사명을 파라택시스코리아로 바꾸고 국내 DAT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주목받았습니다. 파라택시스코리아는 9월에 비트코인 매입을 위해 1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까지 매입량은 150개 수준입니다. 글로벌 웹3 벤처캐피탈(VC) 소라벤처스 운영사 아시아스트래티지파트너스가 지분 투자에 참여해 눈길이 쏠렸던 코스닥 상장사 비트플래닛의 비트코인 매입량도 현재까지 92.67개에 그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DAT 기업들의 가상자산 매입세 둔화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며, 결국 소수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DAT 기업의 국내 자금 조달이 해외보다 용이하지 않습니다. 미국 등 금융시장 규모가 큰 국가에서는 통상 ATM(At-The-Market) 방식 등을 통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합니다. ATM이란 기업이 공모 없이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자사 주식을 직접 매도해 자금을 조달하는 유연한 증자 방식을 뜻합니다. 한국에서는 ATM 방식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공모 절차와 투자자 보호 규정을 우회하는 위법으로 간주됩니다. 국내 시장의 유동성도 미국 등 주요 국가보다 작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목표 금액을 모으기 쉽지 않습니다. 기업의 영업이익이 커서 자금 조달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소수의 회사가 아닌 이상 DAT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또다른 이유를 꼽자면, 국내에서는 '시가총액 대비 순자산가치 배수(mNAV)'를 글로벌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습니다. mNAV란 기업의 시가총액을 '보유 자산 순가치(NAV)'로 나눈 비율입니다. 즉, DAT 기업이 갖고 있는 가상자산을 시장이 어느 정도로 평가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mNAV가 1을 넘으면 시장이 기업의 가상자산 전략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지표가 1 이상이면 자금 조달 조건이 유리해지지만, 1보다 낮으면 자금 조달이 쉽지 않습니다. 
 
"수익모델 부재도 약점으로"
 
현재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보유 기업 스트래티지의 mNAV는 1.1 수준이고, 대부분의 국내외 기업들은 이 지표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지표 개선을 위해서는 시장이 DAT 기업의 가상자산 매입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신뢰하고, 기업은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다양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현재 국내 DAT 기업은 내적 역량이나 대외적 환경 등 모든 부문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인 실정입니다. 
 
웹3 컨설팅 기업인 디스프레드의 조얼 전략실장은 이와 관련 "한국의 DAT 기업들은 대부분 자산 매입 자체에 집중하고 있어 매입한 가상자산을 활용해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이 아직 없고, 본업에서도 현금흐름이 약하거나 부재하기 때문에 mNAV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쉽지 않다"라며 "이런 어려움을 딛고 국내에서 DAT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단순 가상자산 매입으로는 지속적인 DAT 전략을 추진할 수 없고 결국 소수만 생존할 것이라는 문제의식은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두옹 코인베이스 리서치 총괄은 최근 가상자산 유튜브 채널 밀크로드에 출연해 "DAT 기업들의 투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기업들의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며 "이들은 인수합병을 추진하거나 매입한 가상자산을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나 스테이킹에 활용해 수익을 다각화하는 전략으로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전통금융과 결합 고민해야"
 
국내 DAT 기업의 상황은 좀 더 열악합니다. 관련 규제 탓에 대학 등 비영리법인을 제외한 법인의 가상자산 운용이 불가능하고, 디파이 및 스테이킹 서비스 이용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선 DAT 기업이 전통금융과의 접점을 늘리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최대 이더리움 보유 기업 비트마인이머전테크놀로지스의 톰 리 의장이 최근 매입한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월가 금융 기업을 잇는 금융 결제 네트워크를 만들 것이라고 했는데, 국내 DAT 기업도 전통금융 기업과 서비스 접점을 늘리는 것이 수익 채널을 늘리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상혁 기자 seminomad@digitalasset.works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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